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한 공사비, 견적서 검증하는 방법

급등한 공사비를 놓고 사업자와 시공사간 갈등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공사비가 3년 전에 비해 약 30%  상승해 개발사의 부담이 큰 상황입니다.

지금은 부동산 개발시장이 불황기를 겪고 있습니다. 그래도 도시정비사업(재개발, 재건축)은 분양 리스크가 낮기 때문에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만 강남권 도시정비사업장에선 건설사들이 제시한 공사비가 크게 올라 애를 먹고 있습니다. 한강벨트 사업장의 용적률을 크게 올려준다고 해도 조합원이 부담해야할 추가 분담금때문에 용적률을 최대한 이용하지 못하는 단지들도 있습니다.

강남권에는 빅 브랜드가 들어갈 수밖에 없으므로 국내 메이저 건설사들 5~6개기업간의 리그로 통합니다. 결국 시공물량을 나눠가지면 되므로 서로 무리하지 않고 시공 이익을 최대화하려고 할 것입니다.

건설사가 제시한 공사비가 적정한지 CM(건설관리)사와 PM(프로젝트관리)사에 검증해달라는 요청들이 있다고 합니다. 견적은 전문 분야입니다. 아무나 견적을 하지는 못하죠. 저는  건설사에서 견적과 공무를 모두 맡았습니다.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공사비 검증 관련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공사비를 검증하는 것은 프로젝트가 책정한 사업비 이내에서 집행되도록 하는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건설사(시공사)로부터 공사비를 제안받았다면, 우선 시공사가 내건 '견적조건'을 꼼꼼히 점검해야 됩니다.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건설사가 책임질 리스크를 은근슬쩍 발주자에게 넘긴 게 있는지 짚어봐야 합니다.

견적의 바탕인 BOE(Basis of Estimate,추정 근거)를 확인합니다.
공사비 제안서에는 공사비를 견적하는 데 사용된 가정과 견적 방법론, 참조 데이터(레퍼런스 데이터)가 무엇인지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BOE가 프로젝트 범위와 일치하는지, 인건비 및 자재에 대한 현 시장상황을 고려하는지, 예상치 못한 리스크에 대한 비상 대책이 포함돼 있는지 확인합니다.

건설사에 BOE를 제출하도록 요구해야 합니다. BOE는 숫자 뒤에 숨겨진 견적 방법론과 참고 자료를 보여줌으로써 추정치에서 신비감을 제거합니다. 이는 프로젝트 수행 계획에 대한 확신과 투명성을 제공하고 사업비 내에서 공사 기간에 맞춰 건설 공사를 진행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공사비를 비교할 유사 프로젝트 사례를 찾습니다.
최근 유사한 프로젝트를 찾아 지역별 생산성 지표, 자재 및 인건비를 참조할 수 있습니다. 건설사가 수주영업을 하면서 기준으로 한 모델하우스 또는 특정 아파트 단지의 세대 평면도를 구해 단위세대 물량을 구하고 세대 공사비를 견적합니다. 세대를 짓는 공사비가 약 70% 정도 된다고 추정합니다.

주요 라인 항목(Line Item)을 비교합니다.
건설사가 내역서를 제출했다면 공사비 비중이 큰 공종의 라인 항목을 세분화하고 개별 품목을 업계 벤치마크, 협력업체의 견적, 자재비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와 비교합니다. 공사비 라인 항목을 검토하면 설명이 필요한 중요한 편차를 식별하는 데 도움됩니다. 주요 라인 항목에 대한 수량의 적정성, 단가의 적정성을 검토합니다.

공사비를 제안한 범위(Scope)가 맞는지를 검토합니다.
발주자가 요구한 공사범위와 건설사가 답한 공사비 제안이 맞는지를 비교해 점검합니다. 어떤 누락 사항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공사범위를 검토할 수 있도록 WBS(Work Breakdown Structure, 작업분류체계)를 건설사가 제출하도록 합니다. WBS를 사용해 프로젝트를 관리 가능한 구성 요소로 분류합니다. 이러한 계층적 분해는 프로젝트의 다양한 요소를 구성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공사비를 시기에 따라 변동성을 추적할 수 있는지 점검합니다.
물가상승에 따른 공사비 상승액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경우 공사비 변경 관리가 향상될 수 있습니다.  건설사의 일반관리비 및 이윤(O&P)이 합리적인지를 검토합니다. 혹시 공사비 품목별 단가에도 O&P를 반영하고 별도 항목으로 O&P를 추가 반영해 건설사의 이윤을 중복 계상했는지를 점검합니다.

공사기간의 적정성을 검토합니다.
공사기간을 산정한 세부 항목을 점검합니다. 공사 불능일과 골조공사 기간, 마감공사 기간, 입주준비 기간 등의 적정성을 따지고 이후 공사기간의 적정성과 이를 기준으로한 공사비 에스켈레이션(Escalation)에 대한 가정이 합리적인지를 검토합니다.

간접비의 타당성을 검토합니다.
대여금에 대한 금융이자 등 공사비 외의 비용에 대해 적정성을 검토합니다. 입찰 보증금을 경쟁사에 비해 과도하게 제안한 뒤 경쟁구도를 무너뜨리고 공사비에서 보전하려는 의도가 있는지도 꼼꼼히 체크해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