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시장 약한 고리는 '저축은행'과 '대구'
지난주 건설업계 자금부서의 이목을 끈 뉴스가 있었다. GS건설이 대구 대명동 소재 미분양 재개발사업장의 공사비를 마련하기 위해 5000억원 규모 자금조달을 추진한다는 소식이다. GS건설은 이 사업 공사비를 펀딩할 주관사를 찾기 위해 다수 증권사를 상대로 입찰제안서(RFP)를 돌렸다고 한다. 신용등급이 A+인 GS건설은 자사의 신용을 보강해 공사대금 채권 유동화나 텀론, 한도대출 등을 알아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형태든 이번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을 것으로 금융권은 예상했다. 분양률이 10% 미만에 그친데다, 대구의 부동산경기가 전국에서 가장 좋지 않다는 평가에서다. 외부 조달에 실패할 경우 GS건설은 자기자금을 투입해 공사 계약을 진행해야 한다. DL이앤씨 등도 앞으로 대구의 대명동 지역에서 분양에 나설 예정이어서 GS건설의 펀딩 성공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PF시장에서 취약한 연결 고리를 꼽으라면 지역은 대구, 금융업권은 저축은행이 각각 지목되고 있다. 고금리와 고물가, 부동산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부동산PF 리스크가 가장 먼저 현실화할 수 있어 당국과 업계의 관심과 주의가 요구된다.
대구 미분양 장기화에 건설·금융업 부실 전이 우려
우선 대구지역 분양시장 냉각이 장기화되면서 관련 건설사나 금융사의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1분기 중 대구의 초기 분양률(분양개시 3~6개월 아파트 분양률)은 1.4%로 전국에서 가장 낮다.
국토교통부가 최근에 발표한 올해 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대구의 미분양 아파트 물량은 1만3987가구로 전국(7만5438가구)의 19%를 차지했다. 여기에 이달 대구에서 6개 단지 2810가구의 입주가 예정되는 등 올해 신규 입주 물량이 3만 가구를 넘어 미분양 증가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대구시가 최근 몇년새 인허가를 많이 내준 탓에 공급 과잉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대구에서 미분양이 쌓이면서 이 지역 새마을금고나 신협의 부실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실제 한 중소 건설업체가 자금난을 겪으며 대구 오피스텔 공사가 중단되자 중도금 대출을 해준 대구지역 12개 새마을금고 지점에 대한 동반 부실 가능성이 확산됐다. 현재 건설사와 시행사, 분양계약자로 구성된 준공추진위와 지역 새마을금고 7곳이 공사 재개를 위한 약정을 체결했지만, 지역 금고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한 상황이다.
대구 미분양에 치인 건설사들은 HUG와 주택금융공사의 보증지원 상품에 SOS를 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보증기관도 사업성을 이유로 보증 지원에 신중한 태도로 돌아섰다. 지난 3월 1조5000억원 한도로 PF장기대출전환 특례보증상품을 내놓은 주택금융공사는 대구지역 보증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대구에서 보증 신청이 다수 들어왔지만 다른 지역과 비교해 사업성 심사 결과 지원이 쉽지 않다는 평가를 내렸다"면서 "대구는 하반기까지 미분양 소진 추이 등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HUG의 모기지보증 상품이 미분양 단지의 유동성 공급 해결사 역할을 일정부분 하고 있다. 모기지 보증은 준공 후 미분양 담보대출의 상환을 책임지는 상품이다.
대구 수성구 만촌동 소재 '만촌 자이르네'의 시행사 경주건설은 지난 3월 3000억원 규모 모기지 보증 대출을 받고 유동성에 숨통을 트기도 했다. 그러나 HUG 역시 재원에 한계가 있는데다 사업성 심사 기준을 점점 까다롭게 평가하고 있어 향후 보증 지원을 낙관적으로 볼 상황이 아니다.
