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전략 내세운 행정공제회..."80% 이자·배당형 자산-20% 고수익 지분투자"
행정공제회가 내년 사업계획을 가다듬고 있는 가운데 사모대출(Private Credit)을 포함한 인컴 창출형 자산을 대부분 보유하고 사모 투자(PE) 등 고수익 위험자산도 일부 구성하는 바벨전략을 투자 기본방침으로 제시했다.
허장 행정공제회 사업이사(CIO)는 18일 <딜북뉴스>와 인터뷰에서 "바벨 포트폴리오 전략을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강화할 것"이라며 "안정적인 이자와 배당이 나오는 자산에 70~80%를 배분하고, 나머지 20~30%는 자산가치 상승으로 수익이 나는 고위험 고수익 주식에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덤벨 모양을 연상시키는 배분에서 유래한 바벨전략은 한쪽에 안정적 자산을, 다른 한쪽에 고수익을 기대하는 위험도 높은 자산을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중위험 중수익 자산에 대한 배분은 최소화하거나 아예 없다.
허 이사는 "공제회는 예금은행과 유사한 구조로 자금을 조달해 운용하는 속성이 있다"면서 "운용도 이에 맞춰 원금 대비 꾸준히 성과를 올리는 자산부채관리(ALM)을 해야 한다. 국고·회사채에 비해 높은 금리형 투자인 사모대출과 메자닌성 우선주에 주로 투자해 연 6~8%, 많게는 9% 수익률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공제회가 기금 운용을 통해 회원에게 돌려주는 퇴직급여율은 4.87%다.
행정공제회가 선호하는 사모대출로는 인수금융, 기업대출, 부동산담보대출, 해외인프라 대출이 있다. 항공기나 지재권 자산 담보의 특수 대출도 취급한다. 부동산담보대출로는 해외 CMBS, 오피스 또는 레지덴셜, 물류자산에 투자하는 담보대출 펀드를 활용하고 있다.
허 이사는 "상업은행들이 규제자본 요구사항을 맞춰야 해 대출시장에서 위축되고 있다"면서 "이는 사모대출시장을 키워 기회 요인이 되고 있다"고 역설했다.
오피스 우선주 대출도 관심갖는 분야다. 허 이사는 "보통주에 비해 우선주는 배당이 높으면서도 안정적인 메자닌 성격이 있어 자산을 배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공제회는 지난 7월 코람코자산신탁과 손잡고 1500억원 규모 코람코오피스우선주제1호리츠를 설립해 삼성SDS타워와 하나금융강남사옥의 우선주에 각각 200억원. 총 400억원을 투자했다.
나머지 20~30% 자산은 소위 인공지능(AI) 등 기술혁신기업의 엣지있는 주식에 투자한다. 허 이사는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 저가에 사올 수 있는 주식을 포함해 PE, 벤처캐피탈(VC) 등 비상장 시장의 지분 투자에 할당해 장기적 성장을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피스시장과 관련, 허 이사는 "외국은 평균 30%, 50% 하락한 곳이 수두룩하다"면서 "우리는 재택근무가 없고 공급도 부족한 상황에서 실수요기업(SI)들이 투자 참여하면서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지금은 다시 매물이 늘면서 조정을 받는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기업들이 인재 유치를 위해 뛰어난 스펙을 가진 '플라이트 투 퀄러티(Flight to Quality' 수요가 많다"면서 "신축된 양질의 오피스는 계속 인기가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행정공제회의 운용자산은 작년 말 기준 24조2995억원으로 24조원을 돌파했다. 이중 72% 이상이 대체자산에 투자돼 다른 연금 공제회에 비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실물 자산 중 지분성(에쿼티) 투자는 약 32%다.
지난 2022년 2월 취임한 허 이사는 1989년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에 입사한 후 동양투자자문 주식운용역과 삼성생명 증권사업부장, 삼성투신운용 SA운용팀장을 지냈다. 이후 2006년 푸르덴셜자산운용(현 한화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2011년 템피스투자자문 대표를 거쳐 2013~2020년 DB손해보험 투자사업본부장을 역임했다. 숭실고를 나와 서울대 83학번으로 경영학 학사·석사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