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자산 매각으로 재무구조 개선 속도...DL그룹 호텔 이어 롯데건설 본사 부지 매각 추진

건설업계가 재무 건전성 강화를 위해 자산 매각을 본격화하고 있다. DL그룹이 보유한 호텔 포트폴리오를 매각한 데 이어 롯데건설도 서울 서초구 잠원동 본사 부지 매각을 추진 중이다. 업황 악화로 중견·중소 건설사들의 법정관리 신청이 잇따르는 가운데, 대형 건설사들도 선제적인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DL그룹, 글래드 호텔 포트폴리오 6050억 원에 매각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DL그룹은 지난 21일 ‘글래드 호텔 포트폴리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그래비티자산운용을 선정하고 통보했다. 매각 대상 자산은 △글래드 여의도(319객실), △글래드 강남 코엑스센터(282객실), △메종 글래드 제주(513객실)로, 총 매각가는 6050억 원 수준이다. 그래비티운용은 이 자산 매입 펀드 수익자로 싱가포르투자청(GIC)을 확보했다.
DL이앤씨가 보유한 글래드 여의도와 DL그룹 계열사인 글래드호텔앤리조트가 소유한 글래드 코엑스 및 메종 글래드 제주가 포함된 이번 매각은 DL그룹이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는 과정의 일환이다. DL그룹은 매각 대금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높이고, 핵심 사업에 대한 투자 여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DL그룹 관계자는 “호텔 사업은 그룹 내 비주력 사업으로 평가되어 왔으며, 이번 매각을 통해 주력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건설, 1조 원 규모 자산 유동화 검토… 본사 부지 포함
롯데건설도 그룹 차원의 재무구조 개선 전략에 따라 잠원동 본사 부지 매각을 포함한 1조 원 규모의 자산 유동화 방안을 추진 중이다. 1980년부터 사용해온 본사 부지(약 1만㎡)는 공동주택 등 주거시설로 개발이 가능해 매각 시 시행사 및 자산운용사들의 높은 관심이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매각가를 약 5000억 원 수준으로 평가한다.
롯데건설은 본사 부지에 대해 △매각 △자체 개발 △세일즈앤리스백(Sales & Leaseback) 등의 다양한 옵션을 검토 중이며, 외국계 컨설팅업체를 통해 수익성 분석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전국 자재 창고 부지 및 임대주택 리츠 지분 매각도 함께 검토 중이다.
특히, 본사 부지를 펀드에 매각한 후 롯데건설이 에쿼티 일부를 재투자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펀드가 매입할 경우 후순위 포함 LTV(담보인정비율) 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어 롯데건설이 직접 담보 대출을 받을 때보다 높은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당장 유동성 확보가 급한 상황은 아니지만, 회사가 안정적인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자산 매각을 검토하는 것이 더 나은 전략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본사 부지와 기타 자산까지 모두 매각할 경우 약 1조 원의 자금이 확보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지난해 3분기 기준 210%였던 부채비율이 150% 수준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건설업계, 재무구조 개선 기조 지속될 듯
건설업계 전반적으로 업황 악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형 건설사들의 자산 유동화 움직임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금리 상승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건설사들이 자산 매각을 통해 재무 부담을 완화하는 전략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보유 자산을 활용한 재무 구조 개선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