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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벨로퍼의 학습법(2) 질문하기(feat.네트워크)

낭만디벨로퍼 김영철
낭만디벨로퍼 김영철
- 28분 걸림 -
게티이미지뱅크

"난 XX 교통안전청 요원이야. 우린 문제를 해결해. 그게 우리가 하는 일이라고. XX 지금 이 일이 어떻게 해결됐는지 한 번 보라고." ​
“I'm TS motherfucking A. We handle shit. That's what we do. Consider your situations fuckin' handled.”

조던 필, 영화 <겟 아웃> 중

조던 필 감독은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습니다. 불공평하게도 세상에는 그런 (뛰어난) 사람이 있습니다.  

최근 <오펜하이머>로 세계를 뜨겁게 달군 '크리스토퍼 놀란'감독의 데뷔작은 1998년 제작된 <미행>입니다. 많은 분들이 <메멘토>는 알아도 <미행>은 잘 모릅니다. 천재가 본인의 재능을 이리저리 시험해 보는 듯한 인상을 주는 69분짜리 이 짧은 장편은, 주말에 취미로 촬영됐고 제작비는 6000달러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그는 <메멘토>, <인섬니아>, <다크나이트>, <인셉션>, <인터스텔라> 등을 통해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이 흥행과 평단 모두를 사로잡습니다. 헐리우드에서 그의 위상은 전성기 때의 스티븐 스필버그, 제임스 카메론에 비견됩니다. 그의 행보는 "연습? 그런 게 왜 필요해?"라고 말하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데미언 셔젤' 감독도 마찬가지입니다. 2014년 <위플래쉬>를 접했을 때 전율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크리스토퍼 놀란과는 정반대로, "노력? 넌 제대로 노력해 본 적이 없어. 내가 지금부터 진짜 노력이 뭔지 보여줄게"라는 느낌의 이 작품이 어느정도 마니아 취향의 영화였다면, 그 후 이어진 <라라랜드>는 전 세계에서 4억5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마니아를 사로잡았습니다.

<위플래쉬>를 통해 "진짜 노력"을 현시한 데미언 감독이지만, 세상 대부분의 영화 감독 지망생은 진짜 노력 그 이상의 노력을 해도 그의 경지에 닿지 못할 것입니다.

조던 필은 코미디언 출신입니다. 그가 키건 마이클 키와 함께 결성한 "키 앤 필(Kee & Peele)" 콤비는, 본인의 이름을 내 건 쇼를 진행하며 이름을 날립니다.

젊어서부터 영화를 찍고 싶어하며 코미디언이 된 것은 카메라 앞에서는 연습을 하기 위해서였다고 밝힌 그는, 장편 데뷔작인 <겟 아웃>을 통해 단번에 아카데미 각본상을 거머쥡니다.

사회의 이면에 깔린 뿌리깊은 차별과 부조리에 대한 검은 유머와, 그간의 영화들이 담고 있던 클리셰를 반 발자국씩 빗겨 나가는 공포가 선명한 그의 작품은 국내에도 인기가 높습니다.  <어스>는 한국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으며, 그는 본인 트위터에 한국명 "조동필"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조던의 작품은 공포라는 장르로 분류되면서 시종일관 서스펜스를 기저에 깔고 움직입니다. 하지만 사람을 웃기는 것을 포기하지 못했는지, 정말 예상치 못한 결정적인 순간에 유머를 집어 넣는 기지를 보여줍니다.

<겟 아웃>에서는 로드 윌리엄스라는 얼간이 친구가 등장합니다. 주인공의 오랜 친구이지만 삶의 여러 측면에서 보통 사람보다 조금 모자란 듯 보이는 그 친구는, 미국 교통안전청 소속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극중에서도 매사 나사 빠진 모습을 보이는 그이고, 주인공이 결정적 위기에 빠졌을 때도 핸드폰 배터리가 다 되어 통화가 끊어지는 등 안타까운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결정적인 순간 결국 로드가 등장하여 주인공을 구출합니다.

