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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매각 자문수수료는 왜 그렇게 낮아졌을까

민성식
- 13분 걸림 -
게티이미지뱅크

예전 신입사원일 때 대형 오피스빌딩을 사고파는 일을 하는 매입매각 부서는 정말 대단해 보였습니다. 몇 천억 원짜리 부동산을 마케팅해 거래를 성사시키고 자문수수료로 받는 금액도 컸습니다. 그래서 인센티브로 받는 성과 보수도 많아 다른 부서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 되던 곳이 매입매각 자문 부서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매각 자문이라는 업무 자체도 매력적이었습니다. 부동산 자산에 대한 강점을 분석해 예상 가격을 책정하고, 가망 매수자를 찾아내는 마케팅 과정은 정말 다이내믹하고 알아야 하는 지식들의 수준도 상당히 높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매입매각자문 업무를 하는 선배들이 자산운용사나 투자회사로 가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관련 부서에 인원은 그리 많지 않았기에 들어가기도 어려웠지만 더 나은 업무를 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고 좋은 곳으로 이직도 할 수 있어 많은 이들이 선망하던 부서였습니다.

현업에서 매입매각 자문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고, 마케팅을 위해서는 업계의 네트워크까지 필요하기 때문에 한 번 해보고 싶다고 해서 업무를 할 수 있는 직무가 아닙니다.  그랬던 매입매각 자문 업무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함께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매각 수수료가 그렇게 낮은가요?"

부동산 펀드나 리츠 등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거래자문 업무를 하는 곳은 부동산 자산관리회사나 회계법인 등이 있습니다. 보통 대형 자산을 매각하기에 매각금액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이런 시장에 진입하는 것에는 진입장벽도 높은 편입니다. 말 그대로 몇 개 회사들이 경쟁하는 그들만의 리그입니다.

그래서 가끔씩 중소형 빌딩 중개를 전문으로 하는 중개 법인 분들이나 상업용 부동산 투자 시장에 진입하고자 하는 분들이 자문 수수료에 대해 물어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당연히 프로젝트 하나를 마무리하면 어마어마한 수수료를 받는 줄로 알고 있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정작 실제로 딜을 클로징하고 받는 수수료에 대해 귀띔해주면 그렇게 낮냐고 반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실제로 어떤 프로젝트의 경우의 수수료는 강남의 아파트를 매매하는 게 더 낫겠다고 농담을 하는데 틀린 말도 아니어서 씁쓸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만큼 매각 자문수수료는 제공하는 서비스 수준 대비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누가 팔아도 팔 수 있었던 시장 환경

그렇다면 이렇게 자문수수료가 낮아진 것에 대한 원인을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격이라는 것은 당연히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이 될 텐데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던 요인이 분명 있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몇 년간의 상황을 살펴보면 저금리 기조가 한동안 유지될 때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가 받쳐주면서 팔기만 하면 가격이 올랐던 때가 있습니다. 가격이 오르자 팔고자 하는 사람도 많았고 저금리에 대출도 쉽게 할 수 있어 유동성이 풍부했던 것입니다.

시장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떤 자문사가 팔아도 자산을 팔 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수요자가 풍부했고 가격 또한 상승하여 매각차익을 실현하면서 매각이 쉽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자문사들도 박리다매처럼 수수료를 적게 받으면서 수주를 많이 하는 전략을 활용했습니다. 프로젝트를 여러 개 수주해서 동시다발적으로 마케팅을 해도 클로징도 잘 되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또, 매도자 입장에서도 시장에 나오면 쉽게 팔리는 마당에 매각자문사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게 평가가 되었고 그래서 수수료도 높게 책정하지 않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매각 자문수수료는 점점 낮아지기 시작했고 자문사들은 수주 경쟁을 하기 위해 서로 눈치 싸움을 해가며 서비스 수준에 대한 대가를 받기보다는 일단 여러 프로젝트를 받아 함께 마케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생산성이 낮아진 자문업의 현실

박리다매 전략은 금리가 상승하고 개발을 위한 공사비 상승으로 시장이 위축되자 작동하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매각 자문을 수주하더라도 딜 클로징으로 이어지기까지 시간도 더 길어졌습니다. 어떤 프로젝트는 1년을 넘어 2년 만에 클로징 하는 것도 있었습니다. 그마저도 상황이 악화되면서 입찰 이후에 철회를 하거나 MOU를 체결하고도 거래가 마무리되지 않는 건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말 그대로 생산성이 낮아져 버린 것입니다.

게다가 한 번 낮아진 자문 수수료는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올릴 수도 없었고, 매각이 완료되는 자산의 수도 현저하게 줄어들었습니다. 딜이 클로징이 되어야 수수료를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일만 많이 하고 돈을 벌지 못하는 프로젝트들이 점점 더 많아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한 해에 딜 클로징 되는 수는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적은데 시장에서 활동하는 매각자문사들의 인력을 감안해 보면 돈을 번 자문사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습니다.

