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이고 없애고...저온 물류창고의 '수난'
물류센터 시행업계의 저온 창고 기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저온 창고의 면적을 줄이거나 아예 없애는 게 최근 추세다. 저온에 대한 과도한 렌트프리 탓에 실질 임대료 차이가 상온 창고와 줄어들자 공사비를 더 들여 냉장·냉동 창고를 지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16일 개발업계에 따르면 물류창고 전문 시행사 연교는 자사 1호 프로젝트인 이천 상봉리 물류센터(연 면적 1만3500평)의 저온 면적을 당초 5000평으로 계획했다가 3000평으로 줄였다. 현재 이 창고는 공정률 70%를 보이며 연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
연교의 2호와 3호 프로젝트인 이천 설성면 장천리와 왕림리 물류센터는 아예 저온을 제외하고 상온 창고로 지을 계획이다. 두 창고는 현재 토지 매입 완료를 위한 브릿지론 단계이며 본PF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 조달을 위한 사업수지 확보를 위해선 저온 제외가 불가피하다는 게 회사 측 분석이다.
P시행사가 진행하는 이천 설성면 소재 물류센터 역시 당초 설계상 저온 창고가 있었지만 사업성을 이유로 빼기로 했다. B개발사가 시행하는 이천 대월면 물류센터도 저온 창고를 넣은 복합창고로 허가를 받았으나 최근 상온센터로 변경 허가를 신청했다.
개발업계가 저온 창고 건설을 기피하는 것은 공사비가 상온에 비해 비싼 데 비해 공실률 상승으로 예전만큼의 높은 임대료를 받을 수 없어서다.
부동산 자산관리기업인 무브(MOVE)가 분석한 건축 공사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저온 물류시설 공사비는 평당 531만원 수준이다. 상온(산지형)과 상온(평지형)이 각각 평당 396만5000원, 422만원 수준인 데 비해 100만원 넘게 비싸다.
물류센터 시행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평당 100만~150만원의 공사비를 추가해 저온 창고를 지으면 상온 창고에 비해 2배 이상 임대료를 받을 수 있어 수익성이 높았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과도한 렌트프리로 저온의 실질 임대료가 상온과 큰 차이가 없어 굳이 공사비를 더 들여 저온을 넣을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공급 과잉으로 임차를 앞둔 저온 물류창고의 임차인 유치에 난항을 겪으면서 1년에 1~3개월 무료 임차를 해주는 렌트프리가 성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1년의 절반을 렌트프리로 제공하는 창고도 등장했다고 한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수도권 물류센터의 1분기 공실률은 6.4%로 작년 2분기에 비해 3.1%p 상승했다. 반면 공급이 집중된 수도권 서부권과 서북권의 임대료는 이 기간 각각 2%, 0.2% 하락했다. 물류시황이 약화됐지만 상온 물류센터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으며 저온 물류센터에서 공실 증가가 본격화되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냉동창고 화재 이후 급등한 보험료도 저온 창고 설립을 주저하는 이유다. 지난 2021년 쿠팡의 이천물류센터의 대형 화재 이후 냉동창고 보험료가 5~6배 뛴 것으로 알려졌다. 시행사 관계자는 "저온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전체 면적에 대한 보험료율이 올라가 임대료를 받아도 관리비에 부담을 주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