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재생에너지 경쟁입찰 현황과 육지 도입을 위한 시사점

지난 1월부터 2월말까지 제주도의 전력시장의 도매전력가격인 SMP(System Marginal Price) 추이를 보고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중간 중간에 10여개가 넘은 가격이 kWh당 “0”을 보이고 있습니다.
심지어 2월26일 13시에는 마이너스 67원까지 있었습니다. 알다시피 제주도는 육지와 별도로 SMP를 결정하고 있고, 전체 발전원중 재생에너지가 20%에 육박하는 지역이며, 점차 출력억제 횟수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SMP가 0원을 넘어 마이너스 가격이 나오는 현상을 알려면 3개월의 시범사업 시행 이후 2024년 6월부터 정부가 제주지역에 도입한 1)실시간 시장 2)예비력 시장 3)재생에너지 입찰시장을 이해해야 합니다.
먼 제주에나 있는 일이라고 간과할 수 없습니다. 정부가 2025년말부터 육지에도 도입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어서 입니다. 이번 기고에서는 제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생에너지의 입찰시장 현황을 보고 육지에 도입하면 어떤 영향이 있을지를 미리 점검해 보고자 합니다.

국내는 중앙급전발전기(설비용량이20MW이상인 발전기)가 되면 하루전 시장에 입찰해서 SMP를 결정하고 그로 인해 용량요금과 전력량요금을 수취하는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가집니다. 반면 태양광, 풍력 같은 변동형 재생에너지(VRE)는 간헐성으로 인해 하루전 시장 입찰 참여의무없이 실시간 실발전에 따라 SMP를 받고, 별도의 보조금인 REC를 통해 투자비를 보전받아 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재생에너지 입찰제도가 도입되면 중앙급전발전기에 준하는 의무를 하고 그에 따른 권리를 얻게 됩니다.
제주 재생에너지 입찰제도의 참여 대상은 (i) 1MW를 초과하는 태양광 및 풍력 개별발전기와 (ii) VPP(Virtual Power Producer)가 중개사업을 하는 여러 재생에너지가 모인 1MW초과 100MW이하 집합형 태양광 및 풍력 사업자로 구분합니다.
개별은 1MW이상, 풍력하고 태양광만 해당, 1MW이하는 여럿이 묶인 VPP에 들어가는 간접 참여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간헐성을 해소하기 위해 보조자원으로 BESS(Battery Energy Storage System)와 전기차가 서로 조합 되어 참여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어떻게 하루 전에 입찰을 하나요?
현재는 하루전날 다음날 24시간에 대해 1시간 단위로 입찰이 열립니다. 하루전 11시에 입찰이 마감되고 오후 17시에 다음날 24개의 SMP가 결정됩니다.
그렇다면 재생에너지가 참여하는 하루전 입찰은 어떻게 할까요? 다음은 전력시장운영규칙에 있는 급전가능 재생에너지의 하루전 입찰을 위한 제출 서류 양식입니다.

