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에 빠진 오피스텔, 정부 진작책으로 수요 회복할까
정부의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를 계기로 오피스텔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오피스텔은 2금융권 PF대출의 주요 투자처이자 중견 건설사의 주력 시공 상품이어서 PF시장 정상화를 위해선 어떻해든 부진을 해결해야 한다.
지난 2022년부터 시작된 금리 상승으로 수익형 부동산시장이 타격을 받으면서 대표 수익형 상품인 오피스텔 판매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오피스텔 특성상 정책 변화에 민감한 만큼 신축 오피스텔 주택수 산정 제외와 오피스텔 발코니 허용 등을 정부가 받아들이면서 어느정도 투심 회복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으로도 상당기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정부 대책이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오피스텔 수요 진작책 꺼내든 정부
정부는 10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열고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2년간 준공된 신축 소형주택을 구입하면 취득세·양도세·종합부동산세 산정 때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한다. 대상은 전용 60㎡ 이하의 수도권 6억원·지방 3억원 이하 주거용 오피스텔, 다가구, 도시형생활주택이다. 오피스텔 등이 주택 수에서 제외되면 주택 매수자가 기존 보유 주택 수에 해당하는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신축이 아닌 기존 오피스텔(구축)의 경우 구입 후 임대등록을 하면 세제 산정 때 주택 수에서 제외한다.
정부는 오피스텔 규제도 완화했다. 주택업계가 요구해온 오피스텔 발코니 설치를 허용했다. 다만 발코니 확장 허용 여부는 향후 발코니 설치 추이 등을 보면서 검토하기로 했다.
오피스텔, PF시장 약한 고리
미착공PF 가운데 오피스텔 등 비주택 비중이 상당하고 2금융권의 PF대출 리스크도 이에 집중돼 있어 이날 대책은 오피스텔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에 방점이 찍혔다. PF시장 정상화를 위해선 오피스텔 등 소형주거 상품성 회복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투자용 부동산의 대표주자인 오피스텔은 미분양이 쌓이고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고개를 떨궜다.
오피스텔 부진이 지속되는 것은 고금리로 인해 수요자의 구매자금 조달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그간 아파트 규제로 반사이익을 보던 투자용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규제 완화로 아파트로 다시 이동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손정락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등은 개인투자 비중이 높고 투자성 면에서 주택보다 열위해 시장 침체기에는 수요가 급감한다"고 말했다.
오피스텔 침체는 2금융권과 시공사의 재무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2금융권의 대출이 오피스텔과 같은 비주택에 집중돼 PF시장의 약한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작년말 동국산업의 신용등급이 BBB+로 내려갔는데 자회사의 오피스텔 미분양이 큰 영향을 미쳤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자회사인 동국에스앤씨가 시공사로 참여한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스카이센트럴 오피스텔은 2022년 4월 완공됐으나, 미분양 발생 이후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모회사의 재무부담을 가중시켰다.
미분양 장기화로 동국산업은 채무 대위변제를 진행, 900억원의 대여금이 발생하고 회수하지 못한 공사미수금도 200억원에 달했다.
또한 한국신용평가는 작년 11월 신세계건설의 등급전망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바꿨는데 오피스텔 미분양 증가 등이 주요 원인이다. 작년 9월 말 기준 지방 주택, 오피스텔의 분양률이 53%에 그쳤다. 오피스텔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자 시행법인인 케이스퀘어그랜드강서PFV는 이마트 가양점부지 개발 설계를 당초 오피스텔로 진행하려 했으나 최근 지식산업센터로 상품을 변경하기도 했다.
세제혜택, 정부 정책 의지 보여주는 데 의미
이번에 업계 숙원인 주택수 산정 제외와 발코니 허용을 정부로부터 얻어냄으로써 어느정도 시장 안정에는 기여할 것으로 개발업계는 예상한다.
오피스텔은 거주특성상 수요층이 제한적이며 정책변화에 민감한특성을 지니고 있어 정책 방향에 따라 시장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도심 소형주택 공급 늘리려면 빌라·오피스텔의 주택수 제외를 꾸준히 건의해왔다"면서 "오피스텔이 주택수에서 제외만 되더라도 좋은 대책인거 같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사개발협회도 "다양한 유형의 주택공급 여건 개선을 위한 도시·건축규제 완화와 소형주택 구입 부담 경감 정책은 공급절벽을 해소하고 국민주거안정 기반 마련이 지속되는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투자심리의 완연한 회복에는 역부족
그러나 오피스텔 투자수요의 뚜렷한 회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의 상대적인 투자매력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누적된 오피스텔의 미분양 물량과 대기중인 신규 프로젝트 등으로 인해 공급 과잉 압력이 높고, 고금리와 가격변동 위험을 감안할 때 아직까지 오피스텔 투자매력이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특히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는데 비해 월 임대료 상승 여력은 한계에 부딪쳐 수익성 개선을 좀체 기대할 수 없다는게 오피스텔의 흠이다.
손정락 연구위원은 "과거보다 높은 3%대 기준금리가 장기간 유지될 전망"이라며 "2018~2023년 월세 상숭폭은 2%에 블과해 단기간 내 월세상승을 통한 수익률 개선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서울은 비싼 토지대로 인해 값비싼 하이엔드급 오피스텔 개발사업이 많은데 비해 이번 대책은 소형면적에 중저가 위주여서 서울은 직접적인 수혜에서 벗어나 있다.
엠디엠 관계자는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의 원룸 또는 투룸 형태 소형 오피스텔 판매에 긍정적 영향을 주겠지만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킬만한 정도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도 "이번 대책은 정부가 어떻게든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시그널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있다"면서 "주택수 제외도 2년 한시적이고 무엇보다 금리가 떨어지지 않고 있어 대출을 끼고 구매하는 형태의 현 시장을 활성화하 시키기에는 한계가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피스텔 개발사업의 사업성을 평가해야 하는 금융사나 신용평가사들도 신중한 분위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오피스텔PF 자금모집에 들어갔다가 펀딩이 안 될 수 있어 아직은 신중히 추이를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