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권 신지급여력제도(K-ICS) 1월 도입...부동산투자 영향은?
새해 1월1일부터 보험사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시행된다. 기존에 보험사의 자본적정성 평가 및 규제인 RBC(리스크 베이스 캐피탈)를 대체하는 제도다. 모든 자산·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고, 평가 대상인 5가지 리스크 범주(보험, 금리, 시장, 신용 운용) 큰 틀은 유지하면서 하위 항목으로 세분화했다. 또 위험 측정방식을 정교화한 것이 주요 특징이다.
RBC대체하는 K-ICS란?
24일 보험권에 따르면 RBC나 K-ICS 모두 자본적정성 평가 지표로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과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의 비율을 사용하고 있다.
가용자본은 보험사가 각종 채무를 이행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자본이다. 자본금, 자본·이익잉여금, 자본조정, 기타 포괄손익누계액, 자본으로 인정되는 후순위 채권(영구채 등), 대손충당금, 이익배당·손실보전·비상위험 준비금 등이 포함된다.
반면 요구자본은 보험계약 및 자산운용 리스크가 현실화돼 앞으로 1년간 보험사에 발생할 수 있는 손실 추정액이다. 보험(책임준비금+위험보험금), 시장(금리, 주식, 부동산, 외환, 자산집중), 신용, 운영 등 각 분야별로 측정한다.
금융당국은 가용자본이 요구자본의 100% 미만인 보험사를 상대로 경영개선 권고·요구·명령의 적기 시정조치를 단계적으로 취할수 있다.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은 150%다. 결국 K-ICS는 기존 RBC의 골격은 유지하되 자산과 부채 모두를 시가 기준으로 평가하면서, 평가 방법도 일부 조정한 제도로 볼 수 있다.
담보대출과 부동산PF 모두 위험계수 증가
K-ICS가 도입되면서 보험사가 부동산PF나 부동산 담보대출을 취급할 때의 자본 부담도 변화된다. RBC나 K-ICS에서 대출 취급에 따른 자본 부담은 '신용리스크' 항목에 주로 포함되며, 대출액에 위험계수를 곱해 추정한다.
RBC에서 상업용부동산 담보대출과 PF의 위험계수는 각각 6%와 6~12%이다. 상업용부동산 담보대출은 담보자산가액의 50%를 초과하는 금액에 6%의 위험계수를 곱하고, 부동산PF는 전체 대출액에 6%(선순위)와 12%(후순위)의 위험계수를 적용한다.
반면, K-ICS 아래에서는 LTV 및 DSCR(상업용부동산 담보대출), 대출만기(PF)에 따라 위험계수가 달라진다. 담보대출 위험계수는 4.8~23.5%가 적용되지만, 보험사가 주로 취급하는 LTV 60% 이하, DSCR 1.4 이상은 4.8%이 적용된다.
단 LTV 60%인 경우, 기존 RBC에서는 LTV 50% 초과분만 6%의 위험계수를 적용하므로 실제 위험계수는 1%(6%의 1/6)에 불과하다. K-ICS에서 상업용부동산 담보대출의 위험계수(4.8%)는 기존 대비 크게 증가하는 셈이다.
부동산PF의 경우는 증가폭이 더 크다. K-ICS의 위험계수는 4.3~12.3%(무등급 차주)로 RBC(선순위 6%) 대비 증가한다. 특히 유효만기(듀레이션 개념) 1년 미만은 4.3%지만, 만기 1~2년 8.4%, 2~3년 9.9%, 3년 이상 10.9~12.3%여서 PF의 대출구조 및 만기(만기일시상환방식으로 2~3년 취급)를 감안하면 PF의 위험계수는 10%에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부동산 대출영업에 의한 자본 부담이 증가하는 것이다..
보험사, 자본적정 비율 양호한 수준
다만 보험사 자본적정성 비율은 양호한 수준이다. 지난 6월 기준 생보·손보사의 평균 RBC 비율은 각각 216%, 223%이다. 금융당국 권고수준인 150%에 미달하는 업체는 4곳(한화손보 136%, MG손보 74%, 캐롯손보 149%, 뮌헨리손보 135%)에 불과하다.
또한 이미 시가 기준으로 자산을 평가하고 있는 가운데, K-ICS 도입으로 부채도 시가 기준으로 평가하게 되면서 지급여력비율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여기에다 제도 변경으로 일부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이 하락할 것을 우려해, 금융 당국은 오는 2027년 말까지 K-ICS 비율이 100% 미만이더라도 RBC 비율이 100% 이상일 경우 적기 시정조치를 유예하는 등 경과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다.
위험관리 부담에 부동산 담보대출 확대할 듯
K-ICS 도입 자체만으로 보험사들이 자산 포트폴리오 전략을 크게 바꿀 필요는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다만 금리 인상 등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새 제도가 도입돼 보험사에서 당분간은 위험 관리를 강도높게 진행할 수 있다. 특히 금리 인상, 금융권 신용경색, 원가 상승, 부동산 투자수요 약화 등으로 부동산 사업의 전체 프로세스 상에서 위험이 커지는데다 금융당국도 감독을 강화하는 것도 부담이다.
당장은 부동산 투자를 축소하면서, 부동산 내에서 보다 안전하고 자본 부담이 낮은 상업용부동산 담보대출 비중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 부진할 것으로 보여 보험업계의 성장·수익성이 정체하거나 후퇴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몇 년간 보험사들은 보험 영업부문의 적자를 투자부문 흑자로 메워왔다. 그런데 보험부문의 수익이 앞으로도 크게 개선되기 어려워, 자산 운용 쪽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할 수 있다. 삼성생명과 신한라이프는 해외 대체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고, 교보생명은 자산운용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화재와 하나생명은 주택담보대출을 신규 영역으로 검토하고 있다.
부동산 침체기 지나면 개발PF 투자도 재개될 듯
전문가들은 당분간 보험사들이 PF대출을 본격 재개하기 어렵지만 부동산 외에 다른 투자 대안이 없기 때문에 시장 회복에 따라 다시 부동산개발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일부 대형 보험사를 제외하면 자산관리 이슈 등으로 해외 대체투자를 크게 늘리기 어렵고, 국내 상업용부동산 거래가 연간 20조원(대출은 10조원) 내외로 시장 규모도 작다"면서 "부동산 개발이라는 큰 시장을 아예 외면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부동산 시장의 불안감이 좀 걷히고 나면 가계 주택담보대출, 분양실적이 양호한 개발 사업장 PF, 할인율이 높은 부실채권(NPL) 등에 대한 보험사의 투자 검토가 늘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