PF리스크가 가장 큰 업종은 저축은행
지난달 12일 'OK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에서 1조원대 부동산 PF 결손으로 지급 정지 예정이니 전액 인출이 요망된다'는 가짜 지라시가 나돌아 저축은행중앙회와 해당 저축은행이 유포자를 고발하는 등 적극적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이번 일을 허위 지라시 정도의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에는 저축은행의 전반적 여건이 좋지 않다.
한국기업평가는 브릿지론 리스크를 포함해 정부 지원 요소, 준공위험, 입주위험, STV지표( 후순위 투입 대비 가격적정성 지표) 등의 5가지 PF평가 지표 요인을 바탕으로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 업권을 분석한 결과 PF리스크가 가장 큰 금융업권은 저축은행이라고 지목했다. 따라서 저축은행의 브릿지론을 단기간에 걸쳐 상각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한기평은 조언했다.
자기자본 대비 PF 익스포저 비중은 증권사가 약 31%인 반면 저축은행은 208%에 이른다. 특히 브릿지론 비중이 자기자본의 100%를 웃돈다. 자기자본 대비 브릿지론 비중은 증권사의 10배를 초과하며, 캐피탈사와 비교해도 4배 이상이다.
저축은행이 자기자본 대비 브릿지론 익스포저가 과도한 이유는 증권사 대비 낮은 경쟁력 탓에 고수익 위주의 사업을 벌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기평은 "직접 조달이 사실상 필요없는 증권업과 직접 조달이 필요한 저축은행의 조달비용은 경쟁력 면에서 차별된다"면서 "증권사의 대표적 영업방식인 ‘우발채무’는 장부에 적극적으로 반영되지 않아 신용도 측면에서 유리한 반면 조달비용 경쟁력 측면에서 열위한 저축은행은 ‘본 PF’에 비해 고위험 자산이나 수수료 및 이자 수익이 양호한 브릿지론 중심의 영업을 펼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기평은 브릿지론의 규모와 축소 여부를 신용도에 반영할 예정이다. 한기평은 "브릿지론의 토지 감정평가금액은 수배에서 수십배까지 부풀려 지는게 일반적"이라며 "금융위기 이후 저축은행 PF 채권 회수율은 3년 누적 0.68% 였다. 따라서 금융당국이나 금융기관의 브릿지론(PF 포함) 분류 방식과 무관한 실질 브릿지론(PF 포함) 규모를 파악해 반영하겠다"고 했다.
실제 한기평은 지난 5일 바로저축은행 신용등급(BBB+)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변경의 주된 사유는 과중한 브릿지론이 꼽힌다.
저축은행 부실 우려에 대응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잔액은 2021년 말 9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0조5000억원으로 1조원 늘었고 연체율도 1.22%에서 2.05%로 0.82%포인트(p) 상승했다.
금감원이 올해 검사 후 제재한 저축은행 4곳 가운데 흥국저축은행과 오투저축은행은 부동산 PF 관련 경영유의사항을 통보받았다. 지난해 6월 기준 흥국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817억원)과 중도금대출(1378억원) 잔액은 총 여신(4679억원)의 46.9%를 차지했다. 이에 금감원은 자산건전성의 안정적 유지를 위해 부동산업·건설업 등 특정 업종에 여신이 편중되지 않도록 여신 편중리스크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오투저축은행은 PF대출사후관리카드를 PF대출 취급부서(영업조직)에서 작성하는 등 사후관리부서와 PF대출 취급부서를 분리해 운영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됐다. 또 개별 사업장의 사업성과 사업 진행 상황 등을 고려한 3단계(양호·보통·악화우려) 사업성평가·상시 모니터링도 충실히 수행하지 않았다. 이에 금감원은 개별 사업장의 단계별 사업성 평가 결과를 자산건전성 분류에 반영하는 등 부동산 PF 리스크를 관리하라고 했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리스크가 취약한 저축은행에 대해 공동 검사 확대를 추진할 방침이다. 현재 금감원과 예금보험공사는 양해각서(MOU)에 따라 자산 2조원 이상 저축은행에 대해 2년마다 의무적으로 공동 검사를 하고 있는데 이를 자산 2조원 미만으로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