기관투자자, 부동산NPL·사모대출시장서 투자기회 모색
미 월가의 대형은행인 골드만삭스가 지난주 사상 최대규모인 70억달러의 부동산 사모대출펀드를 조성해 화제가 됐다. 골드만은 이 펀드로 미국과 유럽은 물론 아시아로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펀드에는 국부펀드 보험사 연기금 패밀리오피스 등이 출자했다. 고금리와 대출기준 강화로 힘을 쓰지못하는 은행을 대신해 부동산 대출 딜에 신용을 제공할 예정이다.
해외에서는 사모대출펀드가 은행 자금조달의 대안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S&P 마켓인텔리전스(S&P Market Intelligence)가 최근 발표한 '2024 사모펀드 및 벤처캐피탈 전망'에 따르면 운용자산(AUM) 50억달러 이상인 대부분의 투자자(88%)가 향후 12개월동안 사모대출 배분을 늘릴 계획이다.
부실 부동산의 회복에 베팅하면서 관련 시장에서 투자기회를 모색하는 것은 해외 뿐 아니다. 국내에도 NPL(부실채권)펀드와 사모대출펀드가 기관투자자의 호응 속에 점점 더 인기를 얻고 있다. 해외에선 은행들의 돈 가뭄과 달리 국내는 기존 PF대주였던 저축은행·캐피탈사가 충당금 확대 이슈 속에 자금공급에 나서지 못하면서 사모대출과 같은 대안금융이 부상하고 있다.
더욱이 6월부터 새 평가기준에 따른 PF사업장 구조조정 및 재구조화가 본격화되면서 NPL투자 물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국내외 기관들이 이를 투자 기회로 활용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NPL시장 내년까지 확대 전망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달 내놓은 '국내 부동산PF 리스크 진단 및 대응 방향성' 보고서에서 "위기 발생 1~2년 후 NPL규모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정부의 PF사업장 정리 강화로 내년까지 NPL 규모 및 관련펀드 확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NPL(부실채권)은 3개월 이상 연체해 원리금 회수에 위험이 있는 채권을 말하지만 업계는 부실화된(디스트레스드) 채권을 넓은 의미에서 NPL성 자산으로 분류한다. NPL자금은 유동성 위기로 매도되는 우량자산의 재무구조 개선 자금을 투입하거나 채무불이행 사유가 발생했거나, 기한이익 상실이 될 가능성이 확실한 상황에서 기존 채권의 매입, 대환 대출 또는 신규 대출 등에 투자하는 전략을 취한다. 특히 NPL투자 전문가들은 PF부실·공급과잉으로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자산이나 고성장이 기대되는 섹터 위주 선별하고 있다.
증권사와 운영사들은 올 들어 NPL본격화에 대비해 투자자금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투자증권과 TPG안젤로고든은 특수상황형펀드(스페셜시추에이션펀드, SSF) 관련 공동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IBK금융그룹(700억원)과 유암코(800억원)을 출자해 1500억원 규모 NPL펀드를 조성했다.
한양학원 계열 HHR자산운용은 500억원의 특수상황형 펀드를 설정해 100억원대 투자를 집행했으며, JB자산운용은 상반기 중 1000억원대 NPL정상화펀드를 설정하기 위해 여전사들과 협의하고 있다.
캠코정상화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들도 개발펀드·리츠, PFV를 활용해 만기 연장 불발된 부실 사업장 인수에 나서고 있다. 신한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신한정상화1호부동산펀드(캠코PF정상화지원펀드)는 지난 21일 싱가포르투자청(GIC)과 마스턴투자운용이 손절하며 내놓은 서울 마포 도화동 소재 분양주거 개발사업장을 인수하면서 2번째 투자를 단행했다. 앞서 지난해 9월 503억원을 들여 서울 회현역 삼부빌딩을 인수해 정상화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설정한 캠코PF펀드는 지난 10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오피스 NPL의 선순위(트랜치A) 브릿지채권 600억원의 인수약정 체결 및 인출을 클로징했다.
기관투자자 사모대출펀드 투자 집중
국내 주요 연기금과 공제회의 투자 기조가 중위험 중수익 추구를 위한 사모대출 시장으로 집중하고 있다. 국내외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한 에쿼티 자금의 손실 정리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에쿼티 블라인드펀드 출자 심리가 악화됐다. 또한 에쿼티펀드의 수익률이 낮은 것도 기피 이유다.
국내 자산운용사의 한 부동산본부장은 "상업용부동산 투자시 캡레이트(투자수익률)가 4%대 후반으로 낮아 공제회 등이 에쿼티 펀드보다는 안정적 수익이 기대되는 대출형 펀드로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산하 노란우산은 국내 부동산 대출 펀드(6000억원 규모) 위탁운용사 우선협상대상자에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과 캡스톤자산운용을 선정했다. 각각 3500억원, 2500억원 출자한다.
건설근로자공제회는 국내 선순위 부동산 대출펀드 운용사에 삼성SRA자산운용,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등 4곳을 선정했다. 각각 500억원을 출자, 총 2000억원을 투자한다. 실물 담보대출 및 PF 대출 등 선순위를 중심으로 한 순수 대출형이 투자대상이다. LTV 65% 이하의 선순위로 구성된 대출 투자 비중이 70%를 넘어야 한다.
우정사업본부는 국내 부동산 담보대출에 운용사 1곳을 선정, 40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우체국예금이 3000억원, 우체국보험이 1000억원을 각각 출자한다. 목표수익률은 5.0% 이상이다.
다만 연말 금리 인하 기조가 본격화될 경우 중수익을 기대하는 기관의 사모대출 투자 수요는 악화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