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 충격과 건설·부동산 산업
경제 충격으로 전환된 정치 충격
한 달여간 우리는 혼란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았던 그간의 일상적 변화를 압도하는 인위적 충격이었습니다.
충격은 ‘내란’, ‘민주주의 후퇴’, ‘헌정질서 유린’ 등 주로 정치적 이슈로 묘사됩니다. 그러나 이 후폭풍이 결코 정치영역 안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쇼크는 지난 시간 층층이 누적해온 한국호의 가치를 무너뜨릴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충격은 고스란히 한국경제에 흡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잖아도 경기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는데 충격으로 인한 위험까지 감당해야 할 처지에 놓이면서 한국 경제의 침체가 장기적으로 고착될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 우려는 대표적으로 국가 신용등급 등 대외신인도 추락에 따른 영향, 환율 급등에 따른 경제전반의 충격으로 집중됩니다. 사실 대외신인도의 추락이나 원화가치의 절하는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에 치명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수출입, 외국인투자, 물가 등 생산, 자본시장, 국내소비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지난 날 경험했던 IMF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는 일련의 경제 충격이었습니다. 때문에 문제를 일으킨 경제 원인이 해소된다면 그 충격은 잦아들 수 있다는 기본 전제가 있었던 충격이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은 비경제적 충격으로 인해 경제가 위태로웠던 전형적이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위기는 글로벌 현상이라는 점으로 이번 충격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번 충격은 오롯이 한국의 비경제적 요인에 의해, 한국의 경제에 적용된 전속적 충격입니다. 결과적으로 한국경제의 감당으로 전화(轉化)됩니다.
충격이 건설·부동산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경제충격이 건설·부동산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다양한 경로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먼저 국내에서 일정 재고량의 건설생산, 즉 건설투자의 변화입니다. 경제 전반이 위축된 가운데 건설투자라고 활성화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지난해 우리는 향후 2~3년 내 주택공급 충격을 예상할 만큼 신규생산 둔화를 우려하고 있었습니다.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원자재가격 인상에 따른 건설자재값 인상은 건설생산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재차 작용할 것입니다.
두 번째는 기존 주택시장의 거래절벽입니다. 불경기에 거액의 자산거래에 선뜻 나서기 쉽지 않습니다. 경기여하에 따라 자산가격이 하락하리라는 예상이 손에 잡힐 듯해 사람들은 기다립니다. 그래서 매물은 쌓이고 거래가 마르는 현상이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우리는 싫던 좋던 ‘아파트공화국’을 형성했습니다. <그림>에서 보듯이 지난 30년 소득(GDP) 성장규모를 현격히 넘어서는 주택자산 가격(95년 소득대비 1.8배 → 2021년 2.7배)은 그래서 그 오버슈팅 만큼의 추락가능성에 노출돼 있습니다.
이번 충격이 해소되기까지 자산가격의 연착륙을 관리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이유를 이 그림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건설·부동산은 경기진작의 첨병?
산업화 이후 경기가 꺼지려하면 정부는 예산을 투입해 대규모 토목,건설사업을 시행하곤 했습니다. 마치 케인즈가 대공황 극복을 위해 설파했던 유효수요를 창출하기라도 할 것처럼, 길을 내고, 집을 짓고, 강을 파고, 항만을 정비하는 등 건설·부동산 산업을 통해 경기를 되살리는 불을 붙였습니다.
그럴 때마다 침체된 경기가 되살아났던 것도 일정 부분 사실입니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자 일각에서는 ‘이제 그만좀 하자’는 논의가 2000년대 이후 일기 시작했습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중장기적이며 근원적 처방을 찾아야지 토목건설사업에 매달리는 것은 단기처방에 치중해 영속성이 떨어진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말하자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맞는 말이며, 지향해야할 당위성이 있습니다. 덧붙여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그 투입자금의 효율을 실현시킬 대규모 사업이 사실 얼마나 더 있을까하는 의문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건설·부동산산업은 더 이상 그 효용가치가 다 된 것일까요? 시각에 따른 논박은 있을 수 있으나,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인간의 생활에 필요한 인프라 수요가 지속된다는 지극히 기본적인 명제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 예산에서 절대비중이 줄어든 SOC 비중을 감안해 공공의 수요에 필요한 인프라 정비 등 여전히 시급한 사업이 즐비합니다. 몇해 전 일산 공동구 화재 등 노후 인프라가 전해주는 메시지를 다시 기억해볼 때입니다.
다만 투기수요에 기댄 수도권 주택사업이 다시금 경기 진작의 불쏘시개가 되는 것은 지극히 경계해야 할 일입니다. 주택사업으로 저성장 국면을 돌파하려 한다면 아파트 공화국의 열매는 당대에 계속 먹을 수 있을지 몰라도, 후대에게 엄청난 부담을 물려줄 수 있음을 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가계부채 2000조원이 의미하는 것은 열매에 급급한 아파트공화국의 엄연한 현실입니다.
2025년은 건설·부동산업은 물론 우리경제 전체적으로 힘겨운 한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정치권이 초래한 어려운 현실과 한국호의 추락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그 추락하는데 들어간 시간의 수십~수백배 인내를 요구할지 모릅니다. 건설·부동산 산업이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산업으로 정리되면서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