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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보는 亞 상업용 부동산① 하늘 향해 자라는 '싱가포르', 뿌리를 찾는 남자

문지형
문지형
- 14분 걸림 -
상업용 부동산 스타트업 '스퀘어'의 전략 총괄 이사 R

2025년 싱가포르는 '계획의 도시'로, 미래에 대한 청사진이 분명하지만, 숨겨진 온기는 쉽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국내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기업 '스퀘어'의 전략총괄 'R'. 겉으론 완벽해 보이는 도시와 사람 사이에서, 수치화될 수 없는 무언가를 발견하는 R의 시선을 통해 싱가포르의 계획된 미래와 불확실한 현실 사이 긴장감을 엿봅니다. (편집자 주)


모든 도시가 나름의 목표를 품고 있지만, 이곳은 달랐다.
싱가포르는 철저히 계획된 도시였다. 밤새 꿈꾸다 아침에 깨어나 완벽하게 그려낸 도면처럼.

R은 38층 호텔 창문 너머로 도시를 내려다보았다. 평행선과 직각으로 구성된 거리, 반듯하게 정돈된 건물들. 초고층 유리벽에 반사된 햇빛이 도시를 감쌌다.

'이곳이 기회의 땅'이라고 외치는 듯 반짝였지만, 그는 그 광휘 너머의 온도를 느끼는 데 익숙했다. 표면과 실체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을.

R은 공항을 빠져나온 지 채 30시간도 지나지 않았다.
이미 두건의 부동산 미팅과 한 차례 데이터 회의를 마쳤다. 진한 커피 냄새가 셔츠에 배었다.

'스퀘어'의 분석툴 RA는 싱가포르의 등급 A 오피스 수요, GLS 토지 입찰 트렌드, 스마트 물류 허브의 적정 임대료까지 명확하게 그리고 있다.

숫자의 무리가 스크린 위에서 춤을 추며 그에게 말했다. '여기에 투자하라'고.

하지만 데이터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
물속에 잠긴 빙산의 7분의 6처럼.

"친환경 인증은 기본이고, 탄소 중립 목표 연동 임대계약까지 고민하는 임차인들이 늘고 있어요."

미셸은 차 안에서 조용히 말했다. 목소리는 에어컨의 바람처럼 차갑고 균일했다. 싱가포르 부동산계의 '신세대 파워 플레이어'.

그녀는 깔끔하게 머리를 올렸고, 손에는 작은 태블릿이 들려 있었다.
그녀가 말할 때마다 화면에는 수치와 그래프가 움직였다.

R은 그런 그녀를 '한 채의 오피스'라고 마음속으로 부르곤 했다.
외관은 완벽하게 정리돼 있고, 내부는 기능적으로 배치되어 있지만, 가끔은 빈 회의실처럼 정적이 흐르기도 했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지만, 무언가 부족한.

"스마트 HVAC 시스템과 모션센서 조명 같은 걸로는 경쟁이 안 되죠. 요즘엔 오피스 임차계약에 ESG 평가지표를 연동하는 RFP까지 나와요."
"그리고 하이브리드 근무 확산 이후로는 도심 외곽 오피스가 재평가되고 있고요."

R은 끄덕였다.  미셸의 목소리가 창밖으로 흘러가는 건물들처럼 귓가를 스쳤다.

하지만 그녀의 말 뒤에 숨겨진 리듬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모든 사람의 말에는 그들만의 음악이 있는 법이다. 미셸의 음악은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인공적으로 들렸다.

싱가포르 중심업무지구(CBD)는 여전히 강세였다.
임대료는 10년 만의 고점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등급 A 빌딩은 대기 명단까지 존재했다. 유명 레스토랑의 예약처럼.

하지만, 실리콘밸리 스타일의 기술 스타트업은 중심가를 점점 떠나고 있었다. 친환경·하이브리드·디지털 인프라. 이 세 개의 단어가 R의 머릿 속에서 맴돌았다.

창밖으로 펼쳐진 도시는 거대한 회로판 같았다. 건물과 도로는 전자와 전선처럼 정교하게 연결돼 있었다.
어쩌면 이 도시는 진짜 살아있는 컴퓨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 속을 스쳤다가 사라졌다.

그는 다음 미팅 장소인 부킷 바톡 산업지구로 이동하면서, 슬쩍 질문을 던졌다.

바다에 작은 돌을 던지듯이. "물류 쪽도 가속화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전자상거래가 폭발했으니까."

