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발전 현황과 금융조달성(bankability) - 한국, 대만, 일본 중심으로(1)
<이 글은 배인성 한국해양대 해양금융대학원 겸임교수의 기고글입니다. 배 교수는 전 수출입은행 프로젝트금융부장이며, <국제 프로젝트 파이낸스(범서북스)>의 저자입니다. 이 글은 배교수의 블로그 <프로젝트랑 파이낸스랑>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지난 3월 25일 국내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발전사업인 제주 한림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가 자금조달을 완료(financial closing) 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 1㎞ 해상에 100MW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소를 건설·운영하는 사업으로 오는 2024년 하반기 상업 운전(COD)을 목표로 추진 중입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업주, EPC계약자 및 주요 설비 공급자, 전력과 REC 인수자, 채권단 등 이해 당사자는 위 그림과 같습니다.
재생에너지 발전 중 해상풍력발전은 대규모 건설이 가능한 점 등 여러 장점으로 전 세계적으로 유망한 산업분야이며, 프로젝트 파이낸스(PF) 시장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문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해상풍력 입지조건은 대만이 가장 유리합니다. 대만 해협의 평균 풍속이 초속 8m 이상이며, 평균 수심이 낮은데 반해 우리나라와 일본은 대만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지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구나 일본은 지진과 해일이 잦아 자연재해 위험(NatCat risk)이 크며, 해저 경사가 심해 부유식(floating) 방식이 더 유리한 곳이 많습니다.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는 주요 설비별로 3~4개 복수의 EPC 계약을 체결(limited multi-contracting) 해 건설하는 것이 관행입니다. 비용 절감이 주요 목적이며, 설비별 최적의 공급자(best-in-class supplier)를 개별로 선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금융기관 입장에서 복수의 EPC 계약은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설비·기자재 상호 연계 위험(interface risk)과 연쇄 지연 위험(knock-on effect) 부담이 있어 금융 조달성(bankability) 떨어집니다. 이 경우 프로젝트 회사는 사업주 자회사나 별도 엔지니어링 회사와 EPCM 계약이나 프로젝트매니지먼트(PM) 계약을 체결해 완공 위험을 줄입니다.
유럽이나 대만 등 대부분이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는 복수의 EPC 계약 구조를 가지나, 제주 한림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는 현대건설과 한전기술 등을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이 단일 EPC 계약자 역할하는 구조입니다.
[ 주요 기자재 조달과 현지화, 완공위험 ]
해상풍력발전 설비는 터빈(블레이드, 너셀, 발전기 등), 타워, 하부구조물, 해저케이블, 변전설비 등으로 구성되며, 이 설비를 해상에 설치하는데 여러 종류의 특수 선박이 필요합니다. 각국은 관련 산업 발전을 위해 설비와 기자재를 국내에서 조달하도록 하는 현지화(localization) 정책을 취하고 있습니다. 대만은 현지화 의무 비율이 60%이며, 제주 한림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의 국산화율은 80%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만의 경우 기술력을 보유한 외국기업과 현지 기업이 합작으로 현지에 제조 시설을 만들어 현지화율을 높였습니다. 하지만 현지 기업의 기술과 경험이 부족해 기자재 공급이 지연되고 기술적 하자가 빈번히 발생해 프로젝트의 적기 완공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일본 역시 터빈 제조기업이 부재하여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핵심부품 제조기업은 도시바(너셀), 일본정공(대형축), JFE와 히타치조선(기초구조물) 등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일본 건설사는 해상 석유·가스 개발 프로젝트 경험은 풍부하지만 해상풍력발전사업에 대한 직접 경험은 약합니다. 또한 일본의 전력구매계약(PPA)에서 공사완공(COD: commercial operation date)이 지연되거나 발전 효율이 80% 미만이면 PPA 요금(tariff)이 감소하는 구조이므로 공사 완공 위험이 적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터빈을 국내에서 제작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철강과 케이블 부문에 상당한 경쟁력이 있고, 해양 플랜트에 대한 경험이 많아 하부구조물 제조와 설치에 상대적 강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터빈 제조와 특수선 부문 등 전반적으로 보면 아직 유럽 선진 기술에 비해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세계 해상풍력발전 사업은 터빈 대형화로 발전량을 증대해 경제성을 향상시키는 추세에 있습니다. 터빈 비용이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 총사업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⅓ 수준입니다. 터빈 1기의 평균용량은 2010년 3MW에서 최근 8MW ~ 10MW급으로 커졌습니다. 12MW ~ 15MW급 터빈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대만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도 대부분 8MW급 이상으로 설치하고 있습니다. 일본 마루베니 컨소시엄(Marubeni consortium)의 아키타&노시로항(Akita & Noshiro Port) 프로젝트는 4.2MW급이며, 2022년 1월 미쓰비시(Mitsubishi) 컨소시엄이 수주한 3건 프로젝트(1.76GW)는 12.6MW급을 사용할 예정입니다.
미쓰비시 컨소시엄은 대형 터빈을 활용해 사업비를 절감함으로써 파격적인 입찰가격을 제시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대만과 일본은 현지 기업이 아닌 베스타(Vesta), GE, 지멘스(Siemens Gamesa) 등 모두 외국에서 수입하거나 현지 기업과 합작해 제조하고 있습니다. 일본 최초의 부유식 해상 발전인 고토 플로팅 윈드 팜(Goto floating wind farm)은 히타치(Hitachi)의 2.1MW급 터빈을 사용합니다.
국내는 대부분 3MW급 국내산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최근 5.5MW급 터빈 설치를 시작하였으며, 8MW급은 시운전 단계에 있습니다. 제주 한림 해상풍력사업의 일정이 지연된 이유 중 하나가 터빈 선정에 있었다고 합니다.
사업주는 대용량의 외국산을 선호했으나, 정부가 국산 터빈 사용을 권장해 입장 차이를 보였습니다. 결국 국내·국제 입찰을 혼용한 방식으로 입찰을 진행하였습니다. 국산 설비를 이용하여 국내 해상풍력발전 업계와 관련 산업 생태계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프로젝트 사업성에는 그러하지 못합니다.
해상풍력발전 설비는 해양 플랜트와 자원개발 설비와 유사하며, 상당한 기술위험과 건설위험이 있습니다. 대부분 설비의 상업성이 검증되지 않았거나 제작과 시공과정에 불확실성이 커 공사 지연, 공사비용 초과 발생, 설계용량 미달 등의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해상 풍력사업에서 공사완공 지연은 일상적인 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금융기관은 사업주의 완공 보증, 상당한 수준의 초과 공사비 및 예비비 지원, 단일 EPC 계약과 건설사의 충분한 공사지체보상금(LD) 등을 요구합니다.
한편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의 총사업비는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로 2020년 유럽 기준 kw 당 3200 달러 수준입니다. 대만은 kw 당 5000 ~ 6500 달러, 일본 아키타 나시로(Akita Nashiro) 프로젝트는 6500 달러, 제주 한림 프로젝트는 5250 달러 수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