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매장, 가로수길·성수상권 부흥의 효자로 등장
서울 강남의 가로수길 상권은 공실률 고공행진으로 속앓이를 하는 곳이다. 가로수길 공실률은 올해 2분기 39.4%, 3분기 37.2%로 40%를 육박한다. 그런데 최근 가로수길 가두매장에 향수 매장이 대거 오픈하면서 침체된 상권의 활력소 역할을 하고 있다.
11일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가 발표한 '3분기 리테일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가로수길에는 지난해 바이레도, 딥티크, 논픽션이 연달아 입점한 데 이어 최근 메종 마르지엘라 프래그런스가 오픈했다. 이 지역에는 지난 2014년 이솝을 시작으로 향수 브랜드가 진출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는 향수 브랜드 '탬버린즈' 매장이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 코스로 자리잡으면서 가로수길 향수 상권을 더욱 굳건히 하고 있다.
성수 상권에서도 향수업계가 확장세다. 이솝과 르라보가 먼저 입점한 이후 최근 탬버린즈와 러시 브랜드가 들어섰다. 3분기에는 논픽션이 오픈했다. 신흥 브랜드인 킨포크는 성수 내에서 3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등 향수 카테고리가 내외국인게 적잖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밖에 청담상권에는 '리퀴드 퍼퓸바'와 '푸에기아1833'가, 한남·이태권에는 '프레데릭 말'과 같은 해외 틈새브랜드가 입점했다.
주로 백화점 입성을 선호하던 향수 브랜드들이 최근 가두 매장을 확대하는 것은 고객 접점을 넓히고, 고유한 경험을 제공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향수 브랜드는 단순히 시향을 위한 매장이 아닌 브랜드와 제품 철학을 전달하는 감작적인 공간을 조성해 오프라인 매장을 강화하고 있다. 단독 매장 뿐 아니라 다양한 니치 향수를 체험하는 편집숍이 늘고 있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글로벌 향수 시장은 2023년 약 14% 성장했다. 경기 침체에도 립스틱 효과와 스몰 럭셔리 열풍으로 향수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니치 향수의 인기가 높아지고, 디퓨저, 바디 케어 등으로 제품군이 다양화되는 추세다.
한편 지난 3분기 서울 주요 상권의 공실률이 소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쿠시먼의 '3분기 리테일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주요 상권 공실률은 17.1%로 작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1.1% 줄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초기 비어있던 곳에 새로운 매장이 속속 들어오고 있으나 기존 브랜드가 퇴거하는 경우도 늘어 전체 공실률 하락폭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