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차 전기본 해설편] LNG 발전소, 설비는 늘지만 발전량은 줄어든다

우리나라에는 에너지 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이른바 ‘에너지 기본계획’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전력, 천연가스, 재생에너지 등 분야별 계획이 따로 마련돼 있다. 이 중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은 가장 핵심적인 계획으로 꼽힌다. 이번 칼럼부터는 최근 확정된 제11차 전기본을 분석하고, 에너지 인프라 투자 측면에서 어떤 시사점이 있는지 차례로 짚어본다.
1. 전기본이란 무엇인가?
전기본은 향후 15년 동안의 전력 수요를 예측하고, 이를 충족할 발전소를 어떻게 확보할지 계획하는 문서다. 2년 주기로 작성되며, 일정 규모 이상의 발전소는 반드시 전기본에 반영돼야 정부 인허가를 받을 수 있다. 소규모 발전소라 하더라도 전기본에서 정한 발전원별 용량 계획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인허가가 가능하다.
LNG 발전을 포함해 특정 시점에 어떤 방식으로 전기를 생산할지를 설계하는 것이 ‘발전원 구성’ 이슈다. 전기는 수요와 공급이 실시간으로 일치해야 하며, 단 1초라도 공급이 끊기면 안 된다. 동시에 가격은 소비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하고, 환경오염이나 온실가스 배출 같은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어느 한 가지 발전 방식으로 모든 요건을 만족시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연중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기저부하 발전부터, 혹서기·혹한기에 대응하는 첨두부하 발전까지 다양한 발전원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전기본은 이러한 발전원 구성을 향후 15년간 어떤 식으로 조합할지를 정한 전략적 계획이며, 이에 따라 발전소와 관련된 인프라 PF 기회가 생겨난다.

2. LNG 발전소의 특징
LNG 발전소는 발전소 건설비는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연료비가 높은 편이다. 석탄이나 원자력 발전소는 그 반대다. 또한 석탄·원자력 발전소는 대량의 연료 수입과 냉각수 확보가 필수라 대부분 해안가에 입지하지만, LNG 발전소는 가스 배관을 통해 연료를 공급받고 냉각수 요건도 다르기 때문에 내륙 설치도 가능하다.
석탄 발전소는 미세먼지 이슈로 대도시 인근에 짓기 어렵고, 원전은 최소 이격 거리 요건으로 외딴 지역에 지어야 한다. 반면 LNG 발전소는 대기오염 물질 배출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신도시 조성 시 열병합 설비로 인근에 지어지는 경우가 많다. 단순 발전일 때는 효율이 60% 수준이지만, 폐열을 활용해 난방이나 산업단지에 공급하는 열병합 방식으로 구성하면 효율이 90%를 넘는다.
문제는 연료 가격이다. LNG는 석탄보다 2배 이상 비싸며 100% 수입에 의존한다. 발전 순서가 SMP 기준으로 정해지는 구조에서는 LNG 발전이 뒤로 밀리기 쉬워 열병합 설비라 하더라도 연간 이용률이 40~60%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터빈 효율은 매년 점차 떨어지기 때문에 가동 후 10년 정도가 지나면 발전시장 경쟁에서 자연스럽게 밀리게 된다.
따라서 LNG 발전소 PF를 설계할 때는 LNG 가격 변동 리스크, 발전 순서 변동에 따른 수익성 변화, 이용률 감소에 따른 매출 감소 리스크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3. 11차 전기본에서 본 LNG 발전 이슈
전기본은 전기사업법뿐만 아니라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녹법)의 적용도 받는다. 탄녹법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 실현을 명문화했으며, 이에 따라 전기본에도 탄소중립 로드맵이 반영됐다. LNG 발전은 석탄보다는 온실가스 배출이 적지만, 여전히 배출원이기 때문에 2038년까지 점진적 축소가 불가피하다.
11차 전기본에 따르면, LNG 발전소의 설비 용량은 2023년 43.2GW에서 2038년 69.2GW로 약 60% 증가하지만, 발전량은 같은 기간 157.7TWh에서 74.3TWh로 47% 수준으로 감소할 예정이다. 설비는 늘어나지만 발전량은 오히려 줄어드는 셈이다. 이는 LNG 발전소의 전체 이용률이 현재의 1/4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전기본은 설비용량은 규제 대상으로 보고, 발전량은 예측값으로 다룬다. 즉, 향후 실제 이용률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LNG 발전량을 줄이기 위해 여러 정책 수단을 활용할 것이다. 대표적인 수단이 탄소세와 배출권 유상 할당제다. 탄소세는 배출량만큼 추가 세금을 부과하고, 유상 할당제는 정해진 배출 한도를 초과할 경우 배출권을 구입하게 만드는 제도다. 이 같은 방식은 모두 LNG 발전의 원가를 끌어올리며, 발전시장 내 가격경쟁력 약화를 유도한다.
이런 정책 리스크는 LNG 발전소 PF를 검토할 때 핵심 고려 요소가 된다. 단순히 연료비 경쟁력이나 CP(용량요금) 수준만 따질 게 아니다. 11차 전기본의 방향대로 정책이 집행된다면, LNG 발전소가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며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시장에서는 전기본의 발전량 전망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의견부터, 결국 모든 화석연료 발전이 좌초자산이 될 것이라는 비관론까지 다양한 시각이 공존한다.
누구의 예측이 맞을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앞으로 LNG 발전소에 투자하려는 사업자라면 ‘설비는 늘고, 발전량은 줄어드는’ 이 시나리오에서 어떤 전략으로 대응할지를 명확히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