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정너'였던 양대 대형오피스 매각
마스턴투자운용의 돈의문 디타워와 코람코자산신탁의 더에셋의 매각 마케팅 결과가 드러났습니다. 돈의문 디타워는 NH농협리츠운용 그리고 더에셋은 삼성SRA자산운용이 각각 우협에 선정됐습니다.
상업용 부동산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대형 자산이 시장에 연속 나오면서 거래가 이뤄질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있었습니다만 지금까지는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근래 진행된 거래 가운데 MOU가 쉽게 파기되는 것들도 많았지만, 이번에는 거래 완결 능력을 갖춘 곳들로 우협이 선정되다 보니 그런 우려는 다소 적어 보입니다.
오히려 마케팅을 시작할 때부터 어느 정도 답이 정해진 게임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돈의문 디타워는 이미 인근에 농협 타운이 조성되어 있어 NH 관계사들이 참여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있었고, 더에셋은 삼성타운으로 재결합할 가능성이 매각 뉴스가 나올 때부터 있었습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역시 모범답안이 나왔습니다. 아무래도 시장이 불안정적하니 매도자들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안정적인 선택을 한 것 같습니다.
이번 결과를 봤을 때 앞으로 거래 규모가 크고 입지가 좋은 프라임급 대형 자산들은 점점 자본력을 갖춘 금융 계열의 운용사·리츠로 편중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최근 시장에서 투자금 모집이 어려워지면서 자금 조달에 여력이 있는 대기업 계열 관계사를 두고 있는 스폰서 리츠들도 자산 편입을 늘려가면서 규모를 키워가고 있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정글에 숲이 우거지고 먹잇감이 많을 때에는 작은 동물이나 큰 동물 구별 없이 골고루 먹이를 먹을 수 있었다면, 가뭄이 오고 땅이 척박해지는 시기에는 체력을 갖춘 강한 동물들만이 살아남아 먹이를 차지하는 것과 같은 자연의 이치가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도 적용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장의 움직임이 활발하고 다양한 자산이 편입되면서 성장하던 시기에 강한 것처럼 보였던 몇몇 회사들도 이제는 외부 경제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한때는 블라인드펀드를 설정한 회사들이 시장을 선도해 가던 시장이 있었는데 투자 환경이 변하면서 언젠가부터는 힘을 내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략적인 의사 결정이 내려지면 자금 모집에서부터 임차인 확보까지 한꺼번에 끌어올 수 있는 저력을 가진 대기업 계열 부동산 금융사의 활약이 점점 돋보이는 시장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시장이 어려워도 견딜 수 있는 자본금과 인력 구조를 가진 이런 회사들은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경쟁자들이 고사되면서 더 많은 기회를 갖게 될 것입니다. 몸집이 커서 준비하는 데 오래 시간이 걸린 상업용 부동산 시장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였던 이들이 신발 끈을 묶고 뛸 준비를 하려니 함께 뛸 경쟁자는 없는 형국이 되는 것입니다.
오랜 기간 동안 침체기를 겪었던 시장에 반등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하반기에 금리가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져가고 있는데 금리만 바뀐다고 해서 시장의 방향이 크게 바뀔 수 있을지도 다소 의문입니다. 크게 오른 공사비와 마곡이나 도심 중심으로 오피스 빌딩들의 대량 공급이 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답정너인 프로젝트들의 딜 클로징이 완료되면, 그만큼 자금 공급이 되고 순환이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투자 시장의 숨통이 트여 분위기는 많이 개선될 것입니다. 시장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거래들이 무사히 잘 마무리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