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저널)생숙·오피스텔 투자 관련 실패 확률 낮추는 법
지난 편 '워킹저널'에서 프랑스 철학자인 라캉까지 들먹이며 아파트를 구매할 때 "타인의 욕망을 욕망해야" 안정적인 투자수익상품을 고를 수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그렇다면 대표적인 아파트 대안 주거상품인 생활형숙박시설(레지던스, 생숙)과 오피스텔 투자는 어떨까요. 이들 대체주거상품의 선택에는 "나의 욕망을 아주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정의해야만 투자 실패확률을 줄일 수 있다"고 제언하고 싶습니다.
부동산 개발과 관련된 법률은 방대하고 정교하며 경직적으로 짜여 있고, 주거의 약 60%를 차지하는 아파트 이외에도 다양한 대체 거주공간이 존재합니다.
대단지 아파트를 포함해 "주택"이라는 명칭을 갖는 주거상품은 주택법이 적용됩니다. 재개발/재건축/리모델링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오피스텔은 건축법, 생활형숙박시설은 건축법과 공중위생관리법, 휴양형 콘도미니엄은 건축법과 관광진흥법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정부는 세금을 잘 납부할 수 있는 중산층을 두텁게 양산하려고 애쓰는데요. 많은 사람이 주택을 소유해야 취득세·재산세·양도세 등 제반 세금을 안정적으로 징수할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이런 정책 방향과 다르게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분양가 상한제, 분양권 전매 금지,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중과, 거주·보유의무기간 설정 등 각종 규제책은 변종 상품을 양산했고 그 부작용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이럴 때 일수록 개인투자자는 시장의 본질을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는 통찰력을 키움과 동시에 스스로의 욕망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투자할 혹은 구매할 상품의 본질을 충분히 파악하고 시장에 참여해야 한다고 봅니다.
생활형 숙박시설(생숙)
우선 최근 핫이슈가 된 생숙을 알아볼까요? 공중위생관리법 상 모텔 등 일반숙박업은 취사시설이 없는데, 생숙은 취사시설을 갖출 수 있습니다.
생숙은 국토교통부에서 건축허가를 받고, 숙박업 운영을 위한 허가는 보건복지부에서 받아야 하는데요, 30실 이상의 객실을 운영해야 숙박업을 영위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숙박업 난립을 막기 위해 개인이 숙박업을 영업하는 행위를 불허하고 있는데다, 보건복지부도 분양받은 생숙을 에어비앤비로 운영하는 경우, 위탁업체를 선정해 운영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개인이 분양받은 생숙을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봐야 합니다. 반드시 운영업체에 위탁해야 합니다. 물론 본인이 30실 이상을 운영할 수 있는 숙박업운영 자격을 갖추면 되지만 현실적으로는 실현불가능한 옵션이겠죠.
준주거지역과 상업지역에 들어갈 수 있는 주거상품은 "주상복합(주택법)과 주거용 오피스텔(건축법)" 밖에 없는데요. 오피스텔에 대비해 규제가 덜한 생숙이 사업성과 잠재 수익성 측면에서 반사이익을 얻었죠. 주상복합과 오피스텔은 주차대수도 세대당 1대 이상이고, 학교용지 부담금도 납부해야하는데, 생숙은 주차대수도 0.5대 정도이고, 각종 부담금과 규제가 훨씬 가볍습니다.
최초 분양받는 시점에 주택이 아니어서 청약통장을 쓰지 않아도 되고, 대출규제에도 저촉을 받지 않았으며, 분양권 전매도 가능했습니다. 지난 2018년부터 주거상품에 대한 규제가 크게 강화되면서 틈새 상품으로 생숙 분양이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주거형 오피스텔과의 형평성 논란이 당연히 제기됐습니다.
이에 오는 10월14일부터는 공시지가 10%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는 법령이 시행됩니다.
공시지가가 10억원인 생숙을 전입신고해 주거용도로 쓰고 있다면, 주거용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하거나, 아니면 용도 그대로 숙박시설로 위탁업체에 위탁해 운영하지 않으면, 고쳐질 때 까지 10억원의 10%인 1억원을 매년 부과하겠다는 것이 이행강제금 부과의 골자입니다. 엄청나게 강력한 조치이죠.