사실 저는 이러한 결말이 이 영화 최고의 반전이라고 생각하며, 가장 큰 클리셰를 깨뜨린 장면이라고 봅니다. 현실에서는 대부분 그 반대의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지난 글에서 '디벨로퍼 배움'의 과정에서 "무엇을 모르는지"를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가장 기초가 되는 학습 작업으로 좋은 책과 글을 통해 정보와 지식을 얻을 것을 권해 드렸습니다.

그 글에서 전한 바와 같이, 공부를 통한 학습은 뚜렷한 한계가 존재합니다. 우린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실을 요약하고 개괄하는 책으로 배운 지식은, 그것이 좋은 내용일지라도 근본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a) 책의 내용이 잘못 되었을 가능성, b) 책이 총론만 알려주고 실무적인 프로세스와 디테일을 누락했을 가능성, c) 책에 기술된 내용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뀌었을 가능성 등이 있습니다. 특히 b)가 결정적입니다. 실제로 업무를 추진해보면 거의 곧바로 책이나 인터넷 자료들이 가르쳐주지 않는 지점에 직면하게 됩니다.


학습을 통해 크게는 부동산 개발과 금융 전반, 작게는 내가 지금 수행해야만 하는 개발 프로젝트나 금융 조달의 얼개를 잡아보면, 도처에 뚫린 수많은 구멍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이 구멍들을 인지하기 위해서 학습을 하는 것입니다. 그 구멍을 메우기 위해 더 자료를 찾고 공부를 해 나가다보면, 어느 순간 "한계에 도달했다"는 실감이 드는 순간이 있을 것입니다.

그 지점이 정말 한계 지점이 맞다면, 이제부터는 학습법 자체를 바꾸어야 할 때입니다. 하지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짚어야 할 지점들이 있습니다.

우선 그 한계 지점이 진짜로 한계 지점인지 스스로에 자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안타깝게도 a) 그냥 공부하기 싫어서 공부를 안 하거나, b) 공부를 한 척 하거나, c) 제대로 공부를 안 했음에도 공부를 했다고 스스로를 속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 안타까운 경우로, d) 천재처럼 보이고 싶어서 공부를 안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a)~d) 모두 안타까운 경우입니다. 믿지 않을수 있지만, 시행을 하겠다고 하면서, 디벨로퍼를 자처하면서도, 조금만 공부하거나 찾아보면 알 수 있는 기본적인 개념을 숙지하지 안한 분들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나는 진짜 노력을 한 것인지, 스스로 알아볼 수 있는 것을 알아보기는 한 것인지"를 되돌아 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자주 우리 자신을 속이기도 한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동시에 정반대의 관점 또한 살펴야 합니다. 거듭 말씀 드리지만 공부를 통한 학습은 한계가 명확합니다. "여기가 한계다"라는 실감이 있는 데도 공부만 하는 분들이 더러 있습니다. 이 때는 과감히 책과 노트북을 덮어야 할 때입니다. 애널리스트 리포트만으로는 비즈니스를 할 수 없습니다.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도 되새길 만합니다. 예컨대 우리가 공부를 통해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 80이라고 한다면, 0에서 출발해 70까지 도달하는 투입되는 시간과, 70에서 80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거의 같습니다. 고급스러운 지식일수록, 디테일한 정보일수록, 그 지식과 정보를 찾아내는 것에 시간이 투입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당장 프로젝트를 추진해야만 하는 경우,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닙니다. 대학에서 석사, 박사 과정을 밟듯이 한적한 도서관에 앉아 창밖으로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며 우수에 잠길 여유는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습니다. 우리 대부분은 프로 직업인이거나 디벨로퍼이며, 그렇기에 그 일이 처음 해 보는 일일지라도 당연하다는 듯 그 일을 완수하고 성공시켜야만 합니다. 저는 이를 절벽에서 뛰어 내리면서 비행기를 조립하는 일에 비유하고는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부를 통한 학습이 특정 임계에 도달하면, 그 때부터는 정보와 지식의 취득 방법 자체를 완전히 선회해야 합니다.

