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피리온, 강남 KR1데이터센터 준공...쿠팡과 임차계약 임박

싱가포르 엠피리온 디지털(Empyrion Digital)이 개발한 서울 양재동 소재 ‘KR1 강남 데이터센터(GDC)’가 개소한 가운데, 쿠팡과 임대차 계약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KR1 데이터센터에서 정부가 도입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 장 확보 및 운용 지원사업을 희망하는 것으로 보인다.

엠피리온은 2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224번지에서 ‘KR1 강남 데이터센터’ 개소식을 열었다. 수전용량 40MW, IT용량 29.4MW 규모로, 지하 3층~지상 9층, 연면적 9300평(약 30,714㎡)에 달한다. 시공은 대우건설이 맡았다. 이번 센터는 싱가포르 소재 SG1 Dodid에 이은 엠피리온의 두 번째 운영 자산이다.

센터는 강남·판교 인접 전략 입지에 위치하며, 양재IC 인근으로 화물 트럭의 진출입이 용이하다. 주거 지역과 떨어져 있어 물리적 보안도 확보할 수 있다. 데이터홀은 지상 1층 사무실과 9층 루프톱을 제외한 28층 전 층에 배치됐다. 고집적 서버 수용을 위해 층고는 78m로 확보했으며, 층별 4.2MW 이상 IT용량으로 총 12만 대 서버 운용이 가능한 하이퍼스케일급 센터다.

랙당 10~40kW 이상 고밀도 랙을 지원해 AI 전용 고성능 컴퓨팅 수요에도 대응할 수 있다. AI 및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에 필요한 저지연·고밀도 인프라에 최적화된 구조로, 하이퍼스케일러 및 기업 고객 유치에 초점을 맞췄다. 첨단 액체냉각 시스템(SPLC)도 도입해 낮은 PUE(1.3)를 구현했고, 전기·수도 사용량도 연간 30%가량 절감했다는 설명이다.

엠피리온은 준공에 앞서 임대차 마케팅을 진행했으며, 쿠팡과 주요 시설에 대한 임차 계약 체결이 유력한 상황이다. 엠피리온 측은 “고객사들과 비밀유지 협약을 맺고 있어 구체적인 계약 여부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쿠팡은 최근 자사 AI 인프라 서비스를 ‘쿠팡 인텔리전트 클라우드(CIC)’로 리브랜딩하며 외부에 공개했다. AI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 본격 진출한 것이다. 미국 아마존이 자사 서버 인프라를 외부에 공개해 AWS로 성장했던 모델과 유사하게, 쿠팡도 KR1 데이터센터를 거점으로 AI 인프라 사업 확장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모한 ‘GPU 확보·구축·운용지원 사업’에도 참여했다. 1조4600억원 규모의 이 프로젝트에는 쿠팡 외에도 네이버, 카카오 등이 지원한 상태며, 사업자 선정이 임박했다. 한 데이터업계 관계자는 “국가가 GPU 소유권을 갖고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형태로, 민간이 선투자 후 영수증을 청구하는 구조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엠피리온은 싱가포르 세라야 파트너스(Searaya Partners) 펀드가 출자한 데이터센터 전문 기업이다. 원래 100% 지분을 보유했으나, 200MW 이상의 대형 프로젝트 개발을 위해 최근 외부 자본을 유치했다. 세라야 펀드 I과 공동 투자자들이 엠피리온에 투자한 총액은 8억2800만 달러다.

국내에서는 가야PFV를 설립해 KR1 강남 데이터센터를 개발했다. 가야PFV의 주주는 싱가포르 KR3펀드(94.24%)와 현대자산운용(종류주식A, 5.57%) 등이다. 엠피리온은 내년 만기 조건의 1100억원 한도 내 시설자금도 조달했다. 약정액 기준으로는 신협중앙회 500억원, 하나은행 300억원, 하나캐피탈 300억원이다.

2021년 설립된 엠피리온은 토지와 전력이 제한된 반면 데이터 수요가 많은 아시아 주요 도시에 집중하는 그린 데이터센터 디벨로퍼다. 현재 싱가포르, 서울, 도쿄, 타이베이, 방콕 등 5개 도시에서 데이터센터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