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읽는 亞 상업용 부동산② 유리벽 속의 정적 '도쿄', 완벽한 계획의 균열

📖 앞머리 해설
2025년 도쿄는 '완벽함'과 '균열' 사이에서 흔들리는 도시입니다. 일본의 수도는 겉으로 완벽한 질서를 유지하고 있지만, 미세한 불규칙함이 존재합니다. R과 오랜 친구이자, 일본 부동산 투자 전문가 미나의 재회를 통해, 도시의 표면과 내면 사이의 괴리를 탐색합니다. 20년이 흐른 후, 두 사람의 관계에 균열이 생겼지만, 오히려 진실을 드러내는 통로가 됩니다.(편집자 주)
R은 창밖으로 보이는 도쿄의 가을 하늘이 마음에 들었다.
지나치게 파랗지도, 회색빛도 아닌, 그저 적당히 비어있는 느낌. 어떤 감정이든 담을 수 있을 것 같은 여백. 자신이 그런 여백을 찾아 이 도시를 방문한 게 아닐까 생각했다.
회의실에 도착했을 때, 유리문 너머로 미나가 그를 발견하고 손짓했다.
"여전하네, 오랜만이야."
짙은 갈색 단발, 각진 턱선과 안경. 그리고 여전히 교토 말씨가 섞인 점잖은 억양. 미나는 그대로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변했다. 오히려 더 완벽해졌다는 인상이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20년 전의 따뜻함 대신 조용한 확신이 묻어 있었다.
우린 대학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
교환학생으로 일본에 머물렀던 R을 친절하게 안내하던 그녀는 이제 일본 3대 부동산 투자회사의 리서치 디렉터였다. 다른 길을 걸었지만, 둘 다 도시의 공간을 재해석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로웠다.
"여전히 따뜻한 커피지?"
미나는 그렇게 말했고, 곧 회의실 테이블 위에는 김이 나는 아메리카노와 차 한잔이 놓였다.
녹차였다. 미나는 항상 커피가 아닌 차를 마셨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어떤 습관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법이다. 이 도시처럼.
"공급은 확실히 줄었어. 그래서 A급 자산에 대한 쏠림은 더 심해졌지."
미나는 벽면에 프로젝터를 켜며 말했다. 화면에는 구획별로 색이 다른 도쿄 지도가 나타났다. 파란색 구역은 공실률이 낮은 프리미엄 지역, 빨간색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는 구역, 그리고 회색은 여전히 침체된 구역이었다.
"시장이 회복세로 보인다고 해서, 다 그런 건 아냐." R은 그녀의 말이 도시의 심장소리라는 걸 알았다.
도쿄는 겉으로 보기에 한결같은 리듬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 리듬 속에는 미세한 불규칙함이 숨어 있었다. 완벽하게 박자를 맞추는 연주자가 가끔 실수로 건너뛰는 1/4박자처럼.
도쿄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금리 완화의 온기를 타고 서서히 녹아가는 중이었다.
하지만 전체 공실률은 여전히 15%를 웃돌고 있고, 기존 센터만 보아도 7%를 넘겼다. 그 공백은 비단 건물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 사이, 그리고 계획된 도시 자체에도 있었다.
"그래서 요즘은 어떤 자산에 관심이 있어?" 그가 물었다.
"사실 우리도 물류에 눈을 돌리고 있어. 해외 투자자들이 일본 시장에 관심을 보이면서 꽤나 거래가 활발해." 그녀가 말했다.
화면을 넘기자 도쿄 외곽의 물류 허브 지도가 나타났다. 가와사키, 요코하마, 치바 쪽에 표시된 빨간 점들이 눈에 띄었다.
"외국인 직접투자가 작년에만 약 507조원에 달했다고 하더라고. 특히 미국과 대만 자본이 많이 들어왔어. 전자상거래 덕분에 도심 근교 창고가 금값이 됐지. 근데 R, 넌 아직도 도시 중심만 바라보는 거야?"
그 질문에 R은 머뭇거렸다. 확실히, 그녀는 날카로웠고 현실적이었다. 도시가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을테지. 균형은 유지됐지만, 예측은 어려워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 사이의 거리감도.
"중심만 보는 건 아니야. 하지만... 도시의 중심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해. 사람들이 어디에 모이는지, 어떤 감정으로 모이는지가 시장의 방향을 결정하니까."
그는 태블릿을 열어 'RA'의 화면을 보여주었다. 오피스 밀도와 출근 인구, 점심시간 체류 시간, 심지어 야간 유동인구까지 분석한 데이터였다.
"흥미롭네. 하지만, 숫자로는 부족해." 미나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냉소가 섞여 있었다. 도쿄에서 10년을 살아온 그녀는 이미 이 도시의 리듬과 완전히 동화된 듯했다.
"이곳 도쿄는 숫자보다 훨씬 복잡해. 지난 2년 사이 일본 벤처캐피털 투자금이 1.5배 증가했고, M&A 거래건수는 1050여건으로 늘었어. 사람들이 표면적으로 말하는 것과 실제로 행동하는 건 완전히 달라."