공부를 통한 학습으로 전체 그림과 프로젝트의 디테일을 스스로 설계해 보면, 수많은 구멍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면 그 구멍들을 메워야 합니다. 구멍을 메우는 방법은 허탈할 정도로 간단합니다.

묻는 것입니다.  묻는 것 외에도 방법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맡기는 것입니다.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위임하는 것에는 다음 글에서 다루려고 합니다. 이 글에서는 간단하게만 다음과 같이 말씀드리겠습니다. 내가 무지하면 믿고 맡기지 못합니다. 우선 내가 너무 모르기 때문에 마음에 의심이 싹터서 "믿지 못하기" 때문이요, 무엇을 맡겨야 할지조차 몰라 "맡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질문은 필연적으로 "어디까지 알아야 하는가"로 귀결됩니다. 이는 다음글에서 다루어 보겠습니다.

놀랍게도, 묻는 것에는 왕도가 있습니다. 첫째, 질문이 좋아야 합니다. 둘째, 질문에 답하는 사람이 좋아야 합니다.

간단해 보이는 이 두 가지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이 업계에서 오래 몸담은 분은 대부분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챗GPT 3.5는 말 그대로 전세계를 강타했습니다. 하지만 그 때 챗GPT 3.5의 성능에 그다지 공감하지 않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질문을 구체화할수록, 좋은 질문을 할수록 챗GPT가 어디까지 좋은 답을 내놓을 수 있는지를 실감하지 못한 분들 - 즉, 좋은 질문으로 챗GPT를 활용해 보지 않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질문이 좋지 않으면 좋은 답변이 나올 수 없습니다("Garbage-in, garbage-out"). 바로 이 지점을 돌파하기 위해 공부를 통해 기본적인 그림과 디테일을 학습한 후, 타인에게 질문하기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 것입니다. 무엇을 모르는지 알아야 질문을 할 수 있고, 무엇이 중요한지 점점 알아갈수록 날카로운 질문들, 실용적인 질문들, 문제를 해결하는 질문들을 던질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 물을 것인지 또한 무엇을 물을 것인지 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질문에 대한 답을 모르면 답변을 할 수 없다는 단순한 사실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몸담고 있는 업계에서는 이와 관련해 상당히 복잡한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우리의 일상적인 삶에서, 누군가가 우리에게 모르는 것을 질문한다면, 우리는 대부분 모른다고 답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건 너무도 당연한 것이지요. 그렇지만 이 업계에서는 반드시 그러한 것은 아닙니다.

앞서 언급한 친구와 관련된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 업계에서 벌어지는 웃지 못할 일의 상당수가 "친구"와 "지인"에서 시작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내 친구가 A 증권 차장이야", "내 선배가 B 건설 부장이야", "내 후배가 건축사야", "내 사촌이 C 은행에서 15년을 일했어"와 같은 말을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인생을 몇 십년 살다보면, 30~40대쯤 되면 대부분 은행, 증권사, 건설사에 지인이 한 두 명쯤은 있게 마련입니다.


우리가 시행을 하다가 어떠한 지점에서 막히거나 파트너십을 고려한다면, 친구와 지인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입니다. 하지만 다음 지점을 잘 고려해야 합니다.

우리가 다루는 시행 프로젝트와 금융은 아주 협소한 영역입니다. 금융을 보자면, 부동산 금융은 주류 금융 중에서도 대체투자의 영역에 속하며, 대체투자 안에서도 부동산은 일부일 뿐이고, 그 안에서도 실물이 아닌 개발 사업은 또 그 일부입니다. 지인이 금융사에 있다고 해도 부동산 개발 금융을 취급하는 담당자일 확률은 아주 낮으며, 우연히 그 분이 부동산 개발 금융을 다루고 있다고 할지라도 그 안에서 실력자일 확률은 더욱 낮습니다.

