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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시대는 계속될 수 있을까(재건축 매커니즘과 노후계획도시 정비)

김갑진
- 13분 걸림 -
서울의 한 아파트단지들(게티이미지뱅크)

2024년 5월, 정부는 1기 신도시 재건축 등 미래주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노후계획도시 정비에 관한 계획의 일단을 공개했습니다. 선도지구 지정을 위한 평가기준 등을 공개하며 노후계획도시정비법에 따른 정비사업의 서막을 열었습니다.

노후계획도시정비법이 분당 등 1기 신도시 재건축 논의로부터 촉발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요. 논의 과정에서 그 적용대상이 1기 신도시뿐만 아니라 준공 20년이 넘은 100만㎡ 이상의 전국 택지개발지구로 확대됐습니다. 노후계획도시정비법은 낡아가는 신도시 주거현실을 극복하고 지난날처럼 일정량의 주택공급을 미래에도 지속하려는 취지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노후계획도시정비법은 재건축·재개발을 규율하는 기존 도시정비법 등 우리에게 익숙한 정비사업의 일반제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산업화 이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집중된 수도권에서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한 한국만의 톡특한 방식, 즉 대규모 택지조성과 아파트 공급을 본체로 하는 신도시 건설의 후과를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의미는 노후계획도시정비법의 목적에 명시된 ‘광역적·체계적 정비’, ‘미래도시전환’이라는 키워드로 확인됩니다. 먼저 ‘광역적·체계적 정비’에서 ‘광역적’이라는 의미는 신도시내 개별단지를 넘어 단지 간 통합정비 등 신도시 전체 차원을 고려하고 신도시와 중심도시가 갖는 주거·교통·여타인프라 등 측면에서 광역적 연계를 고려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또 ‘체계적’ 정비는 신도시 건설 당시 우리가 취했던 일시·집중 건설로부터 재차 그 같은 방식으로 정비하기보다는 도시기능을 유지하면서 순차적이고 질서있는 정비를 추구하려는 것으로 읽힙니다. 당초 일시·집중적 도시건설이 당시의 어려움을 조기에 해소해 준 것에 반해, 재정비 시점인 현재 이후에는 과거와 같은 방식이 되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지요. 또 ‘미래도시전환’이라는 키워드에서는 아무래도 인구감소, 저성장, 고령화 등 이미 시작된 미래 한국의 펀더멘털 변화를 간과할 수 없습니다.

아파트 재건축의 키, 비례율과 분양가

재건축의 사업성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로 ‘비례율’을 들 수 있습니다. 이는 재건축을 통해 얻는 총수입에서 총사업비를 차감한 값(분모)을 종전자산 가치총액(분자)으로 나눈 것입니다. 다시말해 비례율은 재건축 사업을 통해 새롭게 지어진 자산(종후자산)의 순가치액과 종전자산 가액의 비율인데 일반적으로 이것이 높을수록 재건축 사업성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비례율을 통해 조합원 개별자산의 권리가액이 결정되고 그 권리가액이 재건축으로 얻게 될 신규자산(새집)의 분양가와 차감돼 조합원 분담금이 결정되므로 대체적으로 높은 비례율은 조합원 부담을 줄여주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분양가가 높아져도 비례율이 높아지므로 꼭 그렇지는 않다는 점을 미리 말해 두겠습니다.

여기서 잠시 재건축 사업의 비례율을 결정하는 메커니즘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비례율 증가 요인인 종후자산의 순가치는 토지이용의 효율성이라는 재건축 사업요인과 재건축 당시 주택가격,물가·소득수준 등 경제 일반요인의 상호작용으로 결정됨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중 토지이용의 효율성을 결정하는 대표적인 요인이 바로 용적률입니다. 예를 들어 재건축 전 용적률 300%의 1㎡의 토지가격이 1이라면 재건축으로 용적률 450%가 적용된 동일면적의 토지가격은 1.5가 됩니다. 이는 토지를 기준으로 종전 1㎡의 토지가 종후 0.66㎡와 같음을 의미하지요.

흔히 재건축 사업성을 가늠하는 용적률(정확히는 기존 용적율과 재건축에 적용되는 용적율률의 차이)의 상향은 이와 같은 경로로 분양가에 반영됩니다. 즉 재건축 전후 동일토지면적이라도 하더라도 용적률 상향으로 토지이용 효율에 차이가 생기고 이 차이는 당연히 동일 토지면적의 가격을 높이며, 재건축 전후 동일면적의 아파트 대지지분율은 낮추게 됩니다.

토지이용효율 외에 재건축 수입과 비용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는 주변 주택가격과 물가, 소득 등 재건축 당시의 경제 일반요인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즉, 재건축 수입은 일반분양가와 조합원 분양가로 결정되는데 분양가는 다시 건축원가 및 사업비 등 물가수준, 당시의 소득수준, 해당지역의 주택가격 등에 의해 영향을 받습니다. 또 재건축 비용인 사업비는 주변 주택의 건축수준 등을 참조하되, 건설자재, 인건비 등 제반 물가수준에 의해 결정됩니다.

