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읽는 亞 상업용 부동산③ 불타는 침묵 '호치민'

2025년 호찌민은 '투자자의 낙원'에서 '규제의 미로'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FDI 확대, 산업단지 확장, 리조트 회복세는 여전히 긍정적입니다. 그러나 토지법 개정으로 시장은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리츠와 법인 투자는 보이지 않는 위험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도시의 진정한 모습은 빠른 성장 너머, 표현되지 않는 것들 속에 있습니다.(편집자 주)
초여름의 호치민 하늘은 회색빛으로 가득했다. 공기 속에는 오래된 향신료와 새 콘크리트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R은 호텔 창문을 통해 끝없이 뻗어가는 건물들을 바라보았다. 외국인 투자는 늘고 있었고, 산업단지의 확장은 눈부셨다. 그러나 이면에서, 한 도시의 맥박은 다른 리듬을 울리고 있었다.
토지법 개정.
R은 침대 위에 펼쳐놓은 서류들을 다시 훑어보았다. 표면적으로 문을 개방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길이 끊겨 있었다. 뒤엉킨 미로처럼. 도시의 진실은 종이 위의 글자가 아니라 그림자 속에 가려져 있다.
그는 이 도시를 다시 찾았다. 한국 본사의 CEO M의 요청이었다. 초대형 복합단지, 지하 5층에서 지상 40층에 이르는 거대한 프로젝트. 쇼핑몰, 오피스, 호텔, 레지던스까지 아우르는 야심찬 투자자문 사업이었다.
"위용이 대단하네요." R이 건물을 올려다 보며 말했다. "완공까지 6개월 정도 남았습니다." 현장 가이드의 목소리는 평평했고, 무표정했다.
미세한 긴장감이 스쳤다. R은 본능적으로 감지했다. 수치로는 읽히지 않는, 미세한 '균열'. 마치 잔잔한 수면 아래 흐르는 조류처럼.
건설 현장 입구에서 정부 관계자로 보이는 인사들과 현지 개발사 직원들, 외국인 투자자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 가운데 그녀가 있었다. 린.
그녀는 베트남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특징을 완벽하게 체현한 듯했다. 세련되고 국제적인 감각의 감색 정장 차림이었다. 자세히 보면 현지의 섬세한 감각이 녹아 있었다. 얇은 비단 소재의 블라우스는 호치민의 습도에 적응한 세련된 선택이었다. 긴 머리카락은 단정하게 묶여 있었지만, 몇 가닥은 의도적으로 풀려 있는 듯했다. 엄격한 규제와 예측할 수 없는 시장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베트남 부동산 시장처럼. 눈빛은 날카로웠으나 이따금 보이는 미소는 부드러웠다. 현지 시장을 꿰뚫는 통찰력과 외국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친화력의 묘한 조화였다.
짧은 순간, R은 기억을 더듬었다. 2년 전, '2023 베트남 투자 포럼'. 수십 명의 사람들 사이에서 스쳐간 인연. 그녀는 당시 통역사로 소개됐지만, 무엇인가 더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단순한 통역사의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내민 손에는 '호치민시 기획투자국 외자유치지원과 부동산 협력 담당관'이라는 명함이 들려 있다. 그리고 왼손목엔 붉은 실 팔찌가 감겨 있었다.
"미스터 R," 린이 조심스럽게 한국어로 말했다.
"갑자기 만나게 되었네요. '갑자기'라는 단어, 제가 맞게 한 건가요?"
그녀는 '갑자기'라는 단어를 굴리듯 발음했다. 혀끝에서 돌리고, 조심스레 내보내는 식으로. 처음 접하는 과일을 맛보듯.
"정확해요." R이 답했다. 실없는 대화였지만, 그 사이에 무언가 전해졌다. 균열 같은, 그러나 무너지지 않는 침묵.
무리가 흩어지자, 린이 다시 다가왔다.
"이 건물에 관심 있으신가요?"
"투자 가능성을 검토 중입니다."
린은 주변을 슬쩍 살폈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1층 남쪽 구역, 서류에 없는 균열 위험이 있어요."
R은 놀랐다. 개발사도, 정부도 숨기고 있는 정보를 그녀가 이렇게 쉽게?
