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와 지분형 모기지

지난 4월 3일, 한국은행과 한국금융연구원이 ‘부동산 신용집중 현황과 문제점,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후원기관으로 참여했고, 직접 발표자와 토론자로도 나섰다. 행사 말미에는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등 이른바 ‘F3’가 등장해 특별 대담을 진행하는 등 정부가 상당한 공을 들인 행사였다. 이날의 스포트라이트는 ‘지분형 모기지’라는 새로운 형태의 금융상품에 집중됐다.
지분형 모기지는 주택금융공사(이하 주금공) 등 공공금융기관이 주택 구매자에게 낮은 금리의 투자 자금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컨퍼런스에서 제시된 기본 모델은, 구매자와 주금공이 각각 주택 가격의 10%와 50%를 투자하고, 나머지 40%는 금융기관에서 대출받는 구조다.
구매자와 공공기관이 공동으로 투자해 주택 가격 변동에 따른 차익과 손실을 함께 부담한다는 점에서,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추진된 수익·손실 공유형 모기지와 유사한 개념이다. 다만, 과거에는 실무 편의상 이를 ‘대출’로 운영했지만, 이번에는 명확히 ‘자본 투자’라는 방향성을 설정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일부 언론 보도에서는, 주금공의 투자금(집값의 50%)을 구매자의 투자금(10%)보다 후순위로 설정해 손실을 먼저 인식하도록 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이 경우, 집값이 40% 이상 하락하지 않는 한 구매자는 손실을 보지 않아 사실상 원금을 보장받는 셈이다.
하지만 이는 후순위 투자자인 주금공의 손실 폭을 지나치게 키우는 데다, 구매자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어 실제 채택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오히려, 구매자가 최후순위로 손실을 먼저 인식하되, 집값이 상승하면 차익을 더 많이 가져가는 방식, 또는 구매자와 주금공이 지분율에 따라 수익과 손실을 동순위로 분배하는 구조가 더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인다.
지분형 모기지는 명목상 ‘자본 투자’이지만, 결국 자금을 조달해 집을 사는 구조라는 점에서 대출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구매자 입장에서는 주금공의 자금에 대해서도 일정 수준의 이자나 사용료를 부담해야 하고, 원금도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유 기간 동안 낮은 금리가 적용되더라도, 주택 매각 시점에 발생한 차익을 주금공과 나누게 되면 실질적인 금융비용은 전통적인 대출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공공기관이 자금을 부담하는 정책 금융상품이지만, 현재 70% 수준인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90% 수준까지 사실상 확대하는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한 해법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실질적인 대출 한도를 높이는 상품이 등장한 셈이다. 아이러니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물론 한국은행이나 금융당국이 이런 사실을 몰랐을 리는 없다. 실제로 이들은 지분형 모기지를 대출 중심의 기존 정책 금융을 개선하고, 가계부채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모순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려면, 지분형 모기지가 늘어나면서 기존의 가계대출은 줄어들어야 한다. 다시 말해, 지분형 모기지가 기존 가계대출의 일부를 대체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정책 목표와 맞아떨어진다.
가장 유력하게 대체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은 바로 전세대출이다. 정부는 가계부채 완화를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중심으로 차주의 상환 능력에 따른 심사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DSR 산정 대상에서 제외되는 대출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정책대출과 전세대출, 그리고 이주비·중도금 대출이다.
이 중 이주비·중도금 대출은 주택담보대출로 전환되며 DSR 규제에 결국 포함된다. 반면 정책대출과 전세대출은 서민을 위한 금융상품이긴 하지만, DSR 규제에서 완전히 제외되어 있다. 특히 전세대출은 갭투자를 간접 지원하는 수단으로 지적받아 왔다. 전세대출을 DSR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다만 전세대출이 일반 서민의 주거 확보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고, 시장 규모가 200조원에 이르기 때문에 당장은 포함이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2월 ‘2025년도 가계부채 관리대책’을 발표하면서 “차주의 상환 능력 내에서 빌리는 관행을 정착시키기 위해 DSR 제도를 점진적으로 정교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전세대출의 DSR 포함 가능성이 아직 살아 있는 이슈임을 의미한다. 또한 정부는 정책대출, 전세대출, 이주비·중도금 대출 등 기존에 DSR 산정에서 제외되었던 상품들에 대해, 앞으로는 금융기관 내부 평가용 DSR에는 반드시 포함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특히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전세대출을 보증할 때는 차주의 상환 능력을 감안한 보증한도 설정 방식으로 제도를 바꾸겠다는 계획도 연내에 발표될 예정이다.
이러한 흐름을 보면, 정부가 전세대출을 축소하면서도 서민층의 주거 지원은 유지하려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음은 자명해 보인다. 그리고 이 대체 수단으로 지분형 모기지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지분형 모기지에서 '구매자의 자본투자 비율이 10%'라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수도권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매매가 대비 약 60%(서울은 50%) 수준이며, 전세대출은 집값의 80%까지 가능하므로, 전세 입주자는 집값의 약 10%만 부담해도 거주가 가능하다. 즉, 지분형 모기지가 도입되면, 동일한 자본으로 집을 살지 전세를 살지 수요자가 선택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물론 아직 지분형 모기지는 구체적인 상품화 단계에 들어가기 전이다. 구매자와 주금공이 수익과 손실을 어떻게 나눌지, 주금공에 지급할 이자나 사용료는 얼마로 설정할지, 지분 양수도 방식과 등기 반영, 주금공 외에 기타 재원 출자자(주택도시기금, 민간 금융기관 등)의 참여 방식 등 여러 구조가 구체화돼야 한다.
향후 발표될 상품화 방안, 특히 적용 대상자 요건과 대상 주택 범위를 살펴보면, 지분형 모기지가 가계부채 완화 정책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보다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