결과적으로 종후 자산의 총수입금은 토지이용효율, 소득수준, 물가수준, 또 인근의 주택가격 등으로부터 정해지며, 총사업비는 주로 물가수준에 의해 정해집니다. 이에 반해 종전자산평가액은 종전자산 수준 즉, 종전의 토지이용효율, 건축물의 감가상각, 인근지역의 유사물건 주택가격 등을 기준으로 정해집니다. 종전자산은 종후자산보다 낮은 토지이용, 낡은 건축물 등 자산가치 감소요인이 많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재건축 비례율의 딜레마

이제 현실을 보시지요. 2014년 이후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1980년 이래 세 번째 대세상승을 보였습니다. 수도권의 경우 여전히 역대 최고점 (2022년 3분기) 근처에 있습니다. 이 말은 비례율 증가요인인 총수입금(분양가)이 올랐다는 의미입니다. 물가 역시 역대 최고점입니다.

특히 최근 수년간 건설자재, 인건비 등은 체감적으로 50%나 급등했습니다. 그래서 사업시행인가 시점에 예정한 평당 공사비 500만원이 관리처분 후에 700만원이 되더니, 실제 착공 후엔 1000만원에 육박합니다. 이에 공사비를 놓고 조합원과 시공사의 갈등을 최근에 자주 보게 됩니다.

비례율 감소요인인 분모의 종전자산가액도 올랐습니다. 그간 주택가격이 다시 한번 크게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재건축 사업의 비례율 결정요인 중 분모는 증가하고, 분자의 경우 비례율 증가요인(분양가)과 감소요인(사업비) 모두 올랐습니다.

그래서 최종 비례율은 분자인 총수입액과 총사업비의 증가 폭, 속도에 따라 결정됩니다. 문제는 총수입액과 총사업비의 증가는 개별적으로 재건축의 실제 사업성을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점입니다.

먼저 총수입금(분양가)의 증가는 비례율을 높일지 모르나 조합원이나 일반 분양자에게 모두 부담이 됩니다. 고분양가는 분양율을 낮추고 조합원 분담금을 높이기 때문이지요. 또 분양가가 높아지면 재건축 사업에서 예정한 총수입을 달성하기가 어렵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최종 비례율은 떨어지기가 쉽습니다.

한편 재건축 비례율을 낮추는 사업비 증가는 연쇄적으로 분양가를 높여 신규분양을 어렵게 합니다. 이렇게 비례율이 낮아지면 결국 조합원의 기존 재산평가를 낮추어 조합원에게 분담금을 높이게 되지요. 재건축 비례율의 악순환인 것입니다.

"미래도시전환, 새로운 패러다임 필요"

지금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아파트 재건축은 ‘이웃과 나의 헌집을 새집으로 지으면서 그 비용은 토지이용 효율을 높여 늘어난 집에 들어올 새로운 이웃에게 부과하는 일대 변신’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는 두 가지 전제조건을 요구합니다. 첫째는 일반분양 수입으로 총사업비를 충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고 둘째는 일반 분양가보다 집값이 상승한다는 기대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첫째가 충족돼야 조합원은 추가분담금을 최소화해 재건축을 결의할 수 있습니다. 또한 둘째 조건이 달성될 때  주택 소비자들이 일반 분양에 참여합니다. 물론 일반분양 수입을 결정하는 세대수 증가를 위해서는 토지이용 효율, 즉 용적률 상향은 필수였습니다.

그런데 최근의 재건축은 높아진 사업비로 인해 도저히 일반분양만으로는 사업비를 충당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건축비만큼 조합원 부담이 필수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때 조합원 입장에서 재건축을 결의할 수 있는 최저 조건은 바로 주변의 신축아파트 가격이 종전 자신의 집값과 건축비 부담분을 합한 금액보다 높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반분양자 입장에서 그렇게 재건축된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서는 그 지역의 신축아파트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는 기대가 있어야 합니다. 자산가치가 원가보다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가 있어야 수요가 생기는 것은 불문가지이지요.

현재, 정부가 노후계획도시정비법에 따라 수도권 1기 신도시의 30만호 주택을 순차적으로 재건축해 약 40만호로 늘리겠다는 정책효과가 달성되기 위해서는 위에서 살펴본 재건축 비례율의 악순환이 선순환으로 전환되고, 미래 자산가치 상승이라는 기대가 형성돼야 합니다.

기대는 무엇으로 형성될까요? 우리는 지난날 이를 매우 강하게 경험했습니다. 경제성장을 통한 소득성장, 세제 지원, 대출 확대 등 수요 요인과 지속적 공급을 통한 규모확대가 이뤄질 때 집을 소유한 다수의 재산증식이 가능하다는 것을. 또 이를 위해선 수요와 공급을 매개하는 인구증가와 경제성장이 필요했습니다.

재건축 사업은 장기간, 다수의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사업입니다. 노후계획도시정비법에 따른 정비사업이 기존의 틀 내 일부 절차를 생략해 사업시간을 단축하고, 용적률 상향 특례로 사업성을 보강했다고는 하나 기존 틀로 확립된 재건축의 본질적 특성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현행 재건축사업의 본질적 특성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절차 측면에서 주민자치와 행정당국의 협업이며, 내용측면에서 적정 비례율을 통한 최소비용부담과 기대수익 요구입니다.

선도지역 지정을 위한 ‘오늘의 동의가 내일의 정보와 불일치 내지는 상반돼 갈등을 부를 수 있음’을 인식하고, 분양가와 사업비 폭등에 따른 현재의 시장환경에서 용적률 상향과 같은 종전 패러다임 요소로는 과거의 아파트를 오늘의 아파트로 재창출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접근 가능한 아파트 시대를 이어가기 위해 보다 장기적이고 근원적 처방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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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진

보증기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건설경제의 어제와 오늘(우리가 사는 집과 도시)' 저자입니다. 아주대 겸임 교수를 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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