당장 다음달 14일부터 부과되는 것은 아니고요, 강제이행금의 부과할 수 있는 법적 배경이 갖춰졌다는 뜻입니다.
이행금을 부과하는 주체는 지자체로, 전입신고 여부를 확인하고, 해당 생숙을 가가호호 방문하며 용도에 맞게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실태 조사부터 실시해야 할 것입니다. 시정명령을 내리고 감면 조치를 조율하는 등의 행정절차를 진행해야 하겠지만 혼란과 혼돈의 연속일 것이라고 봅니다.
생숙이 입주시기를 맞을 때쯤 되면 수분양자 중 고금리를 못버티고 던지는 물건이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2020년~2021년초 분양을 잘 마쳤으나 최근 마이너스피가 나오는 "마곡 롯데 캐슬 르웨스트(2024년8월 입주예정)나 세운 푸르지오 지팰리스(2024년 9월 입주예정)" 등등의 급매물 또는 경공매를 기다린 후 원하는 가격까지 내려온 뒤 입찰 참여를 희망하는 투자자(특히 경매전문가)가 꽤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합니다.
생숙의 위탁운영업체가 운영 후 남은 이익금을 소유주에게 배당금 형태의 정산금을 지급할 텐데요. 분양가 10,4억원의 한 생숙시설 경공매를 시뮬레이션해보면 1회 유찰시 8.3억원, 2회 유찰하면 6.7억원, 3회 유찰시 5.3억원, 4회 유찰시 4.3억원 정도로 낮아집니다. 위탁운영업체가 제시하는 정산금을 기준으로 임대수익률이나 캡레이트를 계산해보고 투자해야 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다양한 주거상품의 특성을 이해하고 생숙이란 베이직에 맞게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 투자결정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투자는 항상 최악(워스트 케이스)을 산정하고, 그것을 감내할 수 있는지를 판단한 후, 분양계약서에 사인할 것을 제안합니다. 수많은 계약자를 직,간접적으로 20년 넘게 바라본 시공사 RM으로서 드리는 제언입니다.
오피스텔(주거형/업무형)
오피스텔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피스텔은 오피스와 호텔의 합성어이고 당연히 주택이 아닌 일반건축물입니다. 취득세도 4.6%로 1가구 1주택 구입시의 세금감면혜택이 없습니다.
때문에 아파트 대체상품으로 주거형 오피스텔을 선택했다고 해도 법률에 기반한 원칙으로 회귀할 수 있음을 염두해 두고 상품을 선택하기 바랍니다. 생숙처럼 시한을 정해두고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거나, 아직 분명한 세부지침없이 모호하고 그레이한 정부 정책이 언제든지 규제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오피스텔은 도심(CBD) 강남권(GBD) 여의도권(YBD) 내 위치하는 게 좋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CBD GBD YBD로의 접근성이 좋거나(예를 들어 지하철역 5~6정거장 이내), 더블 트리플 쿼트로 역세권이어야 제값을 합니다. 오피스텔 이용자는 대단지 아파트의 쾌적성과 안락함을 포기하고, 직주근접과 교통 편의성, 그리고 기능집적성과 도심 라이프 스타일을 선택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오피스텔 투자시 20년~50년 이상의 초장기 임대수익률을 타진한 후 진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지속적인 임대수요가 발생할 것인가에 집중해서, (1)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멋진 회사들이 모여 있는가, (2)그런 일자리 군집지역에서 얼마나 가까운가(걸어갈 수 있으면 더욱 좋구요), (3)도시 경쟁력 요소들 (복합문화공간, 힙한 식당가들, 미술관, 도서관, 전시회관, 공원, 체육시설 등으로의 접근성)을 갖추고 있는가 등을 잘 따져봐야 합니다.
출산율 0.7의 시대에 도심집중현상은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과 광역 거점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의 "주거형 오피스텔"은 애매한 포지셔닝을 갖습니다.
마치 뉴욕 맨하탄의 스튜디오처럼 상업·업무시설을 주거용도로 변경할 수 있는 법적 환경이 언제 만들어질 지는 불확실하지만, 오피스텔은 그 고유의 정의 그대로 업무와 거주를 동시에 겸할 수 있도록 고안된 상품입니다. 오피스텔 상품 역시, 그 고유의 본질에 충실해야함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