회의는 2시간 동안 이어졌다. 자료와 데이터, 전망과 프로젝션. 모든 것이 순서대로, 계획대로 진행됐다.
하지만 R은 계속해서 무언가 빠져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완벽하게 정돈된 방 안에서 희미한 먼지 냄새를 맡는 것처럼.
점심은 회의실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창밖으로 마루노우치의 가을 하늘이 보였다.
됴쿄의 밤. 아카사카의 오래된 와인바에서 둘은 다시 마주 앉았다. 목재 벽과 부드러운 조명, 빈티지 와인병들이 진열된 선반. 이곳은 20년 전 그들이 서너차례 들렀던 바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때는 이성적 호감을 품었던 대학생이었고, 지금은 다른 회사의 책임자라는 것. 십수년 전 이 자리에서 나눈 대화는 서로에게 허용되지 않는 농담처럼 느껴졌다.

"미나는 여전히 완벽한 것 같아. 너는 계획을 좋아하잖아."
R이 와인잔을 들며 말했다. 그가 주문한 것은 샤블리. 그녀가 고른 것은 진한 보르도. 취향의 차이도 더 선명해졌다.
그녀가 웃었다. 그 웃음소리는 도쿄의 밤처럼 쓸쓸했다. "난 계획을 좋아하지 않아. 그냥 그렇게 살 수밖에 없을 뿐이야."
미나의 목소리에는 이전에 없던 무게가 실려 있었다. 마치 도쿄의 고층 빌딩이 지탱하는 무게감처럼.
"도쿄는... 언제든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어 보여도, 고정된 도시야. 정부가 2030년까지 외국인 직접투자를 1000조원까지 늘리겠다고 목표를 세웠지만, 외국인에게 빗장을 열었다고 도시 본질이 바뀌진 않지. 완벽한 척하지만, 고장난 시계처럼 반복되는 시간도 있어."
그녀의 말에 취기가 묻었다. 보통 때는 드러내지 않을 감정이었다.
"아카사카의 오피스 단지, 기억나? 우리가 인턴십 같이 하던 곳. 거긴 15년 동안 단 하나의 입주 업체도 바뀌지 않았어. 물론 간판은 바뀌었지. 합병이나, 인수가 있었지만... 결국 같은 자리야. 글로벌 투자자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지만, 그들이 찾는 건 진짜 혁신이 아니야."
R은 그 건물을 기억했다. 미러 글라스로 둘러싸인 완벽한 직사각형 빌딩. 햇빛이 비추면 건물 전체가 하늘을 반사해 투명해지는 착시를 일으키는 곳.
"하지만 도쿄도 변하고 있잖아. 외국인 거주자도 늘고, 새로운 스타트업 지구도 생기고. 글로벌 자금이 유입되면서 벤처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다던데."
"겉으로는 그래. KKR 같은 대형 사모펀드가 소프트웨어 회사에 거의 6조원을 투자했고, 반도체 회사들이 생산기지를 만들고 있어. 하지만 구조는 변하지 않아. 강물은 흐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강바닥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그녀는 와인잔을 비우고 두 번째 잔을 따랐다. 그리고는 화제를 돌렸다.
"얘기해봐. 너는 어떻게 지냈어?"
R은 잠시 생각했다. 그가 지난 20년간 어떻게 지냈는지. 싱가포르, 방콕, 자카르타, 서울...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며 데이터를 수집하고, 시장을 분석하고, 사람들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자신은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했다.
"나는... 움직였어. 어쩌면 너무 많이."
미나는 R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이해와 연민, 그리고 무언가 더 깊은 감정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가끔 부럽다." 그녀가 말했다. "넌 아직도 찾고 있잖아. 뭔가를. 중국 투자가 어려워진 글로벌 자금이 일본, 인도, 태국, 인도네시아로 향하는 이유도 그런 거야.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찾는 거지."
그녀의 말에 R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저 와인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그 순간, 바 안의 음악이 살짝 바뀌었다. 재즈에서 조금 더 느린 피아노 솔로로.
미나는 시계를 확인하고는 일어났다. 미팅이 있다고 했다. 저녁 9시에. 도쿄는 그런 도시다. 밤 9시의 미팅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다시 단정한 실루엣, 치마 끝이 흔들리지도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도시처럼, 흔들림 없이 사라졌다. 뒤에 남은 것은 반쯤 마신 와인잔과 희미한 향수 냄새뿐.
그는 호텔을 향하지 않았다. 대신 낯선 골목으로 들어섰다.
도쿄의 야경은 분명 정돈되어 있었지만, 그 완벽함이 더 외롭게 느껴졌다. 너무 깨끗하게 정리된 방에서 느끼는 부자연스러움처럼.
골목에는 작은 이자카야들이 줄지어 있었다. 노란 등불 아래 취기에 얼굴이 붉어진 회사원들이 웃고 떠들고 있었다. 도쿄의 또 다른 얼굴이다. 낮에는 보이지 않던 균열을 통해 새어 나오는 진짜 감정.
