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가 국내 인프라투자 꺼리는 3가지 이유
"금리가 계속 올라가는 금리 상승기에는 낮은 금리에 묶이고, 금리가 내려가는 금리 하락기에는 리파이낸싱(고금리를 저금리로 갈아타는 재융자) 당하고"
보험업계가 국내 인프라자산의 문제점을 인식하면서 새로운 포트폴리오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금리 상승기를 겪으며 주요 투자상품인 선순위 고정금리 대출 상품을 인프라가 아닌 다른 투자처에서 찾고 있다. 해외 발전소 투자나 국내외 인수금융 자산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그간 보험업계는 국내 민자사업을 포함해 인프라 투자의 큰손 역할을 했다. 수익률이 다소 낮더라도 안정적인 기저 자산으로 보고 자산부채종합관리(ALM) 관점에서 인프라 자산을 쌓은 것이다. 그런데 장기대출 자산으로서의 신뢰에 금이가고 금리 리스크도 깨닫으면서 기존의 활발한 투자 참여는 먼 과거 얘기가 됐다. 보험업계가 국내 인프라투자를 기피하는 3가지 이유를 알아봤다.
장기 대출금리 리스크가 크다
금리하락 추세에서 선순위 대출금의 리파이낸싱이 활발한 점이 인프라 투자 기피의 주요 이유로 부상했다. 기존 대출금의 조기 상환에 대한 페널티가 약화되면서 저금리 전환시 리파이낸싱은 유행이 됐다. 대개 3년 대출을 받은 이후에는 조기 상환수수료가 거의 없거나 아예 없는 수준이 된다. 거꾸로 금리 상승기에는 리파이낸싱을 하지 않아 저금리 자산에 묶이게 된다.
보험사 관계자는 "금리 하락기엔 상환되고 상승기엔 저금리로 묶이면서 기저자산으로서 기능이 의문시된다"면서 "보험사들은 국내 인프라 장기대출 금리 리스크가 상당히 크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른 투자상품 대비 수익률이 낮다
국내 인프라의 선순위대출 상환 안정성이 우수한 점은 보험업계도 인정한다. 다만 대출만기가 길고 수익률이 낮다는 것은 단점이다. 다른 자산 대비 만기와 수익률이 열위한 자산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동산과 인수금융의 대출만기는 각각 3~5년, 5~7년으로 상대적으로 짧다. 부동산 수익률이 7~8%, 인수금융 수익률이 5~7%로 높다. 반면 국내 민자사업의 대출만기는 15~30년, 수익률은 5%초중반이다. 대출만기가 15~20년으로 장기인 신재생도 수익률이 6%초중반으로 1%p 높다.
기존 RBC를 대체한 KICS(신지급여력제도)에서는 요구자본량이 낮은 장점은 있으나 보험사별로 KICS에 대한 스탠스가 다르다. 위험계수보다 수익률을 우선시하는 보험사는 국내 민자에 대한 뚜렷한 장점을 찾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국내 인프라 말고 다른 대체상품 많다
국내 보험사의 활발한 해외 투자로 경험이 축적되면서 국내보다 우수한 해외 상품 발굴이 가능해졌다. 올 들어 국내 보험사가 투자한 해외 상품을 보면 미국 A발전소 리파이낸싱의 금리가 Sofr+4.75%(스프레드)였다. 전기자전거 제조사에 대한 해외 인수금융 상품의 경우 Euribor+5%(스프레드)에 달했다.
국내 인수금융 역시 인프라에 비해 높은 금리와 상환 안정성을 갖춘 딜로 통한다. 국내 B통신업체 인수금융의 경우 4년 대출 만기에 고정금리 7.57%를 줬다. 즉 국내 인프라 투자 이외에 대안 상품을 발굴해 조직의 실적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보험업계는 설명한다.
그 외 제약 조건
이들 3가지 외 투자제약 조건으로 보험업계는 국내 인프라 재무투자(FI)사업에서 좋은 실적을 내지 못함에 따라 내부 심사 평판이 하락한 점을 꼽는다. 인프라 매출 추정에 대한 사내 불신이 커졌다는 것이다. 또한 고령화, 저출산, 지방 소멸 등 거시적 환경 악화로 신규 인프라 투자보다 저수익 자산 유동화를 요구한다는 게 보험사들의 설명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국내 인프라 자산은 만기와 수익률 관점에서 상당한 불리함을 가지고 있다"면서 "국내 인프라 이외 다양한 대체상품을 취급할 수 있는 부서의 경우 관심도는 더더욱 낮아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