건설사, 설계사 등 다른 파트너 집단도 마찬가지입니다. 민간 개발 프로젝트를 초기부터 검토, 심의, 수주하는 부서는 건설사 안에서도 소위 "프론트"에 해당하며, 그 안에서도 공공 사업이나 건설사 자체 사업이 아닌 "민간 수주" 담당자일 가능성은 낮습니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건설사에는 프론트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술, 실행, 리스크, 심의 등 수많은 다른 부서가 존재합니다. 내 지인이 내 개발사업을 정확히 검토하고 조언하며, 도움을 줄 수 있을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친구에게 내 개발 프로젝트의 질의와 검토, 더 나아가 추진을 부탁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본인이 모른는 영역에 대한 질의와 부탁을 받았을 때 있는 그대로 모른다고 답변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 지점이 기이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선, 친구와 지인의 자존심이라는 영역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 친구가 전문가라고 생각해서, 업력이 10~20년이라는 것을 감안하고 전화하는 사람에게 "사실 나는 그 영역을 하나도 모른다"라고 대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부동산 개발업, 건설, 금융업은 밖에서 바라보고 짐작하는 것과 달리 매우 파편화돼 전문화돼 있는데, 그것을 모른채 기대를 가지고 전화하는 친구에게, 내가 10년 넘게 부동산일을, 건설을, 금융을 했는데도 나는 아무 것도 모른다고 답변하자면 면이 상하는 것입니다.

그런 이미지를 별스럽게 생각하지 않는 소탈한 지인이라면, 아마도 본인 소속 회사 내외부의 전문가를 연결해 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소위 "가오"가 발동되어 본인이 잘 모르거나 어설프게 아는 내용을 "굳이" 설명하는 경우가 오히려 문제가 됩니다. 그러면 우리는 그 잘못된 또는 왜곡된 정보와 지식을 바탕으로 일을 진행하다가 큰 난관에 봉착하게 됩니다. 이런 경우는 꽤 많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경우보다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 업계는 다른 업계 대비 큰 인센티브가 존재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그 인센티브의 핵심은 딜 소싱, 즉 수주에 매우 큰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대부분 "양면 시장"입니다. 즉, a) 프로젝트를 수주해야 하고, b) 그 프로젝트를 성공시켜야 합니다.

지금은 부동산 업계에 불황이 와 딜 하나를 완수하는 난이도가 지극히 높아졌지만, 지난 10년간 이어진 호황기 때는 딜 소싱 자체가 어려웠으며, 이를 위한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그렇다보니, 심지어 친구의 프로젝트라 할지라도, 그것이 나의 수주 실적과 평가, 인센티브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하면, 친구에 대한 애정만으로 불편부당하게 답변하거나 처리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즉, 우리의 질문과 의뢰에 지인의 "욕심"이 개입하면, 본인이 잘 모르거나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영역에 있어서도 "아는 척"을 하고, 어떻게든 해당 영역에 본인이 결합되거나, 적어도 본인이 몸담은 회사나 파트너의 수주에 공적을 세우는 형태로 내외부 부서를 연결하려고 할 수 있습니다.

친구가 사실 우리가 몸담은 부동산 개발과 금융 영역과는 거리가 먼 일을 하고 있으면 차라리 괜찮습니다. 오히려, 어설프게 발을 걸치고 있는 친구가 가장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 또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즉, 본인을 "거쳐서" 일이 될 때 "본인에게도 이익이 공유되는 경우"가 가장 위험합니다. 이 때는 자주 대리인 문제가 발생합니다.

제 친구와 지인은 그럴 리가 없다고요? 그 생각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그 생각이 맞다면, 그 분은 굉장히 복된 인생을 살아가고 계신 것이고 그 자체로 경의를 표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통 사람"이라는 것을 되새기면 좋겠습니다.

회사는 그냥 회사가 아니고 일은 그냥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반드시 회사라는 법인격 안에 존재하는 개인들의 이해관계를 이해해야 합니다. 제 친구나 제 지인이 악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그 또한 자연인으로서 생업을 영위하고 가족을 부양하기 때문에 욕심이 개입될 수 있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친구는 우리가 당면한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합니다. 친구는 그저 친구일 뿐입니다. (물론 친구는 그냥 친구라 좋은 것이지만요.)

