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건설·증권사 보증 PF ABCP 2.8조 매입하지만...연내 만기도래 물량 22조
단기자금 시장의 돈맥경화를 풀기 위해 정부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해 2조8000억원 이상의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연내 만기 도래하는 PF ABCP물량이 22조원에 달해 시장 자체의 투자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 한 돈가뭄을 해소하기에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우량 사업장의 차환 발행 어려움은 여전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위원회가 11일 발표한 2조8000억원 규모의 PF ABCP시장 추가 지원방안 주요 내용과 전망을 살펴본다.
산은-신보 건설사 보증 PF-ABCP 매입
먼저 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이 1조원 규모로 건설사 보증 PF ABCP를 매입한다. 산은이 매입기구(SPC)를 설립해 건설사 보증 PF-ABCP를 매입하고, 신보가 매입금액의 80%를 보증하는 형태다.
매입 대상은 건설사에서 신용 보강한 A2등급 PF-ABCP(전단채 포함) 차환 발행물로서 지원 타당성이 인정되는 경우다. 구체적으로 신청일 기준 분양 개시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 보증을 받은 사업장이다. 차환 도래 PF-ABCP 금액의 최대 70%가 지원 대상이다. 수혜자 책임분담 원칙에 따라 차환액의 30%까지 지급보증 의무자인 건설사가 자체 조달해야 한다.
중견 기업 최대 1050억원, 대기업 최대 1500억원 지원된다. 3~6개월 이후 만기 도래시 재차환 가능하다. 재차환시 일부상환 또는 금리인상 등 건설사에 추가부담을 징구한다.
매입 금리는 시장금리 +알파다. 건설사의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해 최소한의 수준에서 알파 프리미엄을 설정하기로 했다. 건설사 수요조사 및 매입신청은 14~17일 받으며, 심사를 거쳐 11월말 실행된다.
증권사 보증 PF-ABCP 매입 확대 운영
증권사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려던 4500억원의 매입 프로그램에 정책금융기관 돈을 합쳐 1조8000억원 규모로 덩치를 키우기로 했다.
증권사 ABCP의 자체 매입을 위한 SPC를 설립하고 SPC는 선·중·후순위 유동화증권을 발행해 매입대금을 마련한다. 500억원씩 출자하는 9개 대형 증권사 중 자체 선정한 주관사가 설립, 운영을 맡는다.
1조8000억원 가운데 선순위(50% 이하) 9000억원은 산업은행과 증권금융이 인수한다. 중순위(25%) 4500억원은 9개 대형 증권사가 매입한다. 후순위(25% 이상) 4500억은 매입신청 증권사가 인수한다. 부실자산 전가 등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수혜를 보는 증권사도 25%를 인수하도록 한 것이다.
매입 대상은 단기신용등급 A2급 증권사가 보증한 ABCP를 우선 대상으로 하되, 대상을 A1 PF ABCP 등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시장금리 등을 고려해 9개 대형사가 참여하는 ‘투자 협의회’에서 매입금리를 결정한다. 11일부터 신청을 받아 21일부터 매입을 시작한다.
연내 만기도래 22조원...시장에선 비선호 여전
정부의 매입 지원 확대로 급격한 자금 경색은 풀리겠지만 시장 불안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2조원이 연내 만기도래하지만 기관투자자들이 부동산 부실을 우려해 투자 대상으로 선호하기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PF ABCP 잔액은 총 35조6000억원이다. 이 중 증권사가 보증한 규모가 20조원이다. 건설사 보증이 13조6000억원이다.
이 중 11월 만기가 16조9000억원으로 47.5%이며 12월 만기는 4조9000억원이다. 이로써 총 21조8000억원이 연말까지 만기 도래한다. 그러나 기관들의 연말 조기 북클로징으로 수급이 꼬이는 등 분위기가 비우호적이다.
PFABCP 금리가 급격히 상승한 점이 투자자의 냉랭한 분위기를 방증한다. 9월 초 3~4% 내외에서 형성된 PF ABCP 금리는 10월 이후 급등해 8~9%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공문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건설사가 보증한 PF ABCP 의 만기는 비교적 분산된 편이나 증권사가 보증한 PF ABCP의 73.5%가 올해 안에 만기가 도래한다"면서 "투자자의 비선호로 차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기금사줘야 안정..증권·건설 옥석가리기도 본격화
11일 열린 `금융시장 현황 점검회의'에서 시장 당국자들은 국내 기관투자자로서 영향력이 높은 연기금의 금융시장 안정 역할이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결국 정책금융의 긴급 지원보다는 투자자인 연기금이 사줘야 시장이 정상적으로 굴러갈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연기금은 PF ABCP 매입에 대해 신중한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연기금의 금융시장 안정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 당국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 등 관계기관과 관련 사항을 논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유동성 위기를 넘기더라도 사업장별, 보증기업별 PF ABCP 차별화가 진행될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부동산 경기 둔화 기조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여 증권사와 건설사의 개별 위험 관리 능력에 따라 명암이 갈릴 것이란 설명이다.
공 연구원은 "증권사는 자신이 매입 확약한 사업장의 부실 여부에 따라 충당금 부담이 장기화될 수 있다"면서 "건설사 역시 참여 중인 사업장의 향후 진행 상황 및 분양 성과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