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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만 10만개 넘긴 커피전문점의 방향성(건물 임대차 관점에서)

최은영
최은영
- 13분 걸림 -
서울의 커피매장 (사진=최은영 부장)

기고를 의뢰받고 몇 주간 '지웠다 썼다'를 반복했다. “어떤 주제를 써야 할까?” 20여 년이 넘는 기간 식음료(F&B) 브랜드에 근무하면서 여러 업종과 브랜드의 흥망성쇠를 지켜봤고 그때 그때 시기에 맞는 창업 트렌드, 성공 창업의 키포인트, 창업 체크리스트, 점포 계약시 주의사항 등 수많은 주제로 글을 연재하고 소소하게 강의도 진행했다.

2024년 시점에선 성장기·성숙기를 넘어 포화상태인 대한민국 커피 시장에서, 하루가 멀다고 오픈하는 커피전문점의 올바른 방향성에 대해 짚어보고 임대인, 임차인 각각 입장에서 상호 간의 시너지가 일어날 수 부분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이에 그동안 점포 오픈 경험과 업계 이야기를 중심으로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필자가 이 일을 처음 시작한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국내 커피 시장은 믹스커피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미국·일본과 비교해 원두 수입량 통계만 봐도 국내 커피 소비량이 각각 1/7, 1/5 수준밖에 되지 않아 커피점의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사업을 전개했다. 그러나 되돌아보면 커피 시장은 늘 포화 상태였다, 스타벅스 매장이 200개였을 때도 커피 시장은 포화라고 했고, 카페베네가 1000호점을 돌파했을 때도 커피 시장은 포화 상태라는 기사가 쏟아졌다. 되돌아보면 우리는 늘 “커피=포화”라는 공식에 세뇌됐던 것 같다.

국내 '테이크아웃 커피'의 원조라고 여겨지는 스타벅스는 올해 런칭 25주년을 맞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스꽝스러운 말이지만 밥값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는 '된장녀' 프레임으로 아메리카노를 즐기는 소비자를 마구잡이로 비난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럼에도 매년 성장에 성장을 거듭해 국내 커피산업은 2024년 기준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커피 프랜차이즈 본사만 860여 개가 넘고 전국적으로 10만 개가 넘는 커피 매장이 운영되고 있을 정도로 거대한 시장이 됐다.

10만개 매장이 어떤 수준인지 이해가 잘 안될 수 있지만 한집 걸러 한집 있다는 치킨집은 8만 개가 넘는 수준이고 편의점은 5만5000개 정도이니 이제는 정말 포화라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현재의 이 포화된 시장의 중심에는 저가 커피 시장의 역할도 컸다. 영원할 줄만 알았던 저가 커피업계의 강자 '이디야'의 시장 내 포지션이 모호해지면서 그 시장을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빽다방 등으로 대표되는 초저가 커피가 시장이 치고 들어왔다.

또한 이 시기에 코로나라는 전무후무한 사건이 터지면서 가성비 중심의 저가 커피가 더욱 확고한 시장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단순히 커피가 싸다고만 해서 초저가 시장이 커진 것만은 아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3만2000달러 시대 소비자의 까다로운 입맛을 지난 25년간 맞추다 보니 혁신의 혁신을 거듭해 우리도 모르는 사이 눈부신(?) 질적 성장이 뤄졌다고 보면 된다.  컴포즈커피가 연 매출 5 조원 이상의 글로벌기업인 졸리비 그룹에 매각된 것을 보면 K-커피가 이제 세계시장을 리드한다고 해도 무방할 듯 싶다.

그렇다면 양적, 질적 성장을 거듭한 커피 창업시장의 현주소는 어떨까?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비율은 25% 내외로 OECD 평균 15%에 비해 월등히 높다. 그러다 보니 과도한 경쟁으로 이어지고 수익성도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한상공회의소의 “2023년 프랜차이즈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평균 투자비회수율은 3.6년이다. 이에 근거할 또 다른 지표인 서울시내 커피전문점의 평균 영업 기간은 2.7년이다.

투자비 회수기간이 3.6년인데 평균 영업 기간이 2.7년이면 그 결과는? 말하지 않아도 뻔하다. 특히,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2023년의 창업률 VS 폐업률을 살펴보면 무너지는 창업시장의 현실을 그대로 엿볼 수 있다.

신규 창업과 페업 추이

코로나를 겪은 3년 동안 폐업률이 생각보다 높지 않고 오히려 2023년에 갑자기 폐업률이 높아진 데 대해 의아해 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 이유는 코로나가 시작되었을 때는 “곧 끝나겠지”라는 마음으로 대출을 받아 버티고 버틴 자영업자.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펜데믹이 3년 이상 지속되면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한 채 폐업을 희망했으나 오히려 사업을 접으면 대출 상환을 해야 되는 굴레에 빠졌다.

'울며 겨자 먹기'로 제2금융권 대출을 다시 받아 돌려 막기를 하며 버티고 버티는 악순환을 반복하다가 경기 침체가 지속되자 직격탄을 맞아 더 이상 물러날 곳 없이 쓰러지는 사태가 2023년과 올해에 걸쳐 일어났다고 분석된다.

실제로 필자가 근무했던 브랜드를 비롯해 많은 브랜드 직영점들도 중도 해지하거나 재계약 없이 폐점했다. 이것이 비단 자영업자만의 문제일까? 내 건물의 수익성은 둘째치고 이자를 내줄 임차인이 사라지면 고금리 시대에 임대인들도 큰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고금리시대 위기의 건물주, 경기침체 속 위기의 자영업자

한때 임대료가 백지수표였던 가로수길은 현재 공실률이 40%에 달한다. 플래그십 매장 출점을 위해 패션·리테일 중심으로 깃발 꽂기에 혈안이 됐을 때는 임대인 중심의 시장이 형성됐다. 임대료는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었다.

