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사모대출펀드... 부동산금융시장 '머니무브'시작?
경기 침체와 금융시장 불안으로 에쿼티(지분) 투자보다는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대출채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사모대출펀드(PDF)가 뜨고 있다. 대출 한도가 줄고 심사 가이드라인도 높아지면서 기존 부동산금융 플레이어가 위축되자 이 틈새를 이용해 기관투자자들이 사모대출형 블라인드펀드 설정에 나서고 있다.
사모대출(Private Debt, PD) 또는 사모신용(Private Credit)은 대출형 펀드가 프로젝트(기업)에 부채금융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은행이나 캐피탈 저축은행 등 기존 금융권이 직접 대출하거나 또는 기업이 공모시장에서 차입금을 조달하는 것과 구별된다.
22일 운용업계에 따르면 건설근로자공제회는 2000억원 규모로 국내 부동산 선순위 대출펀드 위탁운용사 선정 공고에 나섰다. 운용사당 500억원 이내로 4개사를 선정한다. 오는 26일까지 제안서 접수를 마감하는데 여러 자산운용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운용 대상은 국내 부동산 선순위(LTV 65%이내) 대출채권이다. 실물담보대출 또는 개발사업 PF대출에 투자한다. 목표 수익률은 연 6% 이상이다.
중소기업중앙회(노란우산공제)도 국내 부동산 대출 블라인드 펀드 선정 계획을 최근 공고하고 내달 8일까지 제안서를 받는다. 총 6000억원 규모로 2개사를 선정한다. 목표수익률은 연 5.5% 이상이다. 국내 주요 도시 부동산(오피스, 물류 등) 대출형 투자이며 실물 담보대출 또는 개발사업 PF대출이다. 담보대출은 선·중순위 LTV 70% 이하, PF대출은 선순위 LTC 70% 이하다.
이처럼 공모를 통해 운용사를 선정하는 형태도 늘지만 수의 형태로 설정하는 사모대출펀드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한 대형 부동산운용사는 먼저 프로젝트 파이프라인을 확보한 뒤에 대출 블라인드펀드를 설정하는 것을 LP(기관투자자)들과 협의하고 있다.
사모대출 펀드시장이 기지개를 켜면서 우량 딜에 대해 입도선매에 나서고 있다. 이마트 성수부지(K-프로젝트) 개발사업이 조만간 2조원의 본PF금융 모집을 개시하는데 아직 시작도 전에 자산운용사의 사모대출펀드 등이 대주 참여 의향을 전달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사모대출펀드가 부각되는 것은 부동산금융 시장의 자금조달이 얼어붙으면서 금융공급의 대안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자금공급자 우위의 시장이다 보니 대출형 펀드 운용사들이 투자 요건과 수익률 등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이에 맞는 우량한 개발 물건을 고를 수 있다"면서 "선순위부터 후순위까지 폭넓게 자금 공백이 발생한 터라 높은 수익 조건으로 자금 운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체투자 조사기관인 프레킨(Preqin)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GFC) 이후 은행이 레버리지 대출에서 손을 떼고 금융영업을 대형 고객에 집중하면서 펀딩 공백을 사모대출펀드가 메웠고 이로 인해 사모대출시장이 급격히 확대됐다.
핏치북(PitchBook) 조사 결과 2023년 9월 30일 기준으로 사모시장의 부채가 총 운용자산(AUM)의 16.6%를 차지할 정도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사모대출펀드는 직접 대출, 벤처기업 대출, 특수상황 대출 등을 취급하며 선순위, 후순위, 메자닌 등 제공되는 부채의 유형에 따라 다양한 전략을 구사한다. 사모 대출은 상장 또는 비상장 기업뿐 아니라 인프라 및 부동산과 같은 실물자산에 대한 대출도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