무작정 한 이자카야에 들어갔다. 좁은 공간, 목 메어 웃는 손님들, 지치지만 친절한 종업원의 목소리.
그는 맥주 한 잔을 주문했다. 옆자리의 중년 남성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영어였다. 그도 외국인이었다. 핀란드에서 온 건축가.
"도쿄는 아름답지만 비어 있어요." 그 핀란드 건축가가 말했다.
"너무 완벽해서 때로는 숨이 막힐 때가 있죠. 일본에 살면서도 영어가 유창한 현지인을 찾기가 어려웠는데, 요즘은 많아졌어요. 하지만 아직도 이 도시는 외국인에게 완전히 열린 것 같지는 않아요."
R은 끄덕였다. 그 말이 정확히 그가 느끼고 있던 감정이었다. 술자리는 깊어졌고, 새벽녘이 되어서야 호텔로 돌아왔다.
도쿄의 새벽은 고요했다. 잠시 멈춘 시계처럼. 그는 호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다가, 스마트폰을 열어 'RA'를 체크했다.
도쿄의 상업용 부동산 지표는 여전히 정돈되어 있었다. 숫자와 그래프는 모두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 있었다. 지난해 일본 PEF와 VC 투자가 40% 가까이 증가했다는 데이터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도쿄라는 도시, 그리고 이 도시에 사는 미나라는 사람을 이해하기에는.
"도쿄는 완벽하게 설계된 시계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균열이 있다. 문이 열려도 구조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 균열을 통해 진짜 감정이 새어나온다. 투자할 가치가 있는 것은 겉으로 보이는 완벽함이 아니라, 그 균열 속에 숨겨진 가능성이다."
그렇게 메모를 남기고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미나와 함께 도쿄의 거리를 걸었다. 하지만 그 장소는 현실의 도쿄와 달랐다.
📝2025년 도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주요 이슈 5가지
1. 오피스 시장 회복: 도쿄 주요 5구 중심으로 오피스 시장이 회복세입니다. 재택근무 감소와 기업의 도심 복귀로 신축 오피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2. 외국인 투자 증가: 엔화 약세와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찾는 글로벌 투자자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의 도쿄 부동산 매입이 늘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일본 누적 FDI는 507조원에 달하며, 정부는 2030년까지 1000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3. 거래액 증가: 일본 부동산 거래액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관광 수요와 기업 자산 매각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PEF와 VC 투자는 지난해 26조원을 넘어, 전년 대비 40.8% 증가했습니다.
4. 물류 및 주거 부문 성장: 물류 시설과 도심 맨션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높은 임대율과 소형 평형 임대료 상승이 주거 리츠 시장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전자상거래 확대로 도심 근교 창고의 가치가 급상승하고 있습니다.
5. 프리미엄 자산 선호: A급 오피스와 고급 주거시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신규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이러한 자산의 가치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중국에 투자하기 어려워진 글로벌 투자자들이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습니다.
(작가의 해설)2화는 일본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양면성을 다룹니다. 2025년 도쿄는 금리 완화와 글로벌 자금 유입으로 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습니다. 도쿄 중심 5구(지요다, 주오, 미나토, 신주쿠, 시부야)의 오피스 공실률은 약 4.5% 수준으로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꾸준한 회복세입니다. 다만 신축 오피스의 경우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높은 공실률을 보이는 등 시장 내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물류 시장의 변화로, 전자상거래 확대에 따라 도심 근교 창고의 가치가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라스트마일 배송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도심에 가까운 물류 시설의 가치가 프리미엄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도쿄라는 도시의 이중성뿐 아니라, 지표와 수치만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시장의 진짜 움직임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외국인 투자가 급증하고 글로벌화가 진행되는 도시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변하지 않는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 인물 소개(R): 한국의 상업용 부동산 스타트업 '스퀘어'의 전력총괄 이사로, 데이터 분석과 인간적 직관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40대 초반의 분석가입니다. 수많은 도시를 돌아다니며 부동산 시장을 분석하지만, 정작 자신은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했습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간극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숫자와 데이터 너머에 있는 진실을 찾아 헤매는 여정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에게 있어 부동산은 단순한 투자 대상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머무는 공간입니다.
📌 인물 소개(미나): 일본 3대 부동산 투자회사의 리서치 디렉터로, 20년 전 교환학생이었던 R과 인연이 있습니다. 교토 출신이지만 도쿄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이 도시의 리듬에 완전히 동화된 인물입니다. 완벽하고 정돈된 외모와 행동 뒤에 숨겨진 내면의 갈등과 피로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는 도쿄라는 도시의 이중성을 상징합니다. 그녀는 시장 데이터보다 사람들의 행동과 감정에서 더 많은 정보를 읽어내는 능력을 갖고 있으며, 특히 물류 시장의 변화와 글로벌 자금 흐름에 주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