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과 '투자'를 왜 어렵다고 할까

배인성

2024-08-16 - 10분 걸림 - 댓글 남기기

"Finance is not rocket science. (금융은 로켓 공학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은 금융이 복잡하고 어려운 분야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누구나 이해하고 배울 수 있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개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표현에서 "로켓 공학"은 매우 복잡하고 전문적인 분야를 상징하며, 일반인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것을 의미합니다. 반면, "금융"은 이런 극도로 복잡한 과학과는 달리, 적절한 지식과 노력을 기울이면 누구나 이해하고 성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분야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우리 주변에는 금융, 특히 투자에 대한 많은 서적과 정보가 흘러넘칩니다. 이들의 제목에는 항상 "쉬운 ○○○○" 등 금융이나 투자가 어렵지 않고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이럼에도 금융은 항상 어렵고,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됩니다. "쉽다" 또는 "어렵지 않다"라는 말을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이것이 "쉽지 않다", "어렵다"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일까요?

금융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배경

많은 사람이 금융을 어려워하고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은 광범위한 금융 자체의 개념과 함께 교육, 경험, 심리적 요인 등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1.금융은 경제학, 회계학, 수학, 법률 등 다양한 학문이 결합된 복잡한 분야입니다. 주식, 채권, 옵션, 파생상품 등 다양한 금융 상품들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상품이 계속 만들어지고, 각기 다른 규칙과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복잡성은 많은 사람들이 금융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게 합니다.

2,금융 분야에는 일반 대중에게 생소한 전문 용어가 많이 사용됩니다. 금융 용어 자체가 어렵고, 이를 쉽게 설명해 주는 자료가 부족하다 보니, 사람들은 금융을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로 인식하게 됩니다.

3.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은 일부 사람들에게 금융 시스템이 자신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부정적 인식을 심어줍니다. 부유한 사람들만이 금융을 활용해 더 부를 축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기에 일부 사람들은 금융 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거나, 그 과정에서 차별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는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신과 부정적인 인식을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4.금융 시장은 항상 변동적이고 불확실성이 크며 폐쇄적입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금융 위기나 금융 사기 사건들은 금융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줍니다. 예를 들어 반복되는 글로벌 금융 위기, 투자 사기, 은행 파산 등의 사건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경제적 피해를 입혔고, 이는 금융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습니다.

5.무엇보다도 학교에서 금융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합니다. 금융 관련 조직이나 종사하는 자들은 그들만의 전유물로 생각하여 내용의 공개에 폐쇄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금융 관련 전문 미디어도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결과적으로 성인이 되어서도 금융 관리나 투자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금융을 어렵고 복잡하게 느끼는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미디어나 대중문화에서 금융은 종종 복잡하고 위험한 것으로 묘사되며, 투자가 금융의 모든 것으로 비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투기를 조장하는 자가 마치 금융 전문가인 양 행세합니다.

금융에 대한 교육 및 인식의 전환

금융은 자금을 조달하고 관리하는 것과 관련된 모든 활동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개념입니다. 여기에는 개인, 기업, 정부 등이 자산을 관리하고,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 결정을 내리는 과정이 포함됩니다. 은행, 자본 시장, 재무 관리, 회계, 위험 관리, 보험, 금융 규제 등이 금융의 영역에 포함됩니다.

금융에 대한 어려움과 부정적인 인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① 보다 체계적이고 올바른 금융 교육의 강화, ② 금융 용어와 개념을 쉽게 설명하는 자료의 개방성과 대중성 확보, 그리고 ③ 금융의 폐단과 악용하는 사례를 감소하기 위한 합리적인 금융 시스템 구축 등이 필요합니다.

경제 전체 차원에서 금융이 화폐경제와 같은 경제의 한 부속품이 아니라 실물경제를 이끄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독립적인 전문가가 양성돼야 합니다.

개인 차원에서도 투자만이 금융의 전부가 아님을 인식하고, 금융과 투자, 그리고 투기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여 각자가 재정적 자유와 안정성을 얻을 수 있는 중요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투자자이자 금융 교육자인 코디 산체즈(Codie Sanchez)가 금융과 거래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말한 조언이 있습니다. 코디는 자신이 금융 천재는 아니라고 말하지만, 저널리스트로서의 배경 덕분에 올바른 사람에게 올바른 질문을 해서 올바른 답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그녀는 금융계에 침투하여 그 이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코디는 1억 달러 규모의 거래와 10만 달러 규모의 거래 사이에는 차이가 없다고 합니다. 거래의 규모가 다르더라도 근본적으로는 같은 원칙과 접근법이 적용된다는 의미입니다. 거래의 규모가 커질수록 더 복잡해지거나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얽매이지 말고, 거래 자체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코디에 따르면 금융계 커튼 뒤를 보기 위해서는 알아야 할 두 가지 핵심 기술이 있습니다. 첫째는 거래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인데, 이는 복잡한 것이 아니라 단지 "금융 용어"를 통해 복잡하게 보이는 것뿐입니다. 둘째는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자신이 진입하고자 하는 비즈니스에 대한 적절한 정보를 줄 수 있는 사람(금융 전문가)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래도 "어려운" 금융!

그래도 금융은 쉽지 않습니다. 금융시장을 이끄는 자(market maker)에게 금융은 어렵지 않을 수 있으나, 시장에 끌려가는 대부분의 일반인에게 금융은 로켓 공학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물리학자 파인만(Richard Feynman)은 "전자가 감정을 가진다면 물리학이 얼마나 어려워질지 상상해 보세요."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이는 물리학이 얼마나 예측 가능하고, 규칙적이며, 수학적 모델로 설명 가능한 과학인지 강조한 표현이지만, 만약 전자가 인간처럼 감정을 가지고 감정에 따라 변덕스럽게 행동한다면, 그들의 행동을 예측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물리학 자체가 극도로 복잡해질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금융이 그렇습니다.
1. 금융 자본주의에서 발생하는 금융위기는 은행가, 투자자, 펀드매니저, 정부의 금융 규제 담당자들이 감정을 가진 인간이라는 것을 보여 주었습니다. 여러 은행에서 벌어지는 투자 사기 역시 은행가의 감정이 원인입니다. "탐욕"이라는 감정이 금융에 머무는 한 금융은 어렵고 부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2. 금융은 탐욕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스스로 진화합니다. 반면 우리는 각 개인이 소유한 돈의 변화만을 의식하며, 금융 지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그저 자신의 투자에만 관심을 갖습니다. 의회에서 금융 시스템 관련 법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도 자신이 투자한 주식과 암호화폐 가격 변화를 살피며 개인 투자에만 눈길을 줍니다.

3. 시장론자가 말하듯 인간은 결코 합리적으로 행동하지 않습니다. 여기에 금융 자본주의가 가져온 탐욕의 유혹도 함께 하여 금융 앞에서는 이성을 잃기 쉽습니다.

4. 금융은 실물과 달리 눈에 보이지 않고, 비공개적이며, 은밀하게 움직입니다. 실물경제에 커다란 문제가 발생하거나, 감출 수 없을 만큼 거품이 생겼을 때 그 모습을 살짝 보여줄 뿐, 실물 경제를 비롯하여 외교, 전쟁, 인권 침해, 심지어 우리 일상의 이면에 숨어있습니다.

5. 암호화폐나 주식 투자로 많은 돈을 벌었다는 투자자는 스스로 시장 통찰력이 있는 금융 전문가라 칭합니다. 하지만 이는 착각일 뿐, 금융은 우리에게 그러한 통찰력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이 모든 것이 금융을 더욱 어렵고 부정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실행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