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근용 건산련 연구위원 "민자 활성화 위해 정부가 국채수준 저금리 대출해야"
엄근용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국채 수준의 저금리 대출을 직접 제공하거나 지방채 발행으로 금융을 지원해 민간투자사업의 경제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엄 연구위원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관에서 열린 '2023 딜북뉴스-산업은행 공동 주최 인프라금융 포럼'에서 '사회환경 변화에 따른 민자사업 현황과 전망' 주제 발표자로 나와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인프라금융계, 건설사, 엔지니어링업계 관계자 등 15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엄 연구위원은 "최근 신용보증기금이 SOC보증한도를 5000억원에서 7000억원으로 늘리고 2조3000억원의 보증을 공급하고 있지만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필요하다면 정부가 인프라뱅크를 설립해 저금리 직접 대출이나 채권 발행을 통한 지원에 나서야 민자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엄 연구위원에 따르면 미국 연방정부는 직접 대출(TIFIA)하고 지방정부는 지방채(PABs) 발행 지원으로 민자 사업 공적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민간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즉 미국은 TIFIA 제도를 활용해 국채 금리 수준으로 총사업비의 3분의1까지 지원한다. PABs는 주정부가 민간사업자를 대신해 지방채를 발행해 지원하고, 민간사업자가 지방채를 변제하는 구조다. 채권발행에 따른 세금은 비과세다.
엄 연구위원은 또한 사업기간 확대를 통한 사용료 완화를 제언했다. 그는 "우리 민자사업은 법적 운영기간이 최대 50년이며, 1회 연장해 100년까지 운영할 수 있으나 대부분 30년 내외로 실효성이 없는 실정"이라며 "미국 민간투자사업 대부분은 운영기간이 50년 이상이며 99년인 사업도 다수 존재한다"고 역설했다.
엄 연구위원은 아울러 민자 부대사업 활성화와 관련, "현행 부대사업이 민간투자법에서 열거하는 17개 사업으로 제한돼 있어 이를 포괄주의 방식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밖에 △최우선 시설물 목록 등과 같은 민자사업 대상 시설물 적극 발굴 △시설물별 개량운영형 사업 범주에 대한 명확화 △민자사업 부정적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 및 공모 펀드 활용 을 민자사업 활성화를 위한 과제로 꼽았다.
이영규 산업은행 PF1실 팀장은 '미래 SOC투자 트렌드' 주제발표에서 △교통물류 인프라 △우주통신 인프라 △바이오헬스 인프라 △환경 안전 인프라를 미래 SOC 투자영역으로 분류했다.
구체적으로 교통물류 인프라 분야에서 도심항공교통(UAM)과 같은 차세대 모빌리티, 미래형 교통운임 정산인 스마트 톨링, 육해상 물류의 스마트물류 자동화 등을 유망 SOC로 제시했다. 이 팀장은 이 분야 PF금융 가능성에 대해 "UAM, 버티포트(수직 이착륙), 스마트 톨링 등은 거액 투자가 필요하고 이용자를 특정할 수 있는 인프라여서 수익자 부담 원칙을 적용하는 수익형 민자사업(BTO), 위험조정형(BTO-a) 방식이 가능하다"면서 "C-ITS나 3차원 공간 정보 등 시스템적 성격 인프라는 임대형 민자사업(BTL)방식 고려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우주통신인프라 분야에선 위성인터넷망 및 차세대 6G통신망, 우주탐사 인프라를 열거했다. 우주탐사와 관련, 이 팀장은 "막대한 부가가치 창출이 기대되나 기술 난이도가 높아 성공가능성이 불확실하고, 투자비 회수기간이 장기이며 수익자 부담원칙 적용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때문에 BTL 방식 추진이 적절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바이오헬스 인프라에선 스마트병원과 스마트케어인프라가 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분야 금융적용 가능성에 대해 이 팀장은 "기본적으로 복지 성격 인프라이며 타깃 수요층 연령 및 소득 수준 고려시 수익자 부담원칙 적용이 어려워 BTL방식이 적절하다"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환경안전 인프라에선 에너지관리, 재해예방 및 환경개선 인프라를 예로 들었다. 이 팀장은 환경안전 인프라의 금융적용과 관련, " 스마트 미터링, 수처리, 폐기물 처리시설의 경우 사용자를 특정할 수 있고 안정적 수익, 현금흐름 예측이 가능해 BTO, BTO-a 방식 적용이 가능하며, 재해예방 인프라는 계절적 요인에 영향을 받고 안정적인 수요 창출이 가능하지 않아 BTL방식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험사의 국내 민간투자 제약사항'을 발표한 정성민 DB손해보험 수석은 "보험사들은 수익률보다는 기저자산으로서의 성격과 자산부채관리(ALM) 관점에서 국내 민자 투자를 활발히 진행했으나 코로나이후 금리 상승기를 경험하며 민자 자산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새로운 포트폴리오 전략을 구사하려는 경향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정 수석은 "금리 하락기엔 리파이낸싱으로 대출금을 상환받고 상승기엔 저금리로 묶이게 돼 민자사업이 보험사의 기저자산으로서 지속가능한지 의문이 생겼다"면서 "보험사들은 국내 민자 장기대출의 금리 리스크가 상딩히 크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내 민자 자산은 만기와 수익률 관점에서 상당한 불리함을 가지고 있어 국내 민자 이외에 다양한 국내외 대체 상품을 취급할 수 있는 보험사의 관심도는 낮아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장기대출 금리 리스크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어 과거와 같은 형태의 보험사의 활발한 참여가 제약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 수석은 "낮은 금리 수준과 조기상환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어 적정 수익률 보전 장치가 필요하다"면서 "민간 자본 유치만 관심있고 제값을 주지 않는 주무관청에 대한 보험업계의 불만도 크다"고 토로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투자자 관점에서 국내 민자 자산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돼야 하며 이를 통해 활발한 SOC투자를 이끌어 국내 기관의 수익성을 높이는 한편 민자사업 발전과 국민편익 증진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