"내일 아침, 구시장 북쪽 입구로 오세요," 린은 말을 잘랐다. "호치민의 속살을 보여줄게요." 그녀의 미소는 짧고, 의미심장했다.
R은 그 뒷모습을 한참 바라봤다. 단순한 친절? 아니었다. 그 안에는 복잡한 의도가 있었다. 음악의 쉼표처럼, 그 침묵 속에 더 큰 메시지가 담겨 있을테지.
다음 날, 어둠이 걷히지 않은 시간. 호치민의 새벽은 깨어 있었다. 오토바이 엔진 소리, 노점상의 준비 소리, 새벽의 분주함이 공기를 채웠다.
린은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났다. 여전히 정갈한 복장. 붉은 실 팔찌는 똑같았다.
그녀는 헬멧 하나를 내밀었다. "타요. 시간이 없습니다."
R은 망설였다. 그러자 린이 덧붙였다. "호치민은 멈추지 않아요. 진실도요."
R은 꿈꾸듯이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가볍게 출발한 오토바이는, 이내 골목과 대로를 누볐다. 아침 공기는 차갑고 축축했다. 바람이 R의 뺨을 스쳐 지나갔다.
첫 번째로 멈춘 곳은 7군과 2군 사이 대형 공사장이었다.
"여긴 '불꽃 프로젝트'예요." 린이 오토바이에서 내리며 말했다.
고급 주거단지로 포장된, 사실상 외자 유치용 전시장. 거대한 광고판 아래, 텅 빈 현장이 있었다. 화려한 조명을 받은 광고판 속 미래 도시의 모습과 달리, 실제 현장은 기묘하게 정적이었다.
다음은 9군의 물류센터. 겉으로는 단순한 창고였지만, 수백 명의 직원, 거대한 모니터 속에 살아 움직이는 호치민의 혈관이 있었다.
"이 흐름을 보면 부동산 시장을 읽을 수 있죠." 린은 말했다.
모니터 화면 위로 수많은 색깔의 선과 점들이 움직였다. 붉은 지역은 개발 압력, 푸른 선은 규제선.
"토지법이 시장을 열었다고요? 오히려 복잡한 벽을 더 세운 거죠."
린은 휴대폰을 꺼내, 암호화된 문서를 보여주었다. "어제 본 균열의 방향," 그것은 힌트였다.
남쪽, 4.
R이 입력하자, 문서가 열렸다. 호치민 정부의 내부 계획. 특정 구역의 개발 승인을 고의로 지연시키는 내용이었다.
"왜 저에게 이걸 보여주는 겁니까?" R이 물었다.
린은 잠시 주저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 있어요."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카페였다. 외국인 투자자, 중소 부동산 개발자들이 조용히 모여 있었다. 린은 낮게 속삭였다. "이곳이 '불타는 침묵'의 중심입니다."
그때, 문을 열고 세 명의 남자들이 들어왔다. 정부 브로커. 린은 긴장했다.
"시간이 없어요. 가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호치민 최대 쇼핑몰 건설 현장이었다. 그 화려한 외관 뒤, 린은 작은 사무실로 R을 이끌었다. 호치민시 기획투자국 비공식 모니터링 센터였다.
벽에는 붉은색으로 표시된 지도, 개발업자들의 이름, 그 한가운데 R이 검토 중인 부지가 있었다.
"왜 여기에 데려온 겁니까."
린은 대답 대신, 창문 너머 구 오페라 하우스를 가리켰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붉은 팔찌를 찬 채 모여 있었다. 새 토지법에 반대하는 조용한 시위였다.
"이제, 보이시나요?" 린이 속삭였다.
R은 그제서야 이해했다. 이 도시의 진정한 모습을. 표면적 발전과 내부의 갈등. 개방의 형식과 통제의 본질. 그리고 그 틈새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조용한 저항.

그날 밤, R은 호텔 방 테이블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 한국에 있는 CEO에게 이메일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M 대표님, 호치민 현장 검토 결과, 프로젝트 투자 결정은 3개월 더 지켜본 후 내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표면적인 토지법 개정과 실제 적용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있어요. 현지의 정치적 역학이 예상보다 복잡합니다..."
