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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 울리는 이주비 금리 급등 원인 및 해결방안

이태희
- 7분 걸림 -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규제로 이주비 금리가 갑자기 확 튀어 이주를 앞둔 사업장들이 올스톱된 상황입니다. 일단은 내년 초가 되면 은행들이 대출 여력이 생겨 금리가 좀 내려가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있어 그때까지 좀 기다려 보는 상황이에요. 가뜩이나 사업성이 좋지 않아 조합원들 분담금 걱정이 큰데.. 시급한 개선이 필요합니다.” (정비업계 관계자)

“저희도 당연히 대출하고 싶죠. HUG 대출보증이 있는데다 리스크도 적고, 또 입주 이후 저희 우량 고객이 될 가능성도 높아 저희도 정말 이주비 지원을 하고 싶습니다. 은행이 들어가면 다른 2금융권보다 금리가 당연히 더 낮아질거에요. 하지만 올해 7월부터 당국 가계대출 규제로 본점에서 승인이 나지 않아요” (시중 A은행 부지점장)

최근 필자가 인터뷰한 많은 정비업계 관계자들은 이주비 대출금리 급등으로 인한 어려움과 답답함을 호소했다. 한쪽에서는 사업성을 개선하고 사업 속도를 높이고자 규제를 완화하고 특례법까지 만들고 있는 와중에, 또 다른 한쪽에서는 규제로 인해 불필요하게 이주비 대출 금리가 대폭 상승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주비 대출은 조합원들의 부담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 이주를 앞둔 사업장들은 현재 ‘일단 대기’ 하고 있는 실정이다.

잘 알려져 있듯 지난 몇 년간 정비사업과 주택시장에서 나타난 두 가지 큰 특징은 ‘공사비 급등’과 ‘주택시장 초양극화’다.

최근 84㎡ 아파트가 60억원에 거래돼 크게 이슈화된 반포의 한 신축 최고급아파트의 공사비는 598만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고급아파트 공사비는 평당 800만원 이상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평당 1000만원이 넘는 아파트도 종종 등장할 정도다.

하지만 문제는 주택시장 초양극화 상황 속에 오른 공사비를 일반 분양가 증액으로 충당할 수 있는 사업장은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대부분 사업장에서는 조합원들이 분담금이 많게는 수억원씩 증액됐다. 이를 부담하기 힘든 조합원 상당수는 주택을 처분하거나, 입주하지 못하고 전세금을 받아 이를 충당하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이주비 대출 규제로 금리까지 ‘굳이 불필요하게’ 크게 높아진 상황인 것이다. 만일 이주비 대출을 6억원(종전자산 10억원)을 5년간(이주 1년 + 공사 4년) 받는 조합원이 있다고 가정할 경우, 대출 규제로 인해 금리가 1% 추가 상승하면 해당 조합원은 이자로 3000만 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주비 대출 금리가 상승하게 된 것은 가계부채 관리 규제가 본격화된 올해 7월부터였다. 실제로 7월 이후부터는 은행을 대신해서 주로 새마을금고와 신협 등 제2금융권에서 상대적으로 조금 더 높은 금리로 대출이 실행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10월 중순 제2금융권까지 규제가 확대되기 전까지는 정비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그러다 2금융권 가계부채 관리가 시행된 직후 이마저도 금리가 크게 상승한 상황이다.

<표>에서 볼 수 있듯, 대출 규제가 시행되지 않았던 5월 대비 10월 말 이주비 대출 금리는 0.78% 상승했다. 이 기간 시중 금리는 0.19%(COFIX, 잔액기준) 하락한 것을 고려해 본다면 금융 당국의 규제로 인한 금리 상승폭은 약 1.0%(0.97%)가량인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차이를 야기한 가장 큰 요인은 가산금리로, 5개월 사이에 약 1.0% (0.97%) 상승했다.

문제는 이주비 대출이 원활하게 실행되지 않거나 조합원의 분담이 늘어나면 사업 지연이나 무산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공급축소 우려 확대와 주택구입 수요 자극 등 또 다른 많은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비사업은 사람들이 거주하고 상행위를 하는 기성 시가지에서 진행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착공 가능한 토지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공사 기간 이주시켜야 하는데, 여기에는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다.

즉 이주비 대출은 사람들을 이주시켜 착공 가능한 토지를 조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행되는, 실질적으로는 사업비 대출의 성격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주비는 이주비 대출 희망 조합원을 각각을 차주로 하여 집단적으로 실행되는 대출이다. 따라서 실질적으로는 토지 준비 목적의 사업비 성격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로 분류되고 있다.

우리는 지난 정부 주택 정책의 결과를 통해 수요억제 중심의 주택정책 ‘만’으로는 주택가격을 안정화하는 것도, 그리고 역설적으로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힘들다는 것을 경험했다.

주택시장을 근본적으로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수요자 눈높이에 맞는 주택이 원활하게 공급될 것임을 시장 참가자들에게 인식시킴으로써 그들의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미개발용지가 거의 없다시피 한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이러하 주택 공급을 위해서는 정비사업이 신속·원활하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

실질적인 성격과는 달리 분류상 가계부채로 집계되어 조달금리에 상당한 불이익을 받고 있는 이주비 대출 관련 규정은 시급하게 바뀔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사실상 ‘사업비 대출’ 성격인 이주비 대출은 일반적인 가계대출 분류에서 제외하고, 별도의 별도의 트랙으로 분류해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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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희

이태희는 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의 경제금융연구실 연구위원이자 도시·지역계획학 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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