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시대 수익률'에 갇힌 민자사업...투자자 눈높이와 괴리
새마을금고 인프라금융부는 최근 한 금융주간 은행으로부터 민자 인프라사업의 투자설명서(IM)을 받아 사업 참여를 검토하다 접었다. 금리가 6% 이상은 나와야 대주단 참여가 가능하지만 사업주가 제시한 금리는 5%대였다. 새마을금고는 그간 국내 민자사업 자산을 많이 늘려왔지만 수익이 맞지 않아 앞으로는 해외 인프라로 눈을 돌릴 방침이다.
금리가 고공행진하는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민자사업 수익률은 과거 저금리 시대에 고정돼 있어 민자사업 요구 수익률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요구 수익률을 놓고 민간투자자와 정부간 눈높이가 워낙 달라 민자사업의 투자자 모집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11일 인프라금융업계에 따르면 수익형 민자사업(BTO)의 세전 평균 수익률은 지난 2000년 10.3%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2005년 7.8%에서 2010년 5.7%, 2015년 5.6%, 2020년 5%로 내려갔다.
최근 실시협약 협상중이거나 협약을 마무리한 동부간선도로 지하화사업이나 부산 승학터널(사진 위치도), 서울아레나사업 중에서는 수익률이 5% 이하로 떨어진 사업도 나오고 있다고 금융권은 설명했다.
반면 대출금리와 원자재값이 오른 탓에 사업수익률이 맞지 않아 사업주들은 곤경에 처했다. 투자자 유치는커녕 여기 저기서 사업이 깨지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서울아레나 사업주인 카카오는 추가로 늘어난 비용 부담을 반영해 사업비를 올려달라며 주무관청과 변경 실시협약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B는 3차례 공고를 진행했지만 가격이 맞지 않아 4공구를 제외한 1~3공구가 유찰됐다.
남양주 덕송~내각고속화도로는 극심한 자금 경색으로 수개월 간 전기요금을 체납해 한국전력으로부터 단전 통보를 받으며 도로폐쇄 위기를 맞고 있다. 이 사업의 수익률은 5%대다.
공모 상장을 추진중인 KB발해인프라펀드는 6%대의 비교적 높은 배당수익률을 약속했음에도 상장을 무기한 연기했다. 프리IPO 결과 지금의 불안한 금융시장 아래에서는 투자자 모집이 쉽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민자사업이 낮은 수익률에 머물면서 은행과 보험사 등 기존 민자 사업의 주요 플레이어였던 투자자들도 떠나고 있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안전한 국고채가 4%대인데 누가 위험도가 높은 민자사업에 4%대 수익률을 보고 투자할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고공 행진중인 대출금리가 하루하루 금리 수치를 높여 나가면서 민간투자 참여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주간 은행들은 신디케이션이 어렵다보니 대출물량을 임시 방편격으로 떠안거나 신용보증기금 보증을 씌우는 고육책을 쓰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신보 보증을 받으면 스프레드가 3%에서 1.5%대로 낮출 수 있어 그나마 금융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시장환경과 비교해 민자사업의 수익률이 낮은 것은 과거 저금리 시대의 시장 환경에 수익률을 정한 것이 지금 나오기 때문이다.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기간이 워낙 길다 보니 5~6년 전 시작된 사업이 최근에서야 실시협약을 하는 실정이다.
또한 절차가 복잡하고 장기간 소요돼 민간 사업자의 비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착공 전 계획, 조사, 설계기간이 재정은 5.3개월, 민자는 98.5개월이 각각 걸린다.
민자사업의 자금 모집시장이 냉각되면서 정부가 계획한 연평균 7조원대 민간시장 성장은 머나먼 얘기가 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6월 민간투자시장 활성화방안을 내놓고 기존 연평균 집행규모 5조원에다 신규 민자추진 1조원과 기존 인프라 신규사업 발굴 확대 1조원을 더해 연간 7조원대 민자 시장으로 키우겠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보수적이고 복잡한 민자 심사 절차를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사업수익률도 현실화해야 투자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복합개발 관련 법 제도를 신속히 개선하고 사업 심사기간 단축을 추진하되 여러 자금이 참여할 수 있도록 재원조달 방식도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