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 1조 규모 브릿지론 유동화지원상품 내놓는다

브릿지론(토지매입자금대출) 시장의 돈맥경화를 풀기 위해  KB금융그룹이 1조 규모의 브릿지론 유동화지원상품을 출시한다. 신용등급 A등급 이상의 우량 건설사가 보증한 브릿지론을 매입해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형태로 유동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구조화금융 먹거리를 창출하고 정부의 PF시장 안정화정책에도 부응할 계획이다.

27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KB금융이 1분기 중 건설사 보증 브릿지론의 유동화상품을 1조 규모로 선보일 계획이다. 지원 대상 가이드라인 마련과 자금 조성을 위해 국민은행 KB증권 KB캐피탈 등 지주 산하 계열사들이  협업하고 있다.

전국 800개에 이르는 다양한 유형의 브릿지론 중 신용등급 A등급 이상의 시공사가 보증한 선순위 담보 트랜치를 매입해 CLO로 전환한다는 게 기본 구상이다.  CLO는 대출채권을  담보로 발행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우량 시공사가 보증한 브릿지론은 어느정도 사업성이 검증된 물건"이라며 "이들 브릿지론 조차 고금리에 자금 융통이 막혀 있는 상황에서 이번 상품으로 일부 숨통을 터줄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형 건설사들은 올 들어 부실(NPL)화된  사업장 인수 등을 통한 새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런데 PF채무보증 한도가 꽉 차 신규 사업장 인수에 애를 먹고 있다. KB금융그룹이 건설사들이 보증한 기존 브릿지론을 유동화하면 그만큼 대형 건설사의 자금 여력이 생겨  개발 시장에 선순환 효과를 낼 것으로 KB금융 측은 기대했다.  

KB금융은 1조원 규모로 1호 유동화상품을 내놓은 뒤 시리즈화해 2,3차로 발행을 계속 늘릴 계획이다.  1차는 선순위 위주의 우량 상품만을 담지만 이후에는 중,후순위 트랜치도 유동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브릿지론 지원은 새로운 사업 기회도 되지만 정부의 부동산PF시장 안정화정책에도 기여한다는 일석이조의 포석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 한동환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부사장은 지난 18일 금융위원회 주재로 열린 부동산PF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책 대응 회의에서 "KB금융이 7500억원 규모의 둔촌주공 재건축 본PF 리파이낸싱 성공 과정에서 나름 책임있는 역할을 다했으며 이런 분위기를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메리츠증권-롯데건설 공동펀드 조성, KB-둔촌주공PF 협업 사례처럼 민간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면 공생의 기회가 되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최근 메리츠증권은 롯데건설과 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롯데건설이 보증하는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매입하는 투자로, 메리츠금융그룹 계열사가 9000억원 규모로 선순위 대출에 나서는 게 골자다. 나머지 6000억원은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정밀화학·물산·호텔이 후순위 대출에 나선다.  

금융위원회는 메리츠증권-롯데건설의 협약처럼 사업진행이 안될시 민간 스스로 조금조달 형태를 바꾸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자고 제안했다.  민간 자금조달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캠코(자산관리공사)를 통해 부실채권을 매입해주는 방식으로 정부 차원의 힘을 실어줄 계획이다.

한편 KB증권은 그룹 차원의 브릿지론유동화상품 조성과 별개로  새해 부동산금융 전략 차원에서 부실 부동산PF 사업장을 정상화하는 부실채권펀드(NPL) 조성을 대형 건설사와 준비하고 있다.  

KB증권이 보험사·공제회 등 재무적 투자자(FI)와 함께 사업장을 선별하면 대형 건설사들은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해 우발 채무 등을 정리하는 방식이다. 이후 본 PF로 분양까지 완료하는 정상화 과정을 거친다.

KB증권은 상반기에 2000억~3000억원 규모로 펀드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국내외  부동산 시장 부진으로 큰 손실을 보고 있는 펀드에 대해 만기 연장을 위한 자금을 파이낸싱하는 `스페셜시추에이션펀드' 조성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