좋은 질문이 있다고 할지라도, 그 답변에 적확히 답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과 연결되지 못한다면 그 질문은 그저 제자리에서 맴돌 것입니다.

이 업계에는 에이스들이 존재합니다. 이분들은 경험도 풍부하며 경력도 화려하고, 그러면서 성품과 태도마저 올곧은 분들입니다. 저도 운이 좋아 이런 분들을 몇 분 알고 있고 또 교분을 맺고 지내고 있습니다. 저는 이분들에게 정말 많이 배웠고 지금도 배웁니다.

질문이 떠오르거나 확인해야 할 관행과 정보가 있을 때 연락 드리기도 합니다만, 그보다는 어젠다 없이 개인적인 교분을 쌓는 자리에서 배우는 것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건 단순히 지식과 정보를 넘어, 업과 일, 그리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 커리어와 삶을 바라보는 관점의 영역까지도 아우릅니다.

이런 분들과 교분을 쌓고 더 나아가 비즈니스에 있어서도 파트너십을 구축한다면 좋겠지만, 사실 그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처음 디벨로퍼 일을 시작하면서, 그리고 부동산 금융에 대해 배워나가면서, 당연히 좋은 분들을 많이 알고 교분을 쌓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모든 인간 관계는 본질적으로 같아서, 시간과 노력, 그리고 진정성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업계에서는 좀처럼 사람을 선뜻 소개하지 않습니다.

수수료와 인센티브가 "누구를 통해 연결되는지"에 의해 상당 부분 결정되는 업계이기 때문에 "네트워크가 곧 자산이고 능력이다"라는 관점이 팽배해 있는데에 상당 부분 기인합니다.

그런 인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어떤 때는 사람을 소개해 달라는 요청이 매우 무례한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우리 업계는 다른 업계 대비 프로젝트와 상품 하나의 금액이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큰 산업이기 때문에, 하나의 사업·프로젝트를 성사시키는지의 여부에 따라 오고가는 금전적 반대급부 또한 매우 큽니다. 그러다 보니 모두가 좋은 파트너, 좋은 프로젝트를 찾고 결합되기를 원합니다.

문제는 모든 사람이 본인의 욕구만큼의 능력을, 또는 본인이 스스로 생각하는 것만큼의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여기에 더해, 상황과 관계를 활용하여 본인의 가진 역량 이상으로 금전적 반대급부를 수취하기를 원하는 분들도 상당수 존재합니다.

그러다보니,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누군가를 소개해 주고 싶어도, 그렇게 단순히 연결해 드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층위가 있습니다.

"가벼운 소개"이며, 파트너십을 형성할 지는 소개 받는 양쪽이 알아서 판단하라는 것을 강하게 전제로 깔고 서로를 소개해 주더라도, 일을 그르쳤을 경우 양쪽에서 비난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 또한 그런 경우가 꽤 있었습니다.

또한, 힘의 관계가 불균형한 누군가를 서로 소개할 경우 - 쉽게 예를 들자면, 시행 사업을 하시는 시행사 대표님께 분양대행사를 소개할 경우 - "소개의 댓가"를 받는 것이 아닌가, 라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종류의 오해를 잘 견디지 못해 소위 갑을이 형성될 수 있는 관계를 소개할 때는 갑의 입장에 있는 분의 강한 요청이 있지 않으면 좀처럼 누군가를 소개하지 않습니다.

셋째는 - 실용적으로는 이 지점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듯한데 - 여러분이 어떤 분인지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제가 아는 좋은 분, 실력 있는 분에게 누구인지도 모를 분을 소개할 수는 없습니다. 만난지 얼마 안 된 분, 심지어 처음 뵙는 분, 그것을 넘어 뵌 적도 없이 전화나 이메일로 연락을 주신 분이 사실상의 청탁을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자기소개도 없이 다짜고짜 쪽지로 질문을 쏟아내는 분들도 있습니다. (여러분이 보통의 사람이라면 "설마" 하시겠지만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접근법은 말할 것도 없이 실패할 것입니다.