입찰참여 재생에너지를 “급전가능재생에너지”라고 칭하고 위와 같은 정보로 다른 중앙급전발전기와 동일하게 입찰에 참여합니다. 다만 차이는 바람과 일사량에 따라 출력이 매번 달라지므로 입찰을 여러개 나누어서 Q(입찰량)과 P(입찰가격)을 제안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시간대별 발전예측량을 “공급가능용량”으로, 공급가능량의 10%이내(0도 가능)에서 “최소발전량”으로 제출합니다. 그리고 입찰구간을 최대 10구간으로 나누어 제출합니다. 마지막 구간은 공급가능용량이 될 겁니다. 그리고 입찰가격은 상한은 0원/KWh, 하한은 2개월전 현물REC평균의 2.5배입니다.
예를 들어 10MW 태양광이라면 아침에 해뜰 때, 점심에 최대 출력일 때, 해질 때 그 발전량이 달라지고, 구름이 끼거나 하면 출력이 떨어집니다. 따라서 각 시간대별로 최대 10개의 가격을 입찰할 수 있는데 만일 거래시간 13시(12:00직후~13:00)대에 일사량에 따라 1구간 1MW일때는 -15원, 2구간 1초과~4MW이하일때는 -10원, 3구간 4초과~9MW이하일때는 -4원, 4구간 10MW이면 0원으로 적어 낸다는 겁니다.
상한을 0으로 하는 것은 VRE 가 연료비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고, 하한을 요즘 현물REC가 70원정도함을 감안하면 2.5배인(-)175원까지 입찰이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마이너스 즉 내가 돈을 내고 전력을 팔 바에는 가만있는 게 나은 거 아닐까요?
그 이유는 출력억제 받아 발전을 못하면(실제는 높은 가격을 써서 급전을 받지 못하면) SMP는 고사하고 REC(Renewable Energy Credit)를 받을 자격이 없어지므로, 마이너스로 입찰해서라도 REC를 받으면 현물에 가면 70원은 받고 ‘SMP+REC’ 고정이면 100원이 넘는 REC를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SMP로 마이너스 67원을 해도 REC가 70원이면 3원은 남는다는 겁니다. 이제 기고문 맨 앞에 지난 1~2월에 제주 SMP가 0을 찍고 더 나아가 마이너스를 찍은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재생에너지도 실시간 거래를 하나요?
이렇게 입찰을 통해 발전을 하면 대금을 정산받아야 합니다. 과거에는 SMP를 받고 이를 통해 REC를 수령하면 끝입니다. 그러나 실시간시장이 도입되면 기존 중앙급전발전기 뿐 만아니라 급전가능재생에너지도 실시간시장 입찰에 참여해야 합니다.
재생에너지는 전날 입찰 때 사용한 기상자료가 지속적으로 변해 실발전량과 입찰량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신 기상정보에 기반한 입력자료를 갱신하여 실 발전량의 정확도를 향상시키는 실시간시장의 역할은 입찰제도의 한계 보완을 위해 필수적인 짝꿍 제도로 보입니다.
실시간은 거래의 정교성을 위해 거래당일 15분단위로 가격이 결정됩니다. 하루에 24시간을 곱하면 총 96회의 실시간시장이 열리고 SMP가 결정됩니다. 실시간시장 입찰 방법과 절차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실시간 입찰은 하루전시장과 동일하게 1시간 단위로 75분전에 입찰합니다. 위 표를 보면06시(05:00직후~06:00)거래시간에 75분 전인 03:45까지 100MW를 입찰하였습니다. 그러면 전력거래소가 15분 단위로 발전계획 및 SMP를 발표합니다. 하루에 96번 수립됩니다. 06시 1구간인 05:00직후~05:15에는100MW을 입찰 받았고, 06시3구간인 05:30직후~05:45에는 95MW를 실시간 입찰을 받게 됩니다.
어떻게 대금 정산을 받나요
재생에너지 입찰이 되면 과거에 비해 어렵게 SMP를 받는 반대 급부로 용량요금 등이 지급됩니다. 그러나 입찰량과 실발전량 차이가 지나치게 날 경우 특히 과공급할 경우에는 패널티가 부여됩니다.

입찰참여 재생에너지는 중앙급전발전기와 동등한 대가를 수령합니다.
(에너지 정산금) 하루전시장의 계약량은 하루전가격으로 정산하고, 실시간 변동량은 실시간가격으로 정사하는 이중정산 방식을 보입니다.

- 하루전계약량보다 적게 발전하는 경우: 미발전량을 실시간시장에서 실시간가격으로 구매해서 계약이행한다는 의미
- 하루전계약량보다 과다 발전하는 경우: 과발전량을 실시간시장에서 실시간가격으로 팔아 계약이해한다는 의미
하루전 13시구간에 10KW를 하루전 SMP 100원에 팔기로 했는데, 실제 기상이 나빠 8KW만을 팔았고, 해당 실시간SMP가 120원인 경우
- 과거 : 8KW * 100원 = 800원
- 이중정산: 10KW * 100원 + (8KW – 10KW) * 120원 = 1000원 – 240원 = 760원
(용량 정산금) 재생에너지의 경우 비중앙급전발전 설비로서 용량요금 지급 대상이 아니었으나, 하루전 입찰에 참여하여 의무 급전자원으로 등록하면 용량요금을 받게 됩니다. 따라서 다른 화력발전기와 같이2024년 기준 제주지역이 기준용량가격이 kW당 약 22원을 받아야 하나 실제는 “실효용량” 기준으로 따져 보아야 합니다. 실효용량은 제한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태양광, 풍력 자원이 실질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용량을 뜻합니다.
(부가 정산금) 하루전발전계획 이후 급전지시에 의한 출력변경으로 인해 발생하는 기대이익정산금을 지급합니다.
= Max {(하루전낙찰량 – 실시간발전량) * 실시간가격 – (하루전낙찰량 – 실시간발전량) * 일찰가격, 0 }
(임밸런스 패널티) 임밸런스 패널티는 급전지시량 대비 실시간발전량 편차가 허용오차를 벗어난 경우 과잉 발전량에 대해 실시간 시장 가격으로 패널티를 부과합니다. 일반적으로 태양광에 비해 풍력 특히 해상풍력이 상대적으로 단일 규모가 크고 기상상황에 따라 오차범위가 커지기 때문에 허용오차 범위내 유지에 기술적 한계가 존재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지속적으로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고 후술하는 BESS를 통한 대응이 불가피한 대안으로 보입니다.
실제 4개월간 도입 결과를 보면
2024년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간의 운영현황을 전력거래소 발표자료에 따라 정리해 봅니다.

참여는 총 395.6MW로서 제주 시장참여 태양광 및 풍력의 45.2%에 해당됩니다. 태양광 99.2MW와 풍력 296.4MW로 풍력의 비중이 압도적입니다. 단독자원이 8개사로 192.2MW이고 VPP를 통한 집합자원이 13개사로203.4MW였습니다. 입찰에 미참여는 479.4MW로서 여전히 전체 자원의 50%를 넘습니다.

