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새해 부동산PF 투자 재개했지만 여전히 관망세...HUG PF는 각광
지난해 조기 북 클로징(장부 마감)을 단행했던 금융권이 새해 들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투자시장 문을 열었다. 그러나 부동산경기 침체와 금융시장 불확실성으로 인해 아직은 관망하는 분위기가 짙다. 사업성이나 건설사 등급이 우량한 사업장을 찾는 한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HF) 등의 보증부 PF대출을 선호하는 등 전반적으로 대출 취급에 보수적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동산PF 관련 연 7~8% 금리(LTV 선순위 이내)로 대출 북이 열렸지만 실제 PF대출 취급에는 조심스런 분위기다. 이 같은 금리 수준은 작년 4분기 레고랜드발 자금경색 때 9% 이상을 요구하던 시기에 비해서는 소폭 내려간 것이다. 그러나 연내 기준금리가 추가 인상될 예정이어서 금리 수준이 안정화된 것은 아니다.
우선 은행들은 PF취급 기준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예전에는 담보와 사업 인허가 상태를 주로 확인했지만 지금은 시공사가 어디이고, 진짜 사업성이 안정적인지, 시행 능력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양 위험이 안고 있는 주거용 부동산보다는 상업용 부동산으로 이동하고 있는 점도 은행들의 특징이다. 산업은행은 시공사 연대보증물 위주로 취급하되 분양 사업은 채권보전장치 기준을 강화하는 등 매우 보수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기업은행도 주거용 보다는 지식산업센터와 오피스빌딩 개발사업에 올해 역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2금융권 분위기도 비슷하다. 새마을금고의 대출 취급 요구수익률은 기본 7% 이상이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조달금리에 2~3% 이상의 가산금리를 얹어야 해 7% 이하는 거의 없다"면서 "북은 열렸지만 금리를 맞추기 위해 자산운용사가 제시하는 물건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증부 PF상품, 금융권 대세로 부상
새해 들어 HUG가 새로운 PF보증 상품을 내놓고 PF보증 규모도 크게 확대하면서 보증서PF물에 대한 금융권 선호 현상이 올해 특히 두드러질 전망이다.
HUG는 총 15조원 규모의 PF보증 신청을 지난 3일부터 접수하고 있다. 기존 PF보증을 연간 5조원 공급 목표에서 10조원 공급으로 늘리는 한편 미분양 사업장의 건설자금조달을 위해 미분양 대출보증을 신설해 5조원을 공급하는 게 핵심 골자다. 이 같은 공급 목표액은 지난해 3조원 공급실적(목표 5조원) 대비 5배 늘어난 것이다.
기존 단기자금인 ABCP로 자금을 빌린 사업장을 장기 대출금으로의 대환을 위한 PF보증도 신설된다. 즉, 자산유동화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주택사업자의 대출만기가 도래하고 차환을 위한 투자자를 모집하지 못할 경우, HUG 보증부 대출을 통해 기실행 PF 대출금을 상환해 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HUG는 특히 국민, 수협, 부산, 우리, 하나 등 5개 은행만 취급했던 HUG의 표준PF상품을 작년말로 중단하고 HUG PF보증 상품을 취급할 수 있는 금융권 문호를 크게 개방됐다. 은행은 물론 농협 수협 새마을금고 신협 보험사 증권사 등도 보증부PF 대출기관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HUG 보증상품을 연계한 부동산금융 상품을 내놓으려는 금융사가 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업계가 먼저 HUG나 HF 보증부 PF를 찾고 있다"면서 "보증서 담보부 PF가 안정적이라 금융권도 선호하고 있어 공공기관 보증 PF가 올해 PF시장의 대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