만약 당신을 잘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를 선뜻 소개해준다면, 소개해 주는 사람도 중간에 연결해 주시는 분도 이상한 분일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실력 있고 성품도 훌륭한 분이 마법처럼 여러분 앞에 출현할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이 업을 더 깊이 이해하고 비즈니스를 영위해 나가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좋은 분과 교분을 많이 쌓아나가야만 합니다. 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우리는 방에 틀어박혀 IT 솔루션을 개발하는 업에 속해 있지 않으며, 거의 모든 것을 사람이 풀어내는 업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IT 툴들을 활용한 네트워킹의 장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가장 명망 있는 네이버 카페인 "개발사업동우회"는 오래 전부터 그런 장으로서 멋지게 기능해 왔습니다. 개발사업동우회에서 정기적으로 주최하는 "코디 네트웍스"는 업계 전문가들과 멤버들이 정기적으로 오프라인에서 모여 스터디 및 실제 딜 검토를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위 모임을 활용해도, 결국 좋은 분과 관계를 형성하는 것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을 쓰고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그 과정에서 당신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해 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전화번호부 목록만 길어질 뿐이고, 숙취만을 남길 뿐인 술만 마시다 끝날 것입니다. 저는 가끔 리멤버에 저장된 명함 숫자를 자랑하는 분을 만날 때면 한숨이 나옵니다. 아는 사람은 말 그대로 아는 사람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질문을 통한, 사람을 통한 학습에서 한 가지를 더 강조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묻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무언가를 몰라서 질문을 하면, 타인이 나를 무시할 것이라는 생각이 상당히 만연해 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도 없지 않겠지만 - 질문한다고 해서 어떤 사람을 무시하는 태도와 관점을 가진 분들은 어차피 실력자도 인격자도 아닐 것이므로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하루에도 몇 번 씩 누군가에게 질문을 합니다. 심지어 1~2년차들에도 묻습니다. 제가 지금 어떤 지식이 없는 것은 전혀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닙니다. 그런 건 몰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태도가 오히려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겠지요.

누군가가 가진 지식은 모두 다른 누군가로부터 배운 것입니다. 지식은 전수되고 흘러갈 때 가장 빛나는 가치를 가집니다. 당신이 정중하게 질문했을 때, 질문을 받은 분이 좋은 분이라면 응당 이 지점을 이해할 것이며, 당신에게 지식을 나누어 주는데 거리낌이 없을 것입니다.

우리 대부분은 크리스토퍼 놀란도, 데미언 셔젤도, 조던 필도 아닙니다. 지식과 경험, 관계 등 모든 영역에서 한땀 한땀 성실하게 쌓아올려 가야 할 보통 사람들일 것입니다.

모두 불치하문의 마음을 품은 즐거운 배움의 시간을 갖기를 바랍니다.

참고로 저는 제 지인이 요청하면 흔쾌히 다른 좋은 분을 소개하고 연결해 주는 편입니다. 어떤 연결이 꼭 필요하시면 말씀해 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단 당신이 좋은 사람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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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디벨로퍼

낭만디벨로퍼 김영철

포어모스트자산운용 대표이사. 낭만 디벨로퍼이자 다정한 금융가, 명랑한 스타트업 경영자로 스스로를 정의합니다. 블로그 게시 내용 중 부동산 개발 관련 글을 모아 딜북뉴스 독자분들과 공유합니다. 메신저 서비스인 슬랙(Slack)을 기반으로 부동산 커뮤니티 '레인(Rein)'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메일: eric.youngcheol.kim@gmail.com 커뮤니타: https://join.slack.com/t/reinetwork-hq/shared_invite/zt-285z4g8px-ks6NYuyycyAN14ySN3m0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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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형 빌딩, 경쟁력 높이는 5가지 방법