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부동산신탁, 강남N타워 매각 결정...구조조정 신호탄되나
KB부동산신탁이 리츠로 보유하면서 자사가 입주해 있는 테헤란로 소재 강남N타워를 매각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대규모 순손실에다 모기업인 KB금융지주의 재정 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매각이 구조조정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남N타워 매각 공식화
21일 부동산신탁업계에 따르면 KB신탁이 자산관리회사(AMC)인 KB강남오피스제1호리츠는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어 강남N타워 매각계획 승인 건을 의결했다. 리츠 만기가 내년 하반기이지만 서둘러 매각을 시작한 것이다.
KB강남오피스제1호리츠의 최대주주는 25.51% 우선주 지분을 보유한 리치먼드일반사모부동산펀드83호다. 그 외 주요 주주는 군인공제회(18.37%) 투자풀부동산일반사모펀드제1호(15.31%), 새마을금고중앙회(12.24%) NH프라임위탁관리리츠(9.955)다. KB신탁도 3.57% 주주다.
이번 매각으로 KB신탁은 상당한 매각 보수와 시세 차익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리츠는 지난 2018년 역삼PFV로부터 준공과 함께 평당 2925만원, 4520억원(에쿼티 1960억원)에 매입했는데 현재 테헤란로 주변 건물 거래가가 평당 4100만원을 넘어서다. 강남N타워는 강남권에선 희소한 신축 6년밖에 안된 프라임 오피스인데다 테헤란로 대로변에 접한 더블 역세권(강남역, 역삼역)의 대형 오피스라는 프리미엄이 있다. 지하7층~지상24층 규모며 임대율은 97%다.
이런 장점을 고려하면 임대가능 연면적(5만 1132㎡, 1만4500평) 기준 6360억원 이상에서 거래가 형성돼 매각 차익은 2000억원 안팎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매각성과 수수료는 매각차익에서 매각업무수수료를 뺀 금액의 15%다. 따라서 KB신탁이 수령할 매각업무 수수료 및 매각성과 수수료가 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유입된 수수료는 KB신탁의 수익 저하를 방어하는데 기여할 전망이다.
KB금융지주도 매각 독려...구조조정 신호탄될까
이번 매각 결정에는 KB금융지주의 독려도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은 재정 지원에 나선 모회사로서 KB신탁에 질서있는 구조조정 로드맵 마련을 주문할 계획이다. KB신탁은 지난 2018년 신축된 이 건물을 리츠로 매입함과 동시에 4개층에 입주했는데 우선 이번 매각으로 건물 주인이 바뀌면 임대료 절감 차원에서 본사 이전 가능성이 거론된다.
뿐만 아니라 KB금융은 KB부동산신탁이 신탁계정대로 들고 있는 부실PF자산을 유동화하는 등 다양한 구조조정 시나리오를 준비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9월 KB신탁은 주주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KB금융지주로부터 1500억원을 수혈받았다. 지난 6월에는 KB신탁이 1700억원 규모의 사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과정에서 KB금융지주가 1500억원을 인수해 지원했다.
KB신탁은 올해 상반기 1057억원의 적자를 냈다. 신탁계정대는 2분기 8851억원으로 작년 말 6859억원 대비 2000억원가량 늘어났다. 부동산PF시장이 얼어붙고 중소 시공사들의 부실 위험이 커지면서 KB신탁이 주력으로 영업한 책임준공확약상품이 애물단지로 돌아와서다.
전문가들은 KB금융지주가 앞으로도 계속 지원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지적한다.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면서 국민은행이 실적 저하 압력을 받기 때문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신탁사 등 은행계열 금융회사는 앞으로 은행의 재무적 지원능력이 약화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면서 "은행의 지원 없이도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능력과 리스크관리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