그러다 보니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가로수길 특유의 감성이 사라진 브랜드천국이 되다 보니 고유의 개성을 잃게 됐다. 코로나에 직면하면서 가로수길은 텅 빈 거리가 되고 말았다. 현재는 가로수길의 콧대 높던 건물주들은 많은 조건들을 양보하면서 입점 제안을 하고 있다. 이제는 임차인 중심의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그러나 상권력이 현저히 떨어진 이 상권에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출점 의사결정을 하기 쉽지 않다.

이제는 주요 브랜드 테넌트들은 매출 수수료 방식으로만 출점 협의를 하기 때문에 주요 상권, A급 입지의 건물 소유주일수록 브랜드 담당자 못지않게 매출에 대해 예측하고 건물의 수익률을 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상가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계약갱신 등을 행사하면 최소 10년은 임차인이 영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브랜드 담당자의 말만 믿고 덜컥 수수료 계약을 했다가는 10년간 이자도 못 내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요즘은 과거와 달라 조금만 발품 팔고 노력하면 충분한 상권조사를 거쳐 매출을 예측할 수 있다. 막연히 카더라식이 아니라 매출액, 인건비, 판관비, 투자비 등을 꼼꼼히 조사해 적정 수준의 임대료를 책정하고 그에 맞는 조건으로 협상하는 것이 필요하다.

같은 위치에 다른 브랜드, 매출액 차이는

커피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커피시장에서 후발 주자가 상권 내 좋은 입지를 차지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대부분의 임대인들이 내 건물에 스타벅스가 입점해 주기를 희망하다 보니 전국 주요 상권의 소유주들은 건물이 올라가기 전부터 스타벅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그들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스타벅스 개발 담당자들은 “점포개발팀”이 아니라 “점포검토팀”라는 우스갯소리도 하곤 했다.    아마도 스타벅스가 전국 각지로부터 받은 부동산 물건정보만 자료화해도 실로 어마어마한 데이터베이스가 만들어질 것이다.
필자도 커피브랜드에 근무하면서 스타벅스가 있었던 자리에 입점할 기회가 있었다. 스타벅스는 흔히 RS(revenue share)라고 말하는 매출대비 수수료 방식으로만 임대조건을 협의하는 시기였고 계약 만료 후 재계약과정에서 원하는 조건의 수수료율로 합의가 되지 않아 폐점을 결정했다.

이에 임대인은 고정임차료를 지급하는 후속 임차인 (지금 생각해 보면 임대인은 임대료를 고정해 건물을 매매하려는 의도였던 것 같다. 실제로 입점 후 1년 이내에 해당상가는 매매됐다.)을 구하고 있었다.

커피전문점으로 수년간 자리 잡았던 곳이라 기존 고객 확보에도 무리가 없고 조사를 통해 확인한 스타벅스 매출도 억대 매출 이상이라 안정적인 매장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해 임대인이 원하는 임대료 방식인 고정 임차료를 나름 적절히 협의해 출점했다. 내심 우리가 스타벅스 매출의 80%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던 것 같다.

그 결과가 궁금하지 않은가?  오픈 후 첫 달은 기존 매출 대비하여 70%가량의 매출이 나왔고, 미비점을 개선해 매출 향상에 전력을 다했다. 그러나 코로나 직격탄을 맞으면서 매출이 50% 수준으로 떨어졌다. 임대인은 확정 임대료로 계약했으니 표면적으로 크게 손해 볼 것은 없으나 임차인은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커피브랜드들의 임대료 책정방식이 수수료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임대인도 임차인의 매출이 타당한지 함께 검토하고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10년간 합을 맞춰 함께 공생해야 하는 임대인과 임차인간 신뢰가 깨지고 서로 상대방 탓만 하다 보면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완벽한 임차인 시장이 형성되는 시기이다. 따라서 예전처럼 경쟁적으로 상가를 찍고 다니는 브랜드는 없다고 봐야 한다.

동일한 입지인 경우, 매출은 고객 인지도, 즉 브랜드력과 거의 비례한다고 보면 타당하다. 스타벅스 매출을 100%로 봤을 때 자신의 커피 브랜드력에 따라 80% 또는 50~60%을 예상하고, 상권 내 다른 입지라면 점포 규모와 주차장 유무, 공간의 매력도 등을 평가해 가중치를 계산하고 매출을 예측해 수수료율을 협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건물 임대인이 유리한 협상 위치를 가지려면 브랜드별 손익구조가 어떻게 되는지를 파악하고 취할 수 있는 수익을 최대한 제시해 협의해야 한다. 임차인인 브랜드 입장에서는 향후 5년간 인건비 상승 및 원자재 상승비율 및 투자비를 파악해 적절한 임차료 수준으로 영업이익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번 기고에서는 사례를 통해 어떻게 매출을 예측하는지, 객단가와 객수, 메뉴믹스에 따라 분석하는 방법 등을 소개해볼까 한다. 또한 커피시장에 대해 궁금한 사안이 있다면 그 내용을 바탕으로 필자의 아는 지식을 함께 나눌 수도 있는 시간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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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최은영은 (주)학산 테라로사(TERAROSA)의 점포개발 담당 부장입니다. 퀴즈노스 점포개발팀과 네스카페 점포개발실 실장, 할리스에프앤비 점포개발 팀장, 아이엔지스토리 작심스터디카페 점포개발본부 본부장을 거쳤습니다. <리테이바이블 2020>의 공동 저자이기도 합니다. 이메일은 eychoi@terarosa.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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