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못잡은 유안타빌딩 재개발사업, 대주단에 누가 들어갔나
서울 을지로 옛 유안타증권빌딩 재개발사업이 은행권 비참여, CBD(도심) 오피스 공급과잉 우려, 높은 원가 등 각종 악조건 속에서도 지난달 말 5900억원의 본PF 조달에 성공했다. 대출 트랜치를 4개로 늘려 한국투자증권의 사모투자펀드(PEF)를 유치하고 PM(프로젝트 매니지먼트)사를 후순위 대주로 유치하는 등 가용 대주단을 영끌해 본PF 딜을 클로징했다는 분석이다.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 부지 개발사인 캡스톤명동PFV와 금융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지난달 28일 5925억원의 본PF 대주 모집을 완료하고 브릿지론(담보대출) 3345억원을 갚았다. 이번 본PF조달로 오피스 재개발사업을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당초 지난 4월 28일 담보대출 만기를 맞아 본PF로 전환해 개발할 예정이었으나 참여자 모집이 지연돼 대출 만기를 6개월 연장한 바 있다. 캡스톤명동PFV가 지난 2022년 4월 유안타증권을 매입하며 일으킨 담보대출에는 농협은행 기업은행 교보생명 등이 참여한 바 있다.
본PF 조달 현황
본PF 대출은 트랜치A 4100억원, 트랜치B 1120억원 트랜치C 350억원 트랜치D 350억원 PM사(우림이엔피) 후순위 5억5000만원으로 나뉜다.
트랜치A에는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이 가장 많은 1800억원을 집행하고 교보생명(1000억원) 현대해상(800억원) DB손해보험(500억원) 참여했다. 트랜치B에는 한국투자캐피탈(500억원) DB캐피탈(40억원) NH투자증권(580억원)이 들어갔다.
이번 파이낸싱 과정에서 350억원 규모 트랜치C 모집에 가장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투증권의 기관전용사모펀드(PEF) 300억원과 IBK캐피탈 50억원으로 트랜치C를 채웠다.
트랜치D에는 새마을금고중앙회(150억원), 신한캐피탈(100억원), 우리투자증권(100억원)이 들어갔다. 834억5000만원 규모 에쿼티(자기자본)는 새마을금고중앙회(500억원), 한화생명(150억원), 신한라이프(150억원), 캡스톤자산운용(16억5000만원), 현대엔지니어링(12억5000만원)으로 구성된다.
오피스 개발사업에서 발 빼는 은행들
양질의 저리 대출로 통하는 은행들은 지난달 한화그룹이 시행하는 서울역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 본PF 참여 이후 오피스 개발사업 참여를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가 이번 딜에서 감지됐다. 브릿지론(담보대출)에는 참여했지만 본PF에는 들어가지 않은 것이다.
은행들은 우선 RWA(위험가중자산) 대출 한도가 거의 차 비주거 개발사업 PF 참여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은행 관계자는 "개발사업 PF대출의 RWA 가중치가 150%로 비율이 높은데다 올해 한도 마저 거의 차 개발사업 중에서도 비주거형 참여가 힘들다"면서 "앞으로 연내 남은 기간 동안 RWA가중치가 낮은 HUG 보증부 대출 중심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은행들은 일시적 공급 과잉 우려가 제기되는 CBD 오피스 개발 딜과 사전 임차인을 확보하지 않은 오피스 개발사업 참여가 어렵다고 설명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 임차인을 확보하지 않고 준공시까지 리스크를 열어놓은 채 단지 LTV로 금액을 잘라 선순위로 참여하는 딜은 지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CJ대한통운이 시공사로 참여
이번 유안타증권빌딩 재개발사업은 원가가 높은 것도 취약점으로 꼽혔다. 캡스톤자산운용컨소시엄은 지난 2022년 4월 이 빌딩을 입찰을 거쳐 3060억원에 매입했다. 연면적 기준 평(3.3㎡) 당 3610만원에 해당되는 가격이다. 당시 CBD 중에서 2021년 거래된 SK서린빌딩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높은 토지 원가에다 공사비를 더하면 준공 후 연면적 기준 평당 약 5000만원이 개발원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캡스톤명동PFV는 당초 알려진 대형 시공사가 아닌 중견 시공시와 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사업비 절감을 위해서다. 캡스톤명동PFV는 지난달 25일 CJ대한통운과 1400억원대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했다. 약 47개월의 공사를 거쳐 2028년 9월 준공 예정이다. 해당 건물은 재건축 후 연면적 4만5230㎡(1만3682평), 지하 8층∼지상 24층 규모 프라임급 오피스로 거듭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