4개월간 입찰량은 하루전입찰이201,881MWh이고 실시간입찰이 232,501MWh로서 실시간 입찰량이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루전입찰인 초기입찰을 보면 0으로 입찰하는 상한가가 39.9%, 하한가 입찰이 43%를 보였습니다. 반면 실시간입찰인 변경입찰에서는 마이너스인 하한가 입찰이 83.3%로 압도적인 비중을 보이고 있습니다.

에너지정산금은 4개월 평균 실시간SMP 139.8원이 하루전SMP 139.17원에 비해 다소 낮았던 점을 감안해서 입찰 미참여 사업자가 유리했으나, 용량정산금에서 평균 12원을 더 받아서 발전량당 평균 3.19원/kWh 추가 정산을 받는 것으로 산출되었습니다.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시장 참여 유인에 제한적
(임밸런스 패널티 리스크)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는 재생에너지는 입찰시장에서 발전량 예측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와 관련해 예측치와 발전량 간 차이가 일정 이상 발생할 경우 부과되는 임밸런스 페널티를 줄이기 위해 VPP 연계, 유연성자원 BESS 투자 등의 비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과잉공급량을 저장해 패널티를 피하고, 추후 부족분이 발생할 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직 BESS 설치에 따른 고정비와 운영유지비가 비싸고 현재 제공되는CP가 이 비용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의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이를 위해 VPP가 역할을 하겠지만 대부분 재무능력이 충분치 않아 사업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출력제한) 전력당국에 따르면 2023년 1년간 제주에서 출력제어가 발생한 시간은 500시(181회)간 정도라고 합니다. 당장은 재생에너지 입찰시장에 참여한 사업자들이 정산금에서 SMP, REC와 함께 용량요금을 추가로 받을 수 있게 된 만큼 출력제어를 감안해도 수익이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장차 재생에너지 증가와 함께 출력제어 시간대가 늘어날 경우 과도한 마이너스 입찰로 인해 자칫 공멸로 이어질 가능성이 우려됩니다.
(장기고정가격의 일몰) 기존 RPS 고정가격계약을 맺은 사업자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기존 가격을 보전한다는 분위기지만 고정가격이 유지된다면 일단 저가 입찰로 뛰어드는 현상은 지속될 것입니다. 입찰시장에서 마이너스가 나와도 그만큼 차액을 보전해주니 일단 저가로 막 던져서 입찰에 참여하는 현상을 막기는 한계가 있습니다. 앞으로 도입한다는 경매제도와 어떤 조합으로 도입할 지 지켜볼 일입니다.
시사점
2050 탄소중립을 위해 무탄소 전원의 보급이 시급합니다. 재생에너지의 빠른 도입은 계통 안정화에 부담을 줄 것입니다. 안정화를 위해 발전량 통제, 출력억제를 하고 더 나아가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를 육지까지 도입하려고 합니다. 재생에너지는 수익의 안정성 맛으로 투자자에게 매력이 있습니다.
그게 멀어진다면 투자금은 대세인 데이터센터나 AI 투자로 넘어가고 재생에너지 투자로 돌아오기 힘들 것입니다. 그렇다면 입찰제도 도입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가를 대체할 솔루션은 무엇이 있을까요?
유연성자원 BESS가 간헐성 자원인 재생에너지를 중앙급전발전기화 하는 유일한 방안이라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또한 예측 정확도 향상, 출력제어 완화, 예비력 자원 활용을 위해 고도화된 유연성자원 운용능력을 갖춘 대형 VPP 참여가 필요합니다. 발전량을 예측하고 실시간 입찰을 하려면 전문성과 기술성을 가져야 합니다. 또한 수익성과 성장성이 있어야 VC의 기후테크 투자. 모험자본이 들어오게 됩니다.
그러나 현실은 몇 년째 제주 시범사업, 분산에너지법, 무탄소전원 등의 개념 도입경쟁으로 수익 모델은 규제에 묶여 창의를 잃고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는 모습입니다. 이렇게 해서는 대규모 VPP까지 성장은 아득합니다.
미국에서 보편화되고 있는 BESS를 통한 차익거래가 원활하도록 에너지정산금 정산 방식을 개선하고 단독형 BESS 보유한 VPP 사업자의 예비력 시장 참여가 수월해 진다면 BESS의 상품별/지역별 포트폴리오 투자가 확대되고 그러고 기술개발로 장차 배터리 가격까지 크게 내려간다면 점차 VPP의 경험과 신용은 높아질 것입니다.
그렇게 BESS 운용기술이 고도화되면 중앙계약 장주기 BESS제도와 함께 계통안정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견인할 것입니다. 그리고 송전망 건설 지체로 재생에너지 투자가 정체된 육지에도 소비와 생산을 연결하는 VPP 역할이 퍼져 재생에너지 입찰제도 정착에 기여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