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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옛날이여(침체된 지식산업센터·오피스텔시장서 대안 찾기)

이학구
이학구
- 7분 걸림 -
Prompt : officetel , photo, creative/ Image by Stable Diffusion

한때 부동산시장 틈새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지식산업센터와 오피스텔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와 과잉 공급으로 지식산업센터와 오피스텔이 양질의 임차인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거래가 급감하고, 매매가가 하락하는 등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먼저 지식산업센터는 1990년대부터 서울 구로·가산디지털단지, 성동구 성수동 일대 들어서기 시작한 ‘아파트형 공장’이 원조다. 서울 주요 지역에 입지했음에도 ‘공장’이라는 명칭 탓에 투자자 사이에서 낯설고,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다.

그러다 2010년대 들어 “지식산업센터”라는 첨단 IT와 4차산업혁명이 연상되는 새 이름을 달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관련 대기업 계열사들, 협력업체들, 벤처기업 등이 대거 입주하기 시작했고  이에 맞춰 디벨로퍼들의 공급이 증가했다.  각종 부동산세제 혜택이 많은데다, 대출이 담보비율(LTV)의 70~80%까지 가능해 저금리 시대에 중소형 빌딩을 대신하는 틈새 수익형 부동산으로 자리매김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했던가'  금리 인상 및 고금리 장기화, 공급 과잉의 여파로 지식산업센터 시장 분위기는 급속히 냉각됐다.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수도권 지식산업센터 거래량은 1024건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1년 전인 2021년 하반기 2611건 대비 절반수준이 넘게 감소했다. 특히, 수도권에서 거래량이 가장 크게 줄어든 곳은 서울이다.  2021년 상반기 거래량은 1085건에 달했지만 지난해 하반기 169건으로 폭락했고, 올 들어서는 시장 분위기가 더욱 더 악화되고 있다.

아파트 대체재로 큰 인기를 끌던 오피스텔시장도 살펴보자. 지난달 서울 경매시장에서 오피스텔 낙찰률은 11%대를 나타냈다. 즉, 10건 중 1건 정도만 간신히 낙찰자를 구했다는 의미다.  고금리 장기화와 전세 사기 여파로 오피스텔 매수 심리도 크게 얼어붙었다.

경·공매 데이터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오피스텔 낙찰률은 11.3%로 전체 142건 중 단 16건만 낙찰됐다. 낙찰률이 낮다는 건 그만큼 오피스텔 입찰에 참여하는 사람이 없다는 얘기이며, 이에 따라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도 88%에 그쳤다.

이런 현상은 서울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인천, 경기 등 다른 지역의 오피스텔도 비슷한 분위기다. 여러 번 유찰된 매물이 쌓여도 응찰자를 찾기 어려워 인천과 경기지역 모두 오피스텔 낙찰률과 낙찰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지식산업센터와 마찬가지로 고금리 장기화가 오피스텔 수요 경색에 따른 원인이 크다.  여기에다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등의  사회적 문제도 오피스텔과 빌라에 집중되다 보니 매수자를 찾기가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얼어붙은 시장에서 저금리 시절에 많은 대출로, 그것도 고분양가에 분양받는 오피스텔·지식산업센터 소유주가 어려움을 극복할 대안이 있을까?

미국이나 일본, 싱가포르 등을 여행하다보며 곳곳에  스토리지라는 간판을 단 부동산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오피스, 아파트, 백화점, 물류센터, 호텔 등은 한국에서 많이 접해 익숙한 반면 스토리지는 다소 낯설다. 창고인것 같기도 하고, 짐 보관소인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셀프 스토리지(Self Storage)시장을 알아보자.

셀프스토리지는 월 단위 이용료를 내고 원하는 크기의 공간을 원하는 기간 만큼 대여하는 개인 창고 서비스다.  국내에서 아직은 걸음마 단계인데, 최근 1인 가구 및 여가·취미를 즐기는 캠핑족 등을 중심으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부동산 섹터이다.

지난 6월 부동산컨설팅 회사인 JLL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국내 셀프스토리지 지점 수는 올해 5월 기준으로 약 300여 개로 작년 동월대비 약 56.4% 급증했다. 이 중 약 53.0%는 서울에 위치하고 있다.

셀프스토리지는 지하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짐 보관’ 서비스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쾌적한 주거 공간을 위해 취미용품, 연예인 굿즈, 계절의류, 캠핑용품 등 장기보관이 필요한 물품을 셀프스토리지에 보관하고 있다.  

셀프스토리지 시장이 커지는 데는 1인 가구 증가 및 집값 상승 등이 맞물려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 평균 주거 면적은 약 10평 남짓이다.  추가 비용을 부담해가며 더 넓은 주거 공간으로 이사가 힘든 탓에 협소한 주거 공간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셀프스토리지를 이용한다.

셀프스토리지시장 종주국인 미국에서 이미 약 45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의 셀프스토리지는 운영자가 고객에게 보관 공간을 임대하는 상업용 부동산 임대업이라는 전통적인 성격이 강하다. 그에 비해 국내 셀프스토리지는 전통적인 성격에 서비스적인 요소를 추가했다.  픽업서비스, 보관 전 세탁, 24시간 방범, 각종 항온항습 관리 등 다양한 서비스가 더해진 모습이 일반적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셀프스토리지·공유창고 전문회사인 ‘아이엠박스’는 약 25개의 직영점과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위에서 언급한 공실 상태인 지식산업센터와 오피스텔에 프랜차이즈 형태로 입점해 상당한 신규 매출을 발생시키고, 건물주에 안정적인 배당을 하고 있다.

현금흐름이 0일때는 마이너스 프리미엄이던 건물 가치가 안정적인 현금흐름에 힘입어 플러스 프리미엄을 받고 매각이익을 내기도 한다. 현재 소유한 지식산업센터와 오피스텔의 공실이 고민인 소유주가 있다면 공실 해소와 공간 경쟁력 확보를 위해 셀프스토리지도 검토해볼만 하다.

Prompt : self storage , photo, creative/ Image by Stable Diffu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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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구

셀프스토리지 프롭테크 ‘아이엠박스’ 의 전략부문 대표(CSO)이자 전주대 부동산학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습니다. 다올자산운용 대체투자부문 부사장을 거쳤습니다. 이메일: hklee@iambox.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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