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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심사역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이인석
- 10분 걸림 -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심사역을 희망하거나, 좀 더 넓게는 금융권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취준생, 혹은 인턴 과정에 있는 후배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만나는 분 모두 저보다  뛰어난 스펙 보유자라 제가 무언가 조언하는 게 조금 부담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당신에겐 그들에게 없는 경험이 있지 않느냐' 는 와이프의 응원에 힘입어 강의를 하는 것처럼 이야기를 들려줬네요. 다양한 대화 내용을 종합해보니 대부분, '어떻게 하면 좋은 심사역이 되는가' 혹은 '기업분석을 잘 하려면 어떤 자질이 필요한가' 같은 질문에 초점이 맞춰져 있더군요.

이번 글은 이들 질문에 대한 개인적인 답변으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먼저 여러분이 근무하고자 하는 곳이 은행, 보험사, 증권사, 자산운용사 어디든 재무분석 능력은 필수적입니다. 가끔 '난 영업만 할 건데'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여기에 대한 제 대답은 "그래도 재무분석은 반드시 필요하다"입니다.

경험상 보면 영업도 재무분석 잘하는 사람이 잘합니다.  기업 대상으로 영업하는 사람이 해당 기업의 대차대조표(B/S),  손익계산서(P/L)를 볼 줄 모르면서 영업을 잘 할리 없죠. 상대방인 기업 입장에서도 그런 사람을 신뢰하기는 힘들겠죠.

이렇게 이야기하면 어떤 분은 이렇게 말합니다. “영업이라는 것은 (정확히 알지 않아도)말로 대충 커버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하지만 말입니다. 말로 버티는 것도 실력이 있어야 합니다. 또 분명한 한계도 있습니다.

명심해야 할 것은 정말 이 분야에서 사기꾼과 전문가 집단의 구분이 비교적 쉽다는 점입니다. 5분, 길어도 10분 이야기해보면 다 압니다. 이 사람이 실력이 있는지 없는지 말이죠.

그렇다면 '재무분석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고 묻는 이가 많습니다. 여기서부터 실무적인 조언인데요.
일단 회계를 알아야 합니다.  간혹 질문을 보면 'CFA(Chartered Financial Analyst) 자격증 따면 다 되는 거 아니예요' 라고 물어보는데, 제가 CFA 보유자가 아닌 입장에서 이런 말씀드리긴 뭐하지만, 그 자격증이 있다고 해서 실력을 대변해 주는 건 아닙니다.

'물론 열심히 노력 했구나' 정도의 어필은 될 수 있습니다. 참고로 CFA 자격은 있지만 기본적 회계지식 조차 갖춰져 있지 않는 사람들 역시 많이 봤습니다.

현금 흐름(Cash Flow) 추정이나 현금할인모형 적용, NAV(순자산가치) 산출, DCF(할인된 현금흐름) 모형 등 이런 것을 잘 하면서 기본적인 회계 지식, 예를 들어 ‘유형자산 재평가를 하면 당기순이익이 증가하느냐’고 질문했는데 모른다면 문제입니다.  심지어 CFA 자격증을 갖추고 심사역을 10년 이상 했는데도 무상 증자와 주식 배당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을 많이 봤습니다.

다시 한번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면, 금융권에서 일하거나 제대로 된 심사역을 하고 싶다면 회계 원리, 중급회계 등은 기본으로 알고 있어야 합니다.

여유가 된다면  강의를 챙겨 듣기 바랍니다.  자칫 오해를 부를까 다시 언급하자면 세무사나, 공인회계사(CPA) 수준으로 공부하라는 게 아닙니다. 금융 쪽에서 일 하려고 한다면 회계 지식은 필수라는 말을 하려는 것입니다.  결국 그걸 잘하기 위해서는 회계원리와 중급회계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과거 경험을 되돌아보면, 은행에서 심사 업무를 할 때 회계의 중요성에 대해 알고 일하는 사람은 전체 30명 중 저 포함해서 2명 있었던 것 같습니다.

‘캡레이트(Cap rate)가 어떻고 이 사업장이 어떻고 말들은 많이 하지만, 기초적인 회계지식 없이 투자소개서(IM)자료에 써 있는 것들만 단순히 전달하는 역할만 했던 사람들이 대다수였죠. 그러니 일이 제대로 돌아갈 일이 없습니다.

