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A의 신재생 금융지원 증가했지만...선진국 편중· 개도국 미흡

배인성

2024-02-12 - 4분 걸림 - 댓글 남기기

지난해 세계 각국 수출신용기관(ECA·Export Credit Agency)의 녹색금융을 포함한 수출금융 지원이 역대 최대 규모의 실적을 나타냈습니다. TXF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23년 ECA의 수출금융 지원은 456건, 1639억달러를 기록했고, 평균 딜 사이즈는 3억5950만달러를 나타냈습니다.

그러나 ECA의 개발도상국 또는 고위험국의 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개발도상국, 특히 아프리카와 남미에서 ECA의 재생에너지 사업 지원 규모는 아래 도표에서 보듯이 MDB/DFI에 비해 미미한 실정입니다.

DFI/MDB 대 ECA의 신재생딜 PF대출 비교(자료=프록시모 인텔리전스)

전통적으로 'MDB (multilateral development bank)'는 다국적 국제 개발금융기관(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을 의미하며, 'DFI (development finance institute)'는 국제적으로 개발금융을 지원하는 이국 간 공적기관이나 기금 (DFC(영국), Proparco(프랑스), FMO(네덜란드), BII(영국) 등)을 뜻합니다. DFI는 넓은 의미에서 MDB, DFI 또는 ECA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금융의 지원 목적이나 금융 조건에 따라 'ODA (공적개발원조)', 'Non-ODA Concessionary Finance (비 ODA 양허성 금융)', 'Development Finance (개발금융)', 'ECA Finance (수출금융)', 'Commercial Finance (상업금융)' 등으로 구분할 수 있지만, ODA와 상업금융을 제외한 모든 공적 금융을 개발금융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개발도상국 재생에너지 딜에 대한 ECA의 지원은 규모 면에서 MDB/DFI 보다 작을 뿐만 아니라 금융 조건도 비양허적입니다. 에너지 전환 사업에 양허성 금융 지원이 필요한 고위험국에 ECA의 지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입니다.

오히려 상업금융의 금융 적합성이 충분한 선진 시장에 지원이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자국 기업 지원을 위한 ECA·원조 자금이나 개발금융 지원을 하는 MDB/DFI의 금융 지원 목적과 정책에서 비롯된 당연한 것일 수 있습니다.)

사실 석탄화력발전에 의존하는 고위험국에 재생에너지 사업이 기후변화 대응에 좀 더 효과적(more ecological bang for the buck)입니다. 따라서 여기에 ECA가 보다 양허적인 금융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지난 2023년 7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출신용협약이 개정됐습니다. 대규모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수출금융의 최장 만기가 22년으로 증가됐으며, 고위험국에 대한 프리미엄(지급 보증료)이 조정됐습니다. 2023년 말에는 한시적으로 예외 적용되고 있는 고위험국 공공거래에 대한 수출금융 지원한도 (계약 금액의 95%) 규정을 2024년 12월까지 연장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실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ECA의 지원 정책과 그 실행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ECA가 MDB/DFI와 같이 투명성과 사업성이 부족한 고위험국 재생에너지 사업에 혼합금융(한 프로젝트에 비양허성 금융(일반 개발금융, 상업금융)과 양허성 금융을 섞어 지원하는 금융 전략) 등으로 기여하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지금처럼 ECA가 선진국 시장에 중점을 둘지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선진 시장에 계속 집중할 경우에는 OECD 협약 개정이나 ECA의 정책이 단지 다보스(Davos)나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에서의 말잔치에 그친 모습을 답습하는 게 될 것입니다.

배인성교수 블로그(https://blog.naver.com/pae1959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