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기 겪는 상장리츠·맥쿼리인프라, "주주가치 높이자"
고금리 부담과 부동산 등 대체자산 가격 조정 여파에 주가 부진을 겪은 상장리츠와 맥쿼리인프라가 주주가치 제고 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채권 등 다른 경쟁 상품으로 이탈하는 투자자를 붙잡기 위해 이들 리츠·인프라펀드는 기존에는 볼 수 없던 다양한 주주 환원 방안을 내놓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삼성증권에 따르면 코람코에너지리츠는 최근 화정2호 반송대로 연산 명일 서원 등 5개 주유소 자산 처분을 마무리하고 처분 이익을 11월(5기)과 내년 5월(6기) 각각 반기 배당 결의해 주주에 지급(환원)하기로 했다. 5기 총 배당금은 주당 170원으로 당초 전망치 145원을 크게 웃돈다.
6기에 잔금을 치루는 연산주유소에서 100억원 이상 처분이익이 나와 6기 배당금은 주당 200원을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240억원의 매각 원금은 차입금 상환이나 기존 부동산 설비투자에 활용된다. 이번 매각은, 고금리 환경에 맞서 주주에 강력한 현금흐름을 제공하는 한편 재무건전성도 강화해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맥쿼리인프라는 하반기 분배금을 390원으로 결의하는 한편 서울춘천고속도로 재투자를 결정했다. 하반기 분배금은 보수적으로 지급한 상반기에 비해 3% 늘어난 것이다. 이로써 2022년 시가 배당수익률은 6.9%로 역대 최고 수준을 나타낸다.
맥쿼리인프라는 이와 함께 투자자산 17개 중 하나인 서울춘천고속도로의 지분 2.3%를 36억원에 추가 취득하기로 했다. 이에 지분율은 18.2%로 확대된다. 기존 주주였던 한국도로공사가 매각의사를 밝힘에 따라 이 중 일부를 맥쿼리인프라가 취득한 것이다. 이 자산은 맥쿼리인프라 포트폴리오 내 비중이 7.3%로, 통행량과 통행료 수입이 해마다 증가한 안정적 자산이다. 추가 취득 규모가 크지 않지만 기존 자산의 재투자로 꾸준한 성장 전략을 대외에 보여줬다는 평가다.
앞서 지난달 25일에는 물류전문 리츠인 ESR켄달스퀘어리츠가 자사 스폰서인 ESR켄달스퀘어의 지분 매입을 공시하면서 주주가치 제고의 신호탄을 쐈다. ESR켄달스퀘어와 관계사는 주가 부양 목적으로 이 리츠 지분율을 기존 9.9%에서 10.5%로 0.55%P 확대했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는 지난달 4일 이사회에서 목표 배당수익률을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제6기(2022년 9월~2023년 3월) 사업 계획을 통해 예상 배당액을 주당 약 146원에서 약 152원으로 상향 조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배당수익률은 6.10%로 공모가(5000원) 기준으로 약 0.25%p 늘어난 셈이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는 프랑스 아마존 물류센터, 인천 항동 물류센터, 프랑스 파리 크리스탈파크 오피스 등의 기초자산으로 구성된 마스턴 투자운용의 1호 상장리츠다.
이처럼 상장리츠와 상장인프라펀드가 주주가치 제고에 나선 것은 침체된 시장 아래에서 움추러든 주가를 부양하기 위한 방안으로 주주 환원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이어진 저금리와 유동성이 풍부한 시기에는 자산 늘리기와 외형 성장 만으로 주가를 높일 수 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자사주 매입 등 전형적인 주주환원의 방식을 구사하기 어려운 리츠의 특성상 자산의 저가 매입, 스폰서의 책임 경영과 투명한 커뮤니케이션, 자산의 적기 매각을 통한 처분이익 배당과 차입금 감축이 최선의 주주환원 방식"이라며 "지금처럼 자산가격이 하락할 경우 자산 매각으로 포트폴리오의 가치를 증명하고 주주에게 강력한 현금흐름을 제공하는 동시에 부채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외에서는 리츠를 상대로 매각 혹은 합병, 전략 변경을 요구하는 행동주의 주주 사례가 빈번히 나타나며 끊임없이 리츠의 개선 작업이 이뤄져 왔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