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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준공 모범규준, PF 구조개혁의 첫발일까 미봉책일까

배인성
배인성
- 9분 걸림 -
챗GPT

1. 부동산 PF 책임준공 모범규준 시행, 진정한 Non-Recourse 금융의 첫걸음이 될 수 있을까
우리나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오랫동안 안고 있던 구조적 문제가 제도 개선이라는 전기를 맞고 있습니다. 2025년 5월부터 각 금융업권별로 시행되기 시작한 ‘책임준공 관련 업무처리 모범규준’은 시공사에게 과도하게 전가돼 온 리스크를 보다 합리적으로 분담하려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조치로 평가됩니다.

이번 모범규준이 우리나라 PF 금융을 진정한 non-recourse 구조로 발전시키는 첫걸음이 될 수 있을지, 그 변화의 내용과 한계, 그리고 시장에 미칠 영향을 살펴봅니다.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은 금융기관 입장에서 안정성을 확보하기 유리한 구조지만, 시행 리스크가 시공사에 과도하게 전가되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는 PF의 핵심 원칙인 non-recourse 구조와 충돌할 수 있으며, 최근 책임준공 제도 개편 논의가 이 지점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PF 부실 리스크 완화를 위해 보증기관의 보증 한도 확대, 채무인수 리스크 완화 방안 등을 지속적으로 검토 중이며, 건설공제조합을 통한 시공사 책임준공 보증 확대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2. 과도한 책임 전가에서 합리적 위험 분담으로
기존 PF 시장에서 책임준공 제도는 시공사에 매우 불리한 구조였습니다. 천재지변, 전쟁, 내란 등 극히 제한적인 사유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외부 요인으로 인한 공사 지연에도 시공사가 책임을 져야 했습니다. 약정일을 하루라도 초과하면 PF 대출 원리금 전액을 인수해야 하는 구조는 사실상 채무보증과 다름없었습니다.

이 같은 구조는 시공사 귀책이 아닌 상황에도 과도한 리스크를 부담하게 하여, 본래의 non-recourse 금융 원칙과는 동떨어진 체계였습니다.

이번 모범규준은 이러한 불합리성을 일정 부분 완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책임준공 연장 사유가 기존의 제한된 범위를 넘어 원자재 수급 불균형, 법령 제·개정, 전염병, 태풍·홍수·폭염·한파 등의 기상이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지진 등으로 확대되었습니다. 문화재나 오염토 발견 시에도 사전 협의를 통해 일정 변경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는 불확실성에 노출된 시공사 입장에서 현실적인 개선으로 평가됩니다.

3. 채무인수 구조의 점진적 완화
주목할 만한 변화는 채무인수 비율의 차등화입니다. 과거에는 준공기한을 하루라도 초과하면 PF 대출 전액을 시공사가 인수해야 했지만, 이제는 기한 도과 일수에 따라 최대 90일까지 채무인수 비율이 비례 조정됩니다. 이는 시공사 부담을 현실화하는 동시에, 무분별한 공사 지연을 방지하려는 균형적 시도로 해석됩니다.

또한 PF 사업의 자기자본비율에 따라 시공사의 책임을 면제하거나 완화하는 조치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는 재무건전성이 높은 시공사에 대한 유인을 제공해 시장 전반의 리스크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긍정적인 시도입니다.

4. 시행사의 의무를 시공사에 전가하는 구조의 한계
그러나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과연 시공사가 시행사의 채무를 어떤 형태로든 인수하는 구조가 non-recourse 원칙에 부합하는가 하는 점입니다.

PF는 프로젝트 자체의 현금흐름과 자산을 바탕으로 리스크를 평가하며, 채무자인 시행사 외 제3자의 신용에 의존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행사와 별개의 법적 주체인 시공사가 채무를 인수해야 하는 구조는 PF의 본질과 어긋납니다.

특히 시공사가 출자회사인 시행사의 사업 실패 가능성까지 떠안게 되는 구조는, 위험의 합리적 배분이라는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합니다. 채무인수 비율을 조정하고 연장 사유를 확대한다고 해도, 시공사에게 채무인수를 강제하는 구조가 유지된다면 이는 위험 전가 방식의 유연화에 불과할 뿐, 근본적인 구조개혁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5. 실질적 효과와 시장 반응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규준 시행은 중소·중견 시공사에게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과거 책임준공 부담 때문에 PF 사업 진출을 꺼렸던 중소 건설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할 여건이 마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시장 경쟁력 향상과 건설업계 생태계 회복에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 규준은 시행일 이후 체결되는 신규 계약에만 적용되므로, 현재 연체나 구조적 위험에 노출된 기존 사업장에는 직접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인허가 지연 등 실무적으로 중요한 요소들이 연장 사유에서 제외된 점은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입니다.

6. 진정한 Non-Recourse 금융으로 가기 위한 과제
금융권 일부에서는 시공사 책임 완화가 대출 리스크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PF 심사 기준이 더 엄격해질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시장의 건전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과도한 책임준공 조건에 의존한 리스크 회피가 아니라, 프로젝트 자체의 사업성과 구조에 기반한 정교한 리스크 평가 체계를 마련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PF 시장이 진정한 non-recourse 구조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합니다.

첫째, 시공사의 책임 범위는 공사 이행에 국한되어야 하며, 시행사의 재무적 의무까지 대체해서는 안 됩니다.
둘째, 채무인수 요구는 명시적이고 투명한 대가와 계약 조건 아래 신용보강 계약으로 구분되어야 하며, 암묵적 책임 전가는 배제돼야 합니다.
셋째, 연장 사유에 대한 명확하고 객관적인 판단 기준이 필요합니다. 동시에 중소 건설사를 위한 보증상품 확대, 건설공제조합의 보증 한도 조정 등도 병행돼야 합니다.

7. 결론: 미봉책에 머물 것인가, 구조개혁의 시작이 될 것인가
책임준공 모범규준은 구조 개선을 향한 의미 있는 첫걸음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시공사가 시행사의 채무를 인수하는 구조가 유지되는 한, 이번 개선이 진정한 non-recourse 금융의 도입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핵심은 위험을 누구에게,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과 구조의 정립입니다. PF 금융의 본질인 자산 기반, 프로젝트 기반의 리스크 평가와 참여자별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지속적인 제도 개편이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우리나라 PF 시장이 진정한 non-recourse 금융으로 진화하려면, 지금의 개선이 일회성 규제 완화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 전환의 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보다 성숙하고 공정한 PF 생태계가 조성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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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오피니언책임준공모범규준

배인성

한국해양대 해양금융대학원 겸임교수, <국제 프로젝트파이낸스> 저자. 블로그 프로젝트랑 파이낸스랑(https://blog.naver.com/pae1959kr) 운영합니다. 블로그 콘텐츠 중 딜북뉴스 독자가 관심가질 만한 내용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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