"맞아요. 대형 창고는 물론, '도심형 풀필먼트 센터' 개념이 확장되고 있어요. URA의 산업구역 개발계획이 그걸 전제로 하고 있죠."

차가 붉은 신호등 앞에서 멈췄다. 순간 미셸의 얼굴이 지나가는 차의 헤드라이트에 비쳐 R에게 보였다. 그녀의 눈에는 이상하게도 약간의 공허함이 스쳐 지나갔다. 입력한 대로만 출력하는 기계처럼.

"싱가포르도 제조업이 다시 돌아오고 있나요?"

"반도체 관련 제조시설 유치가 공격적이에요. 새로운 '산업형 오피스'가 들어서기 시작했고, 그 안에 R&D 부서가 통합하는 복합시설이 유행이죠."

미셸의 목소리는 단단했다. 오차가 없고, 문장은 매번 정리되어 있었다.

유동인구 그래프처럼 완벽한 선을 그렸다. 하지만 R은 그녀의 목소리에 쉼표가 없음을 느꼈다. 감정의 간격이 좁아질 틈이 없었다.그 말들 사이에 침묵이 자리할 공간조차 허락되지 않는 것 같았다.

마리나 베이 샌즈 근처의 호텔 라운지. 창문 너머로 보이는 거대한 인공 나무들이 밤하늘을 향해 빛나고 있었다. 빛과 콘크리트가 만들어낸 이 도시의 상징적 풍경.

R(왼쪽)과 싱가포르 중견 상업용 부동산 중개기업 세일즈 본부장 미셸(오른쪽)

"숨 좀 돌릴까요?"

다음 미팅까지 30분. 두 사람은 잠시 커피의 향을 나누기로 했다.
이 도시는 일하는 사람에게조차 쉬는 법을 가르치지 않았다. 휴식마저도 다음 생산성을 위한 투자처럼 느껴졌다.

"호텔 쪽 투자가 다시 활발하다고 들었습니다."

R이 던진 말에, 미셸의 눈동자가 잠시 부드러워졌다. 단단한 유리에 입김을 불어넣은 것처럼.

"BOOST 이니셔티브 덕분이죠. 관광객 회복세가 빠르고, 정부가 호텔 개발 인허가를 유연하게 푸는 중이에요. 요즘 부동산 투자자들이 호텔 섹터에 꽤 관심을 가져요. 왜요, 생각 있으세요?"

"글쎄요, 전 아직 이 도시에서 잠을 편히 못 자봤는데요."

R의 농담에 미셸은 옅게 웃었다. 뜻밖에도 진짜 미셸을 잠시 보여
주는 순간이었다. R은 그 웃음이 이 도시에서 보기 드문 진짜 인간적인 표정이라는 걸 느꼈다. 완벽하게 설계된 건물 벽에 누군가 그린 낙서처럼 예상치 못한 매력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미셸은 평상시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 웃음은 잠깐 열렸다 닫힌 창문과도 같았다.

"GLS 입찰이 다음 분기면 또 뜰 거예요. 그 전에 입지분석을 마쳐야겠죠."

R은 혼자 테라스에 남았다. 이국적인 허브가 섞인 차를 조금씩 마시며, 시선은 멀리 항구를 향해 있었다.
거기선 컨테이너들이 거대한 크레인에 의해 끝없이 옮겨지고 있었다. 밤이 되었지만 그곳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이 도시의 심장처럼.

'싱가포르라는 도시는 완벽하다. 그러면서도 어딘가 무섭다.'

물에 비친 고층 빌딩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 거울 같은 표면에서 도시가 자신을 끝없이 복제하고 있었다.

높은 빌딩, 선형으로 정렬된 거리, 효율화된 물류 네트워크, 그리고 냉철한 투자자들. 싱가포르는 고도로 설계된 알고리즘 같았다. 변수는 없고, 예외는 설 자리가 없었다.

R은 자신이 타고 온 비행기 안에서 꾼 기묘한 꿈을 떠올렸다.
그는 끝없이 복제되는 동일한 방들을 통과하고 있었다. 각 방에는 같은 테이블과 의자, 창문이 있었다.
유일한 차이는 창문 너머로 보이는 도시의 풍경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것뿐이었다.

