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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자본 구축과 위험관리 수단(2)

김갑진
- 13분 걸림 -
게티이미지뱅크

1. 건설자본 구축위험의 의미

지난 기고에서 건설자본 구축과 관련한 위험관리 수단에 대해  ‘건설보증’을 중심에 두고 그 유래와 기능, 국내도입 과정 등을 알아봤습니다. 이번에는 각론으로 ‘위험의 의미’, ‘위험관리 수단인 보증과 보험 개요(차이, 활용례 등)’, ‘구체적 위험 속성으로서 시공위험과 상업위험’ 순으로 살펴보려고 합니다

먼저 건설자본 구축과 연관된 위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건설자본은 개별 건설생산물의  완성으로부터 구축되므로 위험은 어떠한 이유에서든 ‘개별사업을 완성하지 못할 가능성’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사업완성’은 본고의 논의범위를 감안하여 물리적 준공을 넘어 목적물의 실제적 활용 가능 단계까지로 확대하겠습니다.

전통적으로 건설부동산 산업의 생산양식은 아시다시피 크게 발주자(시행자 또는 그 대리인)와 시공자의 결합으로 단순화할 수 있습니다. 발주자는 사업의 계획, 조정, 지휘, 통제 등 사업 관리감독과 재원 투입을 담당합니다. 시공자는 자금, 노동, 자재, 기술을 조합하여 약정된 공기내에 공사를 진행하지요. 이때 인적, 물적 피해가 없는 안전한 시공은 기본입니다.

위 단순화는 2000년대 이후 국내에 부각된 PF, 유동화, 펀드, 리츠 등 발주자와 분리된 재원을 발주자 범주로 규정하지 않습니다. 발주자 외 제3의 재원공급자는 조달된 재원의 안전한 상환을 사업완성과 연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건설자본 구축위험의 범위를 확대한 측면이 있습니다.

따라서 사업실패 위험은 크게 건설계약(도급계약) 당사자인 발주자, 시공자를 비롯해 재원공급자, 사업참여자 나아가 제3자 등 인적요인과 사업진행 기간동안 발생하는 경제, 정치, 문화 등 여타 통제 불가능한 비인적 요인으로부터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사업실패 위험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으나 위험관리 수단을 통해 보호하려는 위험은 우선 금전으로 환가되는 ‘경제적 위험’(Economic Risk)임을 상기해야 합니다. 또 재무적 기준에 의한 위험 분류상 거래당사자 고유속성, 주변 연관 요인, 또는 이들의 결합 등으로 사업완성을 저해하는 신용(Credit), 시장(Market), 운영(Operation) 위험 및 이들의 복합 작용인 경우가 많습니다.

한편 보증, 보험 등 위험 관리수단은 대체로 해당 위험을 발생시킨 원인 측면에서 사회현상의 변화(동적 위험)나 전반적 위험발현 요인(체계적 위험)을 보호대상에서 모두 배제하지는 않습니다. 이를테면 전쟁, 천재지변, 내란 등 전역적 위험은 보호 대상에서 배제하나 ‘IMF외환 위기’와 같은 한 국가(시장)내 체계적 위험으로 작용할 만한 충격은 보호합니다.

현재까지 국내외에서 건설자본 구축위험은 주로 시공자(수급인) → 발주자(도급인), 또는 시공자 → 재원공급자에 대한 채무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에 치중되어 온 것이 사실입니다. 사업은 발주자나 재원공급자 등 비시공자 요인에 의해서도 얼마든지 실패가능성에 노출되지만 이들 위험은 상대적으로 보호수단이 부각되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경우 발주자의 대금지급 각서, 재원조달능력 등에 대한 확인·공시의무 등이 계약에 부여된데 반해, 국내에서는 지난 2013년 민간공사에 한해 발주자가 시공자에 대해 대금지급의무를 보장하는 위험관리 수단을 규정한 바 있습니다.(건산법 제22조의 2)

2. 위험관리 수단 : 보증 Vs 보험

세계적으로 수주산업의 위험을 관리하는 수단으로 보증 본질의 금융상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특별히 한일 양국은 손해보험의 한 종류로 보증보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판례는 ‘형식적으로는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이나, 실질적으로는 보증의 성격을 가지고 보증계약과 같은 효과를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판시(대법원 2000다 70156판결)하고 있어 보증보험의 보증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보증(공제)이 국가(지방)계약법, 도시정비법, 민간공사 표준도급계약서 등에 그 존재근거가 규정된 가운데, 보증보험은 상법(보험업법)에 손해보험의 한 종목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보증은 공제조합 등의 자조단체에서, 보증보험은 전업보증보험사에서 취급되고 있습니다. 이 두 상품은 과거 90년대 중반까지 각각 보증계약설, 제3자를 위한 보험계약설에 기반해 일정한 차이를 두고 다루어지다가 이후 주로 보험계약설에 기반해 보증 본질의 보험으로 점차 확립되어 가고 있는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보증계약설에 의할 경우 보증은 보증인과 채권자의 계약을 전제해 보증인과 채권자의 당사자성을 강조하는 반면, 보험계약설에서는 채권자를 피보험자로 지정할 뿐 채무자(보험가입자)와 보험자의 보험계약(제3자를 위한 보험계약)으로 위험을 보장합니다. 보증을 다루는 두 학설의 차이는 <표1>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보증(공제)이 채무자의 신용보강을 통해 본질적으로 신용공여의 성격이라면 보험은 유사 위험을 집합(Pooling)하여 손해를 예정한다는 특성을 강조합니다. 이같은 차이는 보증인(보험자)의 채권자에 대한 항변권의 정도, 채무자 위험의 보증인(보험자) 전가 여부에 따른 구상권 실행 등에서 실무상 달리 적용될 여지를 두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보증인은 주채무자 채무불이행(완성실패)으로 보증채무를 이행할 때 채무자의 이행을 선제적으로 요구한다거나(보충성), 주채무자의 항변사유로 보증인도 항변할 수 있음이 분명합니다.(부종성) 반면 보증보험의 보험자는 보험사고로 채권자가 보험금을 청구할 때 보험 원리상 보증인같이 주채무자의 지위를 대위하거나, 주채무자의 이행을 보충하는 정도가 약화되어 위험 인수자로서의 책임이 부각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에 불구하고 현행 보증(공제)와 보증보험은 둘 다 채권자를 보호한다는 공통기능을 수행하며 사실상 실무계에서 대체상품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3. 시공위험:상업위험 Vs 이행보증:지급보증

