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길은 다르되, 수익은 같다 –코리빙과 임대주택의 전략적 항해

부동산 투자에서 수익률은 나침반과도 같다. 모든 투자자는 그 지표를 따라 나아간다. 하지만 동일한 목적지를 향해 출항해도, 어떤 배를 탔느냐에 따라 항로는 달라진다. 최근 알스퀘어 리서치센터가 발표한 '2025 서울 코리빙 리포트 Part 2'는 코리빙과 기업형 임대주택이라는 두 모델이 같은 수익률이라는 항구에 도달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항해 경로를 그려냈다는 점을 보여준다.
분석은 서울 마포구 한 오피스텔을 가정 자산으로 설정해 시작된다. 연면적 약 2000평, 지하 2층~지상 10층 규모의 이 건물을 500억원에 매입한다고 가정하고, 하나는 코리빙으로, 다른 하나는 기업형 임대주택으로 운영하는 시뮬레이션이다.
수익률만 놓고 보면 큰 차이는 없다. 자기자본수익률(ROE)은 3.4%, 소득수익률은 3.9%로 양쪽 모두 유사한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수치를 만들어내는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코리빙은 '프리미엄 주거' 전략을 택한다. 총 129실, 객실당 월 21만 500원의 임대료를 받고, 1층과 각 층 일부에 공용 라운지, 회의실, 코워킹 스페이스, 헬스장 등 커뮤니티 공간을 구성한다. 반면, 기업형 임대주택은 커뮤니티 공간 없이 163실까지 수용 인원을 극대화하고, 월세는 15만원으로 낮춰 운영 효율을 높인다.
이 차이는 단순한 설계 취향이나 운영방식의 문제가 아니다. 구조적으로 코리빙이 같은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일반 임대보다 약 40% 높은 임대료를 받아야 한다. 마치 레스토랑과 패스트푸드가 같은 매출을 위해 서로 다른 전략을 취하듯, 코리빙은 적은 입주자에게 높은 가치를 제공하고, 임대주택은 다수의 입주자에게 안정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다.
코리빙의 고급화 전략은 지속 가능할까. 실사를 통해 확인한 현장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입주자는 커뮤니티 시설과 관리 서비스에 높은 만족을 보였고, 점유율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일부 오래된 시설에서는 고시원처럼 느껴지거나 운영 관리가 미흡한 사례도 있었지만, 이는 모델의 한계라기보다 운영 역량의 문제였다.
수요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신호가 있다. 서울시 유학생 수는 2024년 기준 약 7만 4천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들은 단순한 방이 아닌 커뮤니티와 서비스를 갖춘 거주 공간을 선호한다. 특히 성북구, 서대문구, 동대문구 등 대학가 인근은 코리빙 수요가 꾸준히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리스크도 분명하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무리한 확장을 추진한 코리빙 오퍼레이터들의 파산 사례가 늘고 있다. 외형 성장에 집중한 나머지, 수익 구조와 재무 건전성을 간과한 결과다. 성공하는 코리빙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도심 내 역세권 입지, 철저한 운영관리, 그리고 입주자의 일상과 밀착된 편의 제공이다.
기술이 여기에 결합될 때, 경쟁력은 배가된다. 챗봇을 통한 관리 응대, 계약 자동화, 스마트홈 기기 연동 등은 운영 효율을 높이면서도 입주 만족도를 끌어올리는 수단이다. 코리빙이 단순한 ‘공간’에서 ‘경험’으로 확장될 수 있는 지점이다.
결국 수익률이라는 숫자는 같더라도, 그 숫자를 이루는 ‘이야기’는 다르다. 기업형 임대주택이 대중적 접근성과 효율로 안정된 흐름을 택했다면, 코리빙은 차별화된 경험을 무기로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다.
같은 강물에서 출발해 같은 항구에 도달했지만, 탑승객이 기억하는 여정은 다르다. 부동산 운영의 진짜 목적은 바로 이 ‘여정의 질’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수익률은 나침반일 뿐, 최종 목적지는 고객이 다시 돌아오고 싶은 경험을 했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