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디벨로퍼 '화이트코리아'에서 배우는 불황 극복
화이트코리아는 지난 1997년 IMF 무렵에 설립된 1세대 부동산 디벨로퍼다. 분당아이파크, 죽전자이, 강서 한강자이, 강서 한강자이타워(지식산업센터), 광명역 파크자이 1,2차, 광교 파크자이, 광명역 자이타워, 다산자이 등을 지어 분양했다. 강서 한강자이를 제외하면 모두 수도권 사업지다.
첫 사업인 분당 아이파크를 제외하고 시공은 GS건설이 주로 전담한다. 관계사인 화이트코리아산업과는 비슷한 사업지에서 구역을 나눠 진행했다. 과천 지식정보타운, 부천 상동 영상문화단지 등의 사업도 진행 중인데, 화이트코리아는 주로 아파트와 주상복합 개발사업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두차례 금융위기를 극복하며 지금까지 성장해왔다. 화이트코리아는 양계호 회장이 대부분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이며, 장남을 주축으로 경영하는 화이트코리아산업이란 별도 법인을 운영한다.
힘들어도 포기하면 안되는 이유
첫 대형사업, 위기와 기회의 양면성 '강서한강자이'
화이트코리아는 2006년 4월 가양동 52-1 일대의 대상 조미료공장 부지 약 1만8000여평을 아파트와 지식산업센터(예전의 아파트형공장) 형태로 분양할 목적으로 매입한다. 2006년은 부동산시장이 상승기 정점에 있을 무렵이었는데, 그게 화근이었다.
용지를 매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리먼브러더스발 글로벌 금융 위기가 찾아왔고, '울며 겨자먹기'로 사업부지를 떠 안은 채 매출 없이 버텨야 하는 시기를 맞는다. 지금 우리가 겪는 상황처럼 말이다.
부지 매입 당시 자본총계는 100억원 수준 남짓이었으니 1년 이자비용 여유분 밖에 되지 않았다. 그 말은 이론적으로 1년 이상 용지를 보유하게 되면 바로 자본잠식 상태로 접어든다는 의미였고, 그렇게 부지 보유 3년 차에 완전 자본잠식에 접어들며 결국, 2008년 계속기업가정 불확실성에 대한 감사인의 코멘트를 받게 된다.
2009년 3월 제일감정평가법인의 감정을 받았을 당시 가양동 사업부지 담보 감정가액은 3058억원, 대출금(한도설정액포함)은 2297억원 수준이었다. 다행인 건 GS건설의 신용보강으로 버티고 버티다가 2011년부터 강서한강자이 관련 분양매출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당시 화이트코리아는 가양동 사업장에서 1000억원 수준의 시행이익을 기대했기 때문에 2012년 자본잠식 1000억원 수준은 분양 매출로 다 메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화이트코리아는 GS건설의 도움으로 잘 이겨내 강서 한강자이 분양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양 회장이 계산한 바대로 관련 분양매출 인식이 다 끝나자 정말 거짓말처럼 완전자본잠식 1000억원을 자기자본 200억원 수준으로 "플러스 전환"을 시키는데 성공한다. 힘들다고 절대 사업장을 쉽게 놓을 수가 없는 이유다.
사업장 때문에 힘든 순간이 와도 결국 지금의 힘든 순간을 벗어나게 해 줄 은인도 사업장이다. 지금 인창개발이 힘든 시기여도 CJ 가양동 부지를 쉽게 놓지 못하는 이유처럼 말이다.
위기극복 이후 성장 가도를 달리다
가양 대상 조미료 공장부지로 크게 위기를 맞았다가 결국 가양 사업지로 기사회생한 화이트코리아는 관련 분양 매출 인식이 완료될 때까지 신규사업을 벌이지 않는다. 관련 정산이 다 끝나갈 무렵인 2014년 광명파크자이(총분양예정가액 4300억원) 분양 사업을 시작한다.
이후 2015년 광명역세권에 주상복합을 개발하며 총분양예정가액 9000억원, 2016년 동탄파크자이 4580억원, 2017년 다산진건 주상복합 5800억원짜리 대형 프로젝트 분양을 진행하게 된다.