참고로 회계 관련 강의는 가격이 저렴한데만 찾지 마시고 세무사나 CPA 전문 학원에 있는 과정을 들으면 좋습니다.  강의 대부분이 좋고 강사 역시 제가 평가할 정도를 뛰어넘는 훌륭한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제가 본격적으로 회계공부 한 것은 한 7~8년 된 것 같습니다. 그 기간 회계원리, 중급회계 강의만 세명의 강사들에게서 똑 같은 강의를 들었습니다. 참고로 세 분 모두 다 좋았고 각 강사들로부터 나름의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교육을 듣고 난 다음 단계에선 재무제표를 다시 보면서 배운 것을 리마인드 해보세요. 그러면 어느 순간 자기만의 방식으로 재무제표를 보는 시각이 생깁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때 제 업무능력이 가장 크게 업그레이드돠는 것을 느꼈습니다.

세번째 강조 사항입니다. 재무제표를 정말 꼼꼼하게 보는 습관을 들이세요. 말은 쉽지만 사실 이 것을 실행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왜냐하면 대부분 신입사원들이 재무제표 보는 걸 처음부터 잘못 배웠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주니어급 직원 10명에게 재무분석 해보라고 던져주면, 9명은 신용평가사의 자료를 쭉 읽고 이야기하거나 그걸 가지고 보고서를 씁니다. 혹은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만 보고 '매출이 상승하고 있다' 혹은 '순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정도의 코멘트가 끝입니다.

제가 하는 방식은 조금 다릅니다. 일단 감사보고서 혹은 사업보고서를 출력합니다. 책상 절반을 기준으로 왼쪽에 재무상태표부터, 손익계산서, 자본변동표, 현금흐름표를 쭉 펼쳐 놓습니다. 보는 순서는 손익계산서 → 재무상태표 → 자본변동표 → 현금흐름표 순입니다.

오른쪽에 주석을 펼쳐 놓습니다. 그리고 계정 과목 하나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훑어보기 시작합니다. 전년 대비 혹은 최근 3개년, 혹은 5개년 대비 유의미하게 변화된 수치가 있으면 다시 찾아봅니다.

이것을 반복합니다. 또한 관련 설명이 주석에 나와 있는지 이중 체크하고, 나와 있지 않으면 구글 검색 등을 통해 확인해 봅니다. 핵심 포인트 중 하나는 신용평가서에 나와 있는 주요 재무비율과 비교하면서 제가 생각하는 기업의 약한 포인트(Weak Point)에 주목한다는 겁니다.

유동비율이 100% 미만이거나, 부채비율이 200% 이상이거나, 차입금 의존도가 50% 이상이면, 산출 공식과 계정과목의 잔액을 비교하면서 무엇이 문제인지 비교해보는 겁니다.

예를 들어 유동비율이 낮을 업체가 아닌데 굉장히 낮은 수치가 나온다면 저는 비유동자산 비중을 봅니다. 그리고 산업과 연계해  저는 이렇게 추정했습니다. "장치산업이라 비유동자산 비중이 많아서 유동비율이 낮은 것이구나. 유동비율이 100% 미만이라고 해서 다 안 좋은 건 아니지."

이런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다 보면 기업 재무 관련 전체적인 윤곽이 잡히게 되는 시기를 맛볼 수 있습니다.  '기업금융의 끝'이라고 평가되는 인수금융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들어가는 시간과 공수(인력의 투입량을 고려한 작업 시간의 총합)가 일반적인 기업금융에 비해 더 많을 뿐입니다.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그걸 다 언제 하냐"는 불평·불만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사실 저도 처음에는 이렇게 하는데 품을 많이 들였습니다. 지금은 30분, 길어봐야 1시간입니다. 이건 제가 잘 나거나 똑똑해서 이렇게 짧은 시간에 보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오래하고 계속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일 뿐입니다.

결국 모든 분야에서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달기 위해선 최인아 작가의 말처럼 '오래해야 잘한다. 잘해야 오래한다'는 것은 진리인 것 같습니다. 반복적으로 계속하다 보면 결국 좋은 심사역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러니 오늘도 반복의 연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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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스오피니언심사역

이인석

이인석은 금융업계에서 투자자산 사후관리, 익스포저 관리 및 신용리스크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은행과 보험사에서 20년 가까이 투자심사와 심사기획 업무를 했습니다. 기업 M&A인수금융 심사에 노하우가 있으며 기업 재무위험 및 재무분석 업무를 장기간 수행했습니다. 앞으로 기업금융이나 심사 관련 주제를 알기 쉽게 풀어나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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