R은 알스퀘어에널리틱스(RA)를 실행했다. 이 상업용 부동산 분석 툴은 최근 베트남 시장으로 데이터를 확장했다. 화면에 호치민 시장의 실시간 데이터가 펼쳐졌다. 린이 보여준 물류 데이터와 공식 발표된 개발 계획 사이의 불일치를 확인하고 싶었다.
시스템에 '호치민 7군-2군 경계 상업 개발' 조건을 입력하자, 시간대별 투자 흐름과 실제 건축 진행도를 보여주는 그래프가 나타났다. 그는 자신이 본 '불꽃 프로젝트'의 실제 진행도와 RA 데이터를 대조해보았다. 불일치했다. 공식 데이터는 50% 진행으로 표시됐지만, 실제로는 20%도 채 되지 않았다.
R은 린이 보여준 암호화된 문서의 내용을 떠올리며, RA의 예측 모델을 가동했다. 6개월 후 시장 상황은 어떻게 될 것인가.
"호치민은 침묵의 도시다. 말하는 것보다, 입안에 머금은 것이 강하다. 투자는 기다림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 불빛들이 마치 별자리처럼 퍼져 있었다. 호치민의 불빛은 또 다른 침묵을 준비하고 있었다.
📝2025년 호치민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주요 이슈 5가지
외국인 투자유치 급증 : 2024년 기준 베트남 부동산업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가 전년 대비 35% 증가(63억 달러)했습니다. 호치민을 비롯한 주요 산업·상업도시로 글로벌 자본 유입이 활발합니다. 특히 한국, 싱가포르, 일본, 미국, 유럽 투자자들이 적극 진출 중입니다.
공급 부족에 따른 임대료 상승 : 급속한 도시화와 수요 증가에도 신규 상업용 부동산 공급이 제한적입니다. 그래서 임대료가 꾸준히 오르고 있습니다. 고급 소매공간과 오피스, 창고 등 전 부문에서 가격 상승 압력이 지속됩니다.
정책 및 법률 환경 개선 : 2025년부터 시행되는 각종 법령과 규제 완화로 외국인 소유권 확대, 투자 절차 간소화 등 제도 환경이 개선 중입니다. 이는 투자 활성화와 시장 신뢰도 제고에 긍정적으로 작용합니다.
투자환경 및 인프라 경쟁력 강화 : 호치민시는 투자환경 개선과 우대 정책, 인프라 확충 등으로 외국인 및 국내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첨단산업, 하이테크 단지 등 전략산업 중심의 투자 유치도 강화되고 있습니다.
소비 트렌드 변화와 업종 재편 :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대형 쇼핑몰과 체험형 매장, 명품 브랜드 등 고부가가치 업종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거리 상권은 다소 침체되는 반면, 복합 상업시설과 프리미엄 부문이 성장세입니다.
(작가의 해설) 3화는 법적 개혁과 외자 유입이라는 양날의 검 위에 선 호치민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조명합니다. 새로운 토지법 시행으로 개발 가능성이 확대된 반면, 행정 지연과 규제의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호치민은 산업 및 물류 수요가 증가하고, 리조트 개발도 회복세입니다. 그러나 고급 부동산의 공급 과잉과 미분양 증가, 중고 아파트 거래 위축 등 내수 기반의 불안 요소도 있습니다. 호치민은 확신보다, 관계를 먼저 읽어야 하는 시장입니다.
📌인물 소개 (R) : 한국의 상업용 부동산 스타트업 '스퀘어'의 전략총괄 이사로, 데이터 분석과 인간적 직관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40대 초반의 분석가입니다. 아시아 도시들을 여행하며 ‘숫자 너머의 세계’를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호치민에서그는, 예상하지 못한 '침묵의 언어'와 마주하게 됩니다.
📌인물 소개(린) : 호치민시 기획투자국 외자유치지원과 소속의 부동산 협력 담당관(※ 이 직책은 소설적 극화 설정임). 겉으로는 차분하고 절제된 태도를 보이지만, 도시를 투명하게 변화하고자 하는 야망을 품고 있습니다. 과거 스친 인연이었던 R에게 은은한 이성적 관심을 갖고 있고, 정치적 계산을 위해 R을 자신의 목적에 끌어들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