2018년에는 광명 사업지 분양(총분양예정가 3420억원)을 시작하며, 동시에 고양시 덕은 사업부지를 LH로부터 A4블록은 평당 1815만원, A7블록은 1729만원에 낙찰받는다.
2020년 화이트코리아는 왕성한 개발사업을 이어갔는데, 홈플러스 안산점을 주상복합 개발용도로 MBK로부터 약 4000억원에 매입했고, 총분양가액 5000억원 짜리 프로젝트인 별내 자이 분양을 시작했다. 여의도동 48-1번지 현대오일뱅크 부지를 SK네트웍스로부터 약 330억원에 매입한 것도 이 때다. 뿐만 아니라, 송도국제도시 6공구 내 공동주택용지 A17블록을 예정가 3445억원의 두배에 가까운 6256억원에 낙찰받았다.
2021년에는 총분양예정가액 1.6조원짜리 프로젝트인 송도 사업장 분양이 시작되었다. 2022년에는 2번째 서울 사업장이 될 뻔했던 여의도 현대오일뱅크 부지를 결국 매각하게 되는데, 인근 대우트럼프월드 2차 입주민들의 반발이 원인이었다. 결국 서도코퍼레이션에 732억원에 매각했는데 그래도 매입단가가 33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배 남는 사업을 하긴 했다.
위기 학습 덕에 얻은 자제력?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가양 사업장을 끌어안고 한바탕 고생을 치룬 덕일까. 화이트코리아는 2022년 이후에는 이렇다 할 적극적인 신규 행보를 하지 않는 대신, 이미 벌여 놓은 사업장 관리에 주로 힘을 쓰게 된다.
뿐만 아니라 올해 초 공식적으로 신규 사업을 벌이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화이트코리아산업이 보유한 하남 미사 자급용지 마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관리에 집중하겠다는 포석인데 학습된 위기가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
송도 자이더스타는 1533세대, 분양예정가액 1조6000억원 짜리 프로젝트였다. 2020년 송도국제도시 6공구 내 공동주택용지 A17블록을 예정가 3445억원의 두배에 가까운 6256억원에 낙찰받았다. 덕분에 평당 약 2600여만원에 분양을 했는데, 이는 연수구 평균 분양가 2200만원보다 20% 비싼 금액이었다. 당연히 말들이 많았으나, 금리 인상기 이전에 다행히 분양을 잘 마쳤다.
2020년 화이트코리아는 고양 덕은 A4블록과 A7블록에 DMC리버파크자이와 DMC리버포레자이를 분양했는데 평당 분양가는 각각 2583만원, 2630만원이었다. 참고로 DMC리버포레자이는 관계사인 화이트코리아산업의 사업지다. 직전년도에 공급했던 '덕은 대방노블랜드'와 '덕은 중흥S클래스 파크시티' 분양가보다 대략 1.4배 높은 금액이었다.
홈플러스 안산점 프로젝트는 안산시 상록구 586번지 일원의 안산 홈플러스를 주상복합으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약 8200평 부지에 지하5층~지상 49층, 연면적 10만평 규모로 조성하며, 시공은 GS건설이 담당한다. 2025년 2월 착공 2029년 3월 준공 목표지만 안산시 규제 논의와 맞물려 사업은 아직 답보상태로 알려져 있다.
"신규 사업 급하게 안해도.."
화이트코리아는 강서 한강자이 프로젝트를 전후로 사업방식을 바꾼다. 그 전까지는 1-2개 작은 사업장을 가지고 사업을 영위했고, 가양동 조미료 공장부지를 매입하며 외부 환경 탓에 수년간 물렸다가 살아난 뒤로는 평균 4-5개의 사업장이 동시에 돌아가는 구조였다.
그 말은 매출단이 쉴 틈이 없었다는 얘기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호기롭게 우린 좀 쉬었다 갈께요'처럼 보일 수 있는 이유는 여전히 인천 송도 사업장에서 인식될 매출이 1조원, 별내 사업장에서의 매출 5000억원 가량 남아있기 때문이다. 크게 성장은 못해도 최소 1-2년은 무리수를 두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모든 기업이 매년 성장하면 좋겠지만 지금같은 위기에는 쉽지 않다. 결국 버티는 기업이 이기는 것인데, ' 그 버틸 수 있는 체력'으로 변모한 화이트코리아를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지금 힘들다고 절대 실망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