<그림1>은 국내 건설자본 구축사업 중 위험관리 수단을 가장 넓게 포괄하는 (노출위험이 가장 넓은) 민간주택건설사업을 기준으로 표시한 것입니다.

<그림1> 건설부동산 사업완성을 위한 위험관리수단

<그림1>에서 보시다시피 건설부동산 사업 완성에 내재된 위험은 크게 시공위험과 상업위험으로 대별할 수 있습니다. 시공위험은 사업완성을 저해하는 사업당사자, 그외 이해관계자의 신용위험을 주로 다룹니다. 신용위험은 개별 당사자의 사정, 시장여건의 변화, 사회여건의 변화 등으로부터 강화되며 시장, 운영위험과 복합적으로 나타납니다. 쉽게 말해 개별 건설업체의 부도는 해당업체의 재무, 기업경영상의 문제이지만 그 부도에 이르기까지 금리, 경기 등 시장요인도 함께 작용하는 것입니다.

신용위험으로부터 발생하는 시공위험을 다루는 위험관리 수단 중 대표적인 것이 이행보증(Performance Bond)입니다. 이행보증은 건설부동산 사업의 완성(준공이행)을 목적으로 하는 주계약을 보증하는 것이므로 ‘이행보증’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보증채무와 주채무의 동질성) 그러나 실제 이 보증채무의 속성은 공사이행보증 등 일부 상품을 제외하고 모두 일정금원의 지급을 약속하는 ‘지급보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금원은 보증계약에 따라 미리 약정된 일정액이거나 보증금액 한도의 실제 손해액일 수 있으나 여하튼 대금으로 지급하고 보증채무를 면하므로 일정금액 지급을 보증한 것으로 보아도 무리가 아닙니다. ‘사업완성 이행’이라는 본질적 의미의 이행보증은 주채무 불이행시 보증인이 주채무와 동질의 채무를 이행하는 역무이행 조건부 공사이행보증, 분양보증, 시공보증 정도로 한정됩니다. 물론 보증인의 역무이행은 해당 보증사고 시 보증채무를 이행하는 방법 중 하나로 설계된 경우가 많습니다. (대금지급으로 채무를 면하는 방법을 병행)

‘상업위험’은 외환위기 이후 건설부동산 사업이 PF 등 구조화 금융과 연계되면서 조달재원의 상환의무가 시공자에게 집중되는 과정에서 조명되고 있습니다. 상업위험의 최종양상은 조달재원 상환불이행이나 이 위험의 본질은 ‘미래의 인간심리·상황·경기’ 등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불확실한 미래를 보고 사업을 진행하다가 부동산 경기의 급반전, 이를 초래할 시장변수들의 움직임, 트리거가 될만한 사고 등을 통해 계획된 현금흐름을 창출하지 못하여 조달재원을 상환하지 못하는 경로에 이르기 때문입니다.

상업위험의 대표적 관리수단인 책임준공은 현재 국내시장에서 확고히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가히 책임준공이 없는 PF는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책임준공은 채권자보호를 위해 보증인이 통제하지 못하는 사유를 폭넓게 포함하여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는 책임준공이 국내 PF 활성화의 키로서 그 연원과 현실 간 부조화로 인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 기고 <책임준공의 진화> <책임준공의 진실 마주하기>를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건설자본 구축에 내재된 시공위험과 상업위험은 그 관리수단의 진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보증, 보증보험 등의 관리수단은 채권자 보호라는 본질적 기능을 달성하기 위해 시장의 형편에 따라 전통적 보증원리로부터 변형을 거치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의 책임준공, 국제계약에서의 청구보증 등은 채권자 보호에 보다 많은 무게를 둔 관리수단임에는 분명하나 그 무게만큼 채무자를 가혹하게 하는 측면도 분명이 있습니다.

건설자본 구축과 위험관리 수단(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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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진

보증기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건설경제의 어제와 오늘(우리가 사는 집과 도시)' 저자입니다. 아주대 겸임 교수를 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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