그는 노트북을 열고, 'RA'에 접속했다.
창고 수요 지수는 상승 중. 오피스 공실률은 낮고, 호텔 수익률은 개선세. 숫자들은 이 도시에 기회가 있다는 걸 말하고 있다.
화면에서 그래프가 상승곡선을 그리며 빛났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숫자만으로는 시장을 설득할 수 없다는 걸.
시장은 결국 사람들의 마음이 모인 곳이니까. 그리고 마음은 숫자가 아닌 이야기에 움직인다.

남겨진 차가운 찻잔을 들이키고 일어섰다.

다음은 GLS 입찰 예정지의 토지 조건을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이 도시의 온도를, 감정의 틈을 이해하고 싶었다. 그래서 호텔을 나와 계획되지 않은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잘 들어 갔을까. 아까 알려준 호텔 이름이 뭐였더라.'

그에게 있어 부동산이란, 건물이 아닌 사람의 마음이 머무는 곳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길을 걸어봐야 할지도 모른다.


📝 2025년 싱가포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주요 이슈

1) 프라임 오피스 수요 증가: 도심 중심지(CBD)의 등급 A 사무실 임대료가 상승 중입니다. 하이브리드 근무 모델과 기술 기업의 성장으로 친환경 및 스마트 오피스 공간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2) 물류 및 산업 부문 성장: 전자상거래와 제조업 확대로 물류 시설의 수요가 강세를 보입니다. 창고 개발은 지속 가능한 디자인과 현대적 사양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3) 호텔 부동산 활성화: 싱가포르 관광청의 BOOST 이니셔티브로 관광 및 비즈니스 여행이 활성화되며, 주요 관광지와 비즈니스 허브에서 호텔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4) 정부 주도 개발: 강력한 토지 매각(GLS)과 도시 재개발청(URA)의 전략적 계획으로 지속 가능한 개발과 시장 안정성이 촉진되고 있습니다.
5) 소매 부문 변화: 옴니채널 전략과 경험적 소매 개념이 소매 공간의 진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소비자 행동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새로운 소매 공간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R(왼쪽)과 싱가포르 중견 상업용 부동산 중개기업 세일즈 본부장 미셸(오른쪽)


📝작가의 해설: 1화는 싱가포르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과 그 안에서 데이터 분석가로 활동하는 'R'의 관찰을 그리고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2025년 현재 등급 A 오피스 수요가 강세를 보이며, 임대료는 10년 만의 고점을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이브리드 근무 확산으로 도심 외곽 오피스도 재평가되는 변화의 조짐이 있습니다.

소설은 단순한 시장 분석을 넘어, 도시와 사람 사이의 관계를 탐색합니다. 주인공 R이 현지 부동산 전문가 미셸과 만남을 통해 발견하는 것은 데이터로 설명되지 않는 '온도'입니다. 미셸의 완벽하고 계산된 태도, 그리고 간혹 드러나는 인간적인 순간들은 싱가포르라는 도시의 표면과 내면을 상징합니다. 이를 통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트렌드뿐 아니라, 계획된 도시와 예측불가능한 인간성 사이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 인물 소개(R): 한국의 상업용 부동산 스타트업 '스퀘어'의 전력총괄 이사로, 데이터 분석과 인간적 직관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40대 초반의 분석가입니다. 수많은 도시를 돌아다니며 부동산 시장을 분석하지만, 정작 자신은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했습니다. 보

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간극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숫자와 데이터 너머에 있는 진실을 찾아 헤매는 여정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에게 있어 부동산은 단순한 투자 대상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머무는 공간입니다.

📌 인물 소개(미셸):싱가포르의 중견 상업용 부동산 중개기업의 세일즈 본부장. 데이터와 인간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 노력하는 30대 후반 여성입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회사에서 경력을 쌓은 후, 싱가포르로 돌아와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습니다. R이 그녀를 '한 채의 오피스'라고 부르는 것처럼, 그녀는 외관은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고 내부는 기능적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가끔 드러나는 미소와 웃음처럼 빈 회의실 같은 정적 속에서도 순간적인 감정의 파동이 있습니다. 싱가포르의 친환경·하이브리드·디지털 인프라 트렌드를 예리하게 파악하고 있으며, 이러한 전문성과 가끔 드러나는 인간적 순간의 조화가 매력을 만들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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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형

안녕하세요. 문지형 알스퀘어 마케팅커뮤니케이션실 총괄 이사입니다. 알스퀘어는 오피스, 물류센터는 물론 호텔 및 리테일 등 다양한 상업용부동산 자산에 대한 임대차, 매입매각 자문 및 DB를 제공하며, DB를 활용한 시장지표를 개발 및 생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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