서로 입장이 바뀌어 가는 상황

매각자문사 입장에서는 프로젝트를 더 많이 수주할수록 부담만 커지고 수익이 나지 않다 보니 매도자들이 매각자문사를 찾는 일들이 어려워지는 현상도 발생했습니다. 투자 시장에 나오면 매각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자산들의 경우 매각자문사 선정 RFP를 보내도 자문사들이 참여하지 않기 시작한 것입니다. 매각자문사의 입장에서 고객사의 요청을 거절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왜냐하면 매각자문 참여를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다음 번 자산 매각이 있을 때 혹여 불이익이 있을까 웬만하면 다 참여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향후 영업을 위해 서비스처럼 하던 일들도 더 이상 할 수 없을 정도로 수익성이 좋지 않아 자문사들의 입장도 변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자산을 매각하려는 곳들이 사전에 RFP를 보낼 때 이를 받을 것인지 자문사에게 확인을 하거나 참여를 할 것인지 사전에 물어보는 곳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매각자문사를 찾지 못하는 곳들도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팔리기 어려운 자산이기 때문에 돈이 될 수 없는 프로젝트에 시간을 낭비할 수 없는 냉정한 현실이 갑과 을 간의 관계를 뒤바뀌게 한 것입니다.

떠나는 인력과 자문업계의 재편

매입매각자문 시장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문사의 인력들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회사에서는 인력의 구조조정을 하기도 하고 자발적으로 다른 직무로 전환하는 이들이 많아지기도 했습니다.

지금 상황으로서는 업계의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는 금리 인하가 된다고 해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크게 개선될 것 같지 않을 것이고 생각하는 분위기이다 보니 한때 화려했던 매입매각자문 직무에 대한 선호도도 점점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상업용 투자 시장이 활발하고 거래가 잘 돼야 매입매각자문업도 영업이 잘 되는 특성이 있다 보니 지금처럼 시장이 침체가 되거나 정체가 되는 시기가 오래간다면 견딜 수 있는 회사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어려운 시기를 견딜 수 있는 자본력이 있는 회사들은 이런 어려운 시장을 잘 극복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곳들은 인력을 축소시킬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인력의 축소는 자문 업무의 특성상 서비스 품질 저하와 영업 범위 축소로 점점 더 경쟁력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게 됩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경쟁에서 살아남은 몇몇 메이저 회사들만 남는 시장으로 변할 것이고 다시 회복된 시장에서 매출이 회복되면 이를 살아남은 회사들이 확보하는 구조가 될 것입니다. 지금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인해 전반적인 구조조정이 일어나면서 그동안 폭발적으로 늘어난 인력에 대한 재편되는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적정한 자문보수와 그에 맞는 수준의 서비스가 필요

어떤 시장이던 문제가 계속 이어지면 부작용이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제대로 된 PM 전문 인력을 찾기 어려워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업무의 강도나 숙련도는 높은데 반해 그에 맞는 대우를 받지 못하는 환경이다 보니 전문 인력들은 떠나고 단순히 거쳐가는 자리로만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투자 대상이 되는 자산은 점점 대형화되고 전문성을 요하는데 적정한 인력이 없다 보니 경험이 덜한 인력들이 자리를 채우고 PM 서비스의 품질은 떨어진다는 불만이 나오는 일들이 많아진 것입니다. PM 수주를 위해 단가를 경쟁적으로 낮추다 보니 더 나은 인력을 채용할 수 없는 구조가 돼버린 것입니다.

최근의 상황을 보면 앞으로 자문 업무도 PMer를 찾기 어려워진 것처럼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업무 수준은 자산운용사 투자팀에 준하는 일을 하는데 급여나 대우가 좋지 않다면 차라리 비슷한 곳으로 이직을 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투자팀의 업무도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지만 대안이 없어 보이는 곳에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더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매입매각자문 서비스가 하는 업무의 강도나 수준에 맞게 적정한 수수료가 지급되지 않는다면, 고객도 그만한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자명한 사실입니다. 성공 보수 형태로 일하다 보니 관행적으로 무료 서비스처럼 활용하는 매각자문 업무는 점차 사라져야 하고, 치킨 게임하듯 스스로 수수료를 낮추는 일이 없어진다면 정상적인 수준의 매각 자문수수료 시장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입니다.

세상에 싸고 좋은 서비스는 없고, 값싸고 좋은 인재가 없다는 진리가 확인되는 요즘 시장인 것 같습니다. 과거처럼 매입매각자문 업무가 제자리를 찾아서 일하고 싶은 직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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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성식

친절한 부동산선배 민성식입니다. 스파크플러스 솔루션세일즈팀에서 빌딩밸류애드 관련 솔루션을 세일즈하는 업무 리더를 맡고 있습니다. '빌딩 투자 시크릿' 등 다수의 책을 썼습니다. 매주 상업용 부동산 뉴스를 정리한 뉴스레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민성식 리더의 홈페이지는 이 주소(https://www.minsungsik.com)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한 주간의 상업용 부동산(CRE) 이야기를 정리해